자세히보기 2014년 11월 1일

통통 인터뷰 | “탈북민의 기업가 정신, 누구보다 투철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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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인터뷰 | 박요셉 | (주)요벨 대표
“탈북민의 기업가 정신, 누구보다 투철하죠”

 
 
OR_201411_59 최근 서울 이태원 명소로 떠오른 경리단길. 그 중심에는 ‘장진우 거리’가 있다. 한 청년 사업가가 소자본으로 차린 음식점이 큰 성공을 거두고 빵집, 카페, 포창마차 등 다양한 분야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평범했던 뒷골목은 그의 이름을 딴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장진우는 스타트업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많은 젊은이들이 현실의 벽에 막혀 도전조차 망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대학 졸업자 수 대비 창업비율은 0.07%에 그친다. 도전을 통해 미래를 개척하는 기업가 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고 청년창업에 대한 제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젊은이들만 탓할 수는 없다.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의 자금융통에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선진국에 비해 미비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설령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어도 자금조달과 창업에 따르는 절차들을 잘 모른다. 실패 후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두려움은 결국 청년들을 공무원시험, 대기업 입사시험으로 내모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주인의식이었어요.”
 
 이러한 현실에도 당당히 창업에 도전장을 내민 청년들이 있다. (주)요벨은 20~30대 탈북청년들이 전원 주주의 형태로 참여하여 기획부터 사후 관리까지 스스로 해내는 기업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다른 탈북민을 위한 컨설팅도 준비 중이다. 박요셉 대표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일하는 사회적 기업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안타까움에 착안하여 회사 설립을 결심했다. “질문을 던지면 ‘저기 직원한테 물어보세요’라고 하더라구요. 그들도 분명 정식 직원인데 ‘내 직장’, ‘내 일터’라는 의식이 부족한 거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주인의식이었어요.” 그들에게 정식 직원은 남한 직원들을 의미했다. ‘주인의식’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주인이어야 했다. 모두가 주식을 배당받아 일한다면 애사심도 생기고 일에 대한 성취감도 커질 것 같았다.
 
 첫 번째 목표는 커피숍 개업으로 결정했다. 의기투합한 청년들은 협동조합 법인을 취득한 후 투자 유치팀, 디자인 전담팀, 매장 관리팀 등으로 전문적인 역할을 분담하고 조사에 나섰다. 창업 진입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자금이었다. 곳곳에 즐비해 있는 일반 커피숍으로는 승산이 없었다. 창업 초기 자금도 문제였지만 계속해서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이들은 북한 출신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꼼꼼하게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고 공기업에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이들을 위해 ○○은행이 힘을 더하기로 했다. 용인시의 한 지점에 여유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이들은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는 효과가 있었고, ○○은행은 탈북민에게 기회를 나눠주며 사회적 책무를 실천한다는 효과가 있었다. 더욱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야말로 윈윈의 결과였다.
 
 전문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커피교육에는 체리빈스가 나섰다. 원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부터 로스팅기술은 물론 커피 본연의 맛을 더하는 노하우까지 전수했다. 새로 개업할 커피숍의 주주 사원들은 꾸준히 커피교육을 받고 서비스 정신을 함양해갔다. (주)요벨과 체리빈스는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박 대표는 11월에 있을 ○○은행 사내카페 1호점 개점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점포 인테리어와 커피숍에 필요한 장비들을 직접 하나하나 점검한다. (주)요벨은 1호점을 시작으로 2호점, 3호점을 열고 차후 영역을 넓혀 푸드트럭 등 아이템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의존성보다 자립성 키우는 정책 절실”

(주)요벨 직원들

(주)요벨 직원들

 (주)요벨은 창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데에 뜻을 갖고 사회적 기업을 표방한다. 하지만 탈북민이 관련된 기존 사회적 기업은 대다수 남한 대표가 탈북민을 고용하는 형태였다. 탈북민 스스로가 창업을 한 경우도 있었지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경쟁에서 살아남아 성공하기보다 정부의 인건비 지원을 받는 사례가 많아 3년이 지나고 지원금이 중단되면 파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홀로서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실패를 경험했다. 더욱이 청년창업은 도전 사례조차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박 요셉 대표는 그 이유를 시기에서 찾는다. “탈북민은 누구보다 기업가 정신이 투철해요. 불확실한 미래에 생사를 걸고 왔잖아요.” 그는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탈북민들에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사회에 적응하고 융화되다 보니 점점 그 마음은 사라지고 안이함에 빠져 에너지를 잃게 된다고 했다. 물론 학업에 갈증을 느끼고 공부를 지속하는 젊은이들도 많지만 기회가 보이지 않고 성공사례도 많지 않다보니 선뜻 창업에 나서는 젊은이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문제점을 제도에서 찾았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지원제도가 취업에 집중돼 있었다. “대다수의 탈북민이 지원금 없이도 중국에서 생존한 이들이에요. 의존성보다 자립성을 키워주지 않으면 정부 지원금에 매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죠.” 아이디어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실질적 지원들이 절실하다.
 
“정주영 회장 같은 사업가 되어 북한 찾을거에요”
 
 최근 기업별로 통일을 준비하는 부서의 창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통일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의 통일을 만드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해 보인다. 2만7천여명의 정착민이 자립에 성공하는 생활 속 작은 통일이 곳곳에서 이뤄진다면 통일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두려움도 많이 나아질 것이다. 특히 기업이 단순 이윤 추구를 넘어 사람을 위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 하고자 한다면 눈앞의 통일에도 나눔의 가치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성경에서 요셉은 민족을 살리는 사람이에요.” 박 대표는 정주영 회장이 사업으로 성공하고 북한을 다시 찾은 것처럼 대한민국의 사업가로 성공하여 다시 그곳을 찾을 수 있길 소망한다.
 
 도전의 또 다른 이름은 실패가 아니다. 다른 탈북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 그 자체에 가치를 둘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 아직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그들의 도전이 값진 이유다. 카페 1호점이 문을 열기까지 수도 없이 발품을 팔고 밤낮 없이 고민하며 연구했다. 그 결과 마음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기꺼이 손을 내밀어줬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두렵지 않다. 호흡을 가다듬고 이제 첫 발을 내딛는다. 1호점 카페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선수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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