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에서 부르는 통일희망가! | 단둥, 북한 개방 전초기지 될 수 있어 2014년 12월호
기획르포 | 접경에서 부르는 통일희망가! 마지막회
단둥, 북한 개방 전초기지 될 수 있어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가 다른 국경지역과 다른 점은 압록강이라는 큰 강줄기를 마주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왕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 북한이 여전히 폐쇄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만남의 장소로서 일반적인 국경다운 모습과 조금 차이를 보여준다. 이 같은 제약된 여건에도 불구하고 단둥과 신의주는 매우 가깝고 서로 이웃이다. 단둥은 북한을 건너다 볼 수 있는 관문이자 창이다. 실제 단둥의 거실 창에서 신의주를 볼 수 있다.
압록강 철교를 중심으로 압록강 좌측으로 들어선 단둥의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곳에 한국 민박집이 위치해 있다. 한국에서 IMF 위기 때 단둥으로 건너와 제법 성공한 여(呂) 사장이 운영하는 아파트형 민박집이다. 여 사장의 13층 거실에 앉으면 압록강과 신의주가 훤히 내다보인다. 기상시간부터 저녁에 소등되는 시간까지 앉아서 보면 하루 종일 신의주의 시야가 어떻게 변하는지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저녁에 압록강 맥주 한 잔을 놓고 이야기 하다 보면 어둠 속 강 건너 신의주의 건물에서 불빛이 하나씩 꺼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고요한 밤에 고성을 지르면 들릴 듯한 거리다.
최근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배터리?
여 사장 집에서는 한국 TV를 시청한다. 실시간으로 한국 프로그램이 그대로 나온다. 한국의 드라마와 뉴스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시간대를 맞춰 보고 있다. 물론 인터넷으로 한국의 지인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스마트폰 통화도 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을 단둥 내 거주하는 북한 무역상이나 정보요원 그리고 조선족들에게 적용하면 그들도 한국 텔레비전을 본다는 추측이 가능하고 실제로도 보고 있다.
단둥 시내 한국거리에 있는 식품점이나 가게를 드나드는 북한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유행에 민감한 것들을 수시로 찾고 있다고 점포주인들은 말한다. 어떻게 한국 상품 소식을 잘 아는지 물으면 한국 텔레비전에서 봤다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연속극에서 유행하는 물건이 있을 때마다 이를 찾는 북한 무역상도 있다고 한국가게 주인은 귀띔한다.
단둥에 나와 있는 북한주민들은 한국인들과 큰 차이가 없는 정보환경에서 살고 있다. 북한에서 성분이나 출신이 좋은 사람들이 단둥으로 나와 근무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사람이라 이 같은 환경에서 완전히 동떨어져 살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접했지만 이제는 삶의 한 부분으로 습관이 되어 간다고 할까. 이런 흐름을 북한 당국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건너편 북한의 실상은 어떨까. 놀라운 사실은 북한주민들이 단둥에서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찾는 물건 중 하나가 배터리라고 한다. 배터리 구매가 급증한 이유는 바로 한국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북한의 전력사정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밤늦게 전력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시간에 배터리 연결을 통해 몰래 드라마 시청을 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말이다.
북한 정권이 사상전 강화를 위해 이러한 종류의 반입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각종 전자기기를 통해 북한주민들은 한국 및 외부소식을 접하는 것이 널리 확산되었고 따라서 북한 당국의 정보독점은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접경지역의 경우는 더욱 두드러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2014년 3월 11일 보도에서 북한 혜산 지역에서 탈북한 박주희 씨 이야기를 소개하며 의류와 화장품 등에서 한국산이나 일본산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혜산에서 10가구 가운데 7가구가 컬러 텔레비전을 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두산 인근 양강도의 중요한 접경지역인 혜산에서 중산층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혜산이 접경도시로 밀무역이 성행하고 정보왕래가 용이한 탓이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지역이 혜산시처럼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보독점을 평양에 거주하는 북한 지배층이나 권부 주변의 인민들만 독점하던 것이 이제는 깨졌다는 점이다.
북한주민용 TV 프로그램 개발 생각해봐야
그런 점에서 단둥은 물자의 관문이자 정보의 관문이다. 그 역할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미 단둥에 거주하는 북한주민들이 한국 정보를 통해 세상이 완전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이러한 인식은 자연스레 북한으로 넘어가 번져나가게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단둥을 북한에 자유의 물결을 전파하는 기지로 삼아야 한다. 단둥에서 북한 사람들이 한국 텔레비전 상시 본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이에 상응하는 북한주민용 프로그램 개발도 생각해볼 수 있다. 통일전망대식의 프로그램보다는 조금 더 열린 지향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중국 당국이나 단둥시와 협의가 가능하다면 스마트폰의 통화영역이 더욱 확장되어 접경지역 어디서나 잘 들리도록 하는 기반시설에 대한 확충도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전자기기의 총아인 현실에서 이를 통한 정보확산은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을 위한 기반시설과 스마트폰 보급을 확대하는 전략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통신을 통해 북한 개방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는 곳, 단둥은 그래서 중요하다.
신창섭 / 중국 〈CCTV〉 한국어방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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