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美 중간선거 이후에도 대북 ‘전략적 인내’ 지속할 듯 2014년 12월호
포커스 | 美 중간선거 이후에도 대북 ‘전략적 인내’ 지속할 듯
지난 11월 4일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공화당의 압승이었다. 한편 북한은 11월 8일 그동안 억류하고 있었던 미국인 캐네스 배와 메튜 토드 밀러를 석방하고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11월 18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었고, 이에 대해 북한은 핵 실험 예고 등의 강경대응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난 몇 주간의 사건, 이슈들은 새로운 북·미관계 설정을 위한 변수들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은 지난 10월 4일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최고위급 관리들을 방남시켜 남한과 새로운 관계발전을 모색하고, 11월 초 억류 미국인들을 석방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하며 한국과 미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동시에 취한 바 있다. 과거 북한은 미국의 대통령선거나 중간선거 등이 있을 때마다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화전(和戰)양면전술을 펼쳐 미국의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기대하였고 미국의 선거결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이번에도 역시 북한은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후에 맞춰 한반도 주변의 안보환경을 대화와 화해의 국면으로 전환시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정책’의 변화를 유도하려 했다.
美, IS-북한 동시에 직면하는 시나리오 회피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유화 제스처를 받아들이기보다 일정기간 전략적 인내정책을 유지하면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먼저 핵개발 포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의지나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어떠한 대화나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기조에 대해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관망정책 또는 태만정책이라고 비판했고, 오히려 북한이 자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준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당분간 전략적 인내정책을 유지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오바마 대통령이 직면한 국내정치 상황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던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지지율 제고를 위해 국내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을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해야 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새로운 외교정책 이슈의 부각은 국내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있어서 그리 달갑지 않는 상황이다.
둘째, 윈윈(win-win)전략을 보장할 수 없는 외교정책 상황으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은 중동에서 ‘이슬람국가(IS)’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에도 문제 해결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친다면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오바마 행정부는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두 개의 대외적 문제에 동시에 직면하게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는 대북문제에 있어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중국과의 관계로 인해 미국은 현재 수준 이상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취할 수 없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의 마찰은 최소화하면서 경제적 협력관계의 폭은 넓히고자 한다. 또한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은 미국 국내 경제의 활성화와도 맞물려 있어 중국과의 마찰을 가급적 피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현재보다 훨씬 강경해질 경우 중국과의 마찰은 일정 부분 불가피할 것이고, 이는 미국이 원치 않는 대외환경만 조성되는 꼴이 된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정책적 우선순위에 북한문제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으로 인해 후미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무대 활용하며, 한국과 일본 역할 기대할 수도
그렇다면 미국의 전략적 인내정책은 향후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첫째, 오바마 행정부는 여소야대의 정치형국에서 공화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으며 공화당이 원하는 정책적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경제제재 중심의 압박정책과 더불어 압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북한의 인권문제 등의 이슈를 유엔이라는 국제무대에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압박은 북한 지도부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게 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유엔 차원에서의 다자적 제재 논의는 북한문제에 대한 책임을 여러 국가가 나눠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유엔이라는 공간은 북한과 미국의 뉴욕채널을 가동시킬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해줌으로써 오바마 행정부는 공화당의 화살도 피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통로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둘째,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동아시아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기대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제재 중심만의 정책으로는 외교정책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므로 남북한의 관계개선을 통한 대화의 장이 열리게 되면 미국 또한 자연스럽게 이 무대를 이용하여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하기에 용이하다. 즉 북한과의 대화 무대를 한국이나 일본이 조성해 준다면 전략적 인내정책의 전환도 용이할 수 있으며, 공화당에서 제기되는 대북 강경책 대신 오바마 자신이 추구하는 대화와 협력의 틀 속에서 대북정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오바마 행정부는 국내정치 환경, 중동문제,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일정기간 동안 기존 대북정책의 원칙을 고수하며,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논의를 더욱 활발히 전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동아시아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도 대북 관계개선을 위한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우태 /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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