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12월 1일

특집 | 중국의 전략은? 중국, 동아시아 경제통합 논의 주도 기반 확보 2014년 12월호

<편집자주>

지난 2012년 5월 협상 개시 이후 30개월 만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한 가운데 지난 11월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중 양국은 올해 중 세부 사안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협정문안을 작성한 뒤 내년 초 정식서명을 거쳐 FTA를 발효시킬 예정이다.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을 지닌 중국과 FTA를 체결하게 되면서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게 됐다. 이번 FTA 타결에 따른 양국의 득실과 함께 동아시아의 경제 질서 전환을 살펴보고 한국의 향후 전략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특집 | 한·중 FTA 타결 … 세계경제 플랫폼을 향해!

중국의 전략은? | 중국, 동아시아 경제통합 논의 주도 기반 확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월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서명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11월 6일 베이징에서 한·중 FTA 제14차 협상 당시 양국 수석대표로 참석한 윤상직 산업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월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서명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11월 6일 베이징에서 한·중 FTA 제14차 협상 당시 양국 수석대표로 참석한 윤상직 산업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

지난 11월 10일 베이징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되었다. 2012년 5월 양국 간 FTA 협상을 시작했으나, 7월 대구에서 개최된 제12차 협상까지도 진전을 보지 못했던 중국과의 FTA 협상이 그 이후 개최된 제13차 및 제14차 협상을 통해 타결 국면으로 진입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타결한 FTA의 협상과정으로 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오히려 제12차 협상에서 중국 측은 그 이전에 합의했던 ‘네거티브’ 서비스 개방 형식에서 개방폭이 작은 ‘포지티브’ 형식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함에 따라 우리 협상당국을 당황하게 했었다.

경제보다 정치·외교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

중국은 우리나라 제1위 교역대상국이고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있어 우리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했다는 점, 중국의 사회주의 정치체제, 전체 경제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국유경제, 자의적 법 해석과 불투명한 제도 등으로 중국과의 FTA 협상에서 논의할 주제는 한·미 FTA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결코 적을 수 없다. 지난 제12차까지 협상은 주로 농산물과 상품의 시장개방 범위에 대한 것이었지 이들 사항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불과 3개월만에 협상이 타결된 것은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한·중 FTA 협상 타결의 분수령이 된 것은 7월 초 한·중 정상회의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중 협상타결을 제안했고, 고심 끝에 우리나라는 중국의 제안을 수용했다. 중국 측이 한·중 FTA 협상 타결을 밀어붙인 배경은 다양할 수 있으나,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정치·외교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협정 내용을 보더라도 경제적 요소는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날 한·중 FTA 협상 타결 선언으로 APEC 정상회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중국 최초 무역규모 기준 세계 10위권 이내 국가와의 FTA 협상 타결 선언은 다음날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제안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 로드맵 연구 구상에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다른 이슈도 있었지만, 이번 베이징 APEC 정상회의는 시진핑 정부의 글로벌 리더십 고양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한·중 FTA 협상 타결은 중국의 11월 APEC 정상회의의 핵심 이벤트로 기획된 것이었으나, 대외정책 노선의 일부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시진핑 주석의 첫 유럽 순방 기간 중 파리 강연에서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 이 사자는 평화적이고 온화하며 문명의 사자”라고 선언했다. 이는 중국의 대외정책 노선이 후진타오 주석 시절의 ‘화평굴기(和平堀起, 평화롭게 일어남)’에서 ‘대국굴기(大國堀起, 대국으로 부상)’로 바뀌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많았다.

이를 전후하여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통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통화체제를 보완한다는 명분 아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제안하였다. 또한 베이징 APEC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미국이 주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보다는 FTAAP 추진이 바람직함을 중국은 21개 APEC 회원국에게 인식시킴으로써 미국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이번 한·중 FTA 협상 타결로 중국은 동아시아 경제통합 논의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되지만, 낮은 수준의 협정을 타결함으로써 자국의 개혁·개방 정책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지방 간 투명성 강화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과제

한·중 FTA에서 중국은 무역액 기준 85% 개방에 그쳤고 더 나아가 서비스 분야는 포지티브 형태로 개방하기로 함으로써 기존 세계무역기구(WTO) 개방 수준과 유사하게, 실질적으로 추가적인 서비스 개방 분야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중국 당국은 상하이 지역을 시범경제특구로 지정하고 홍콩 수준의 서비스 분야 시장 개방을 결정했다. 이후 개최된 한·중 FTA 협상에서 중국 측은 ‘네거티브’ 형태의 시장 개방에 합의했다가 금년 들어 다시 ‘포지티브’로 말을 바꾸었다.

중국은 FTAAP 추진 제안으로 자국의 입장이 APEC 차원에서 수용되는 정치·외교적 측면의 성공을 거두었으나, 향후 실제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다수 국가와의 FTA 협상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협정 체결에 자신감과 내부 역량을 구비해야 하는데, 이 점에서 한·중 FTA의 질적인 측면은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집권 후 ‘법치주의’를 내세우면서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시진핑 정부는 한·중 FTA를 지방제도 개선 기회로 활용했어야 했다. 외형상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정부조달, 투명성 등에서 글로벌 수준의 제도를 구비하고 있으나, 중국의 특성으로 인해 지방정부 단위의 법과 규정 집행에서는 아직도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고 중앙정부의 지침과 괴리되는 의사결정이 적지 않다. 한·중 FTA에서는 통상분쟁 시 지방정부 결정사항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통로는 열었다고 하나, 중국 당국은 중앙과 지방 간 동일한 법규 해석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한·중 FTA를 통해 마련했어야 했다.

이론적으로 보면 협정에 포함된 협정 업그레이드 규정을 활용하여 향후 협정을 보완할 수 있으나 실제 보완은 쉽지 않다. 중국 내부도 문제이지만, 우리 내부적으로 보더라도 협정 보완을 위한 추가개방에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 타결된 한·중 FTA는 경제적 실익이 크지는 않지만, 중국과의 FTA를 타결했다는 점에서는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에서의 우리 기업 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할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고, 아태지역 내 거대 무역블록 참여 시에도 중국과의 FTA는 일정 수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정인교 /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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