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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가 숨 쉰다 | 용맹과 겸손 두루 갖춘 검독수리 2014년 12월호

DMZ, 평화가 숨 쉰다 14 | 검독수리
용맹과 겸손 두루 갖춘 검독수리

TS_201412_66 생태조사를 다니면서 가장 가슴 뛰는 경험은 검독수리를 만났을 때이다. 몽골에서 사냥용으로 훈련시켜 늑대를 사냥하는 대형 맹금인 검독수리는 분명 존재감이 남다르다. 첫 만남은 여름 끝자락 무렵, 김신조 침투로 방면으로 조사를 위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갈참나무숲 가장자리에서 아주 거대한 생명체가 갑자기 하늘로 나는 모습에 놀라 한참을 뒤쫒았으나 결국 놓치고 말았다. 그 뒤로 그곳을 유심히 관찰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임진각습지에서 하늘에 떠있는 검독수리를 보았다. 날개 아래와 꼬리의 흰줄무늬가 독수리와는 다른 자태로 보아 검독수리임을 바로 알아보았다. 참 보고 싶었던 존재를 보는 순간, 감사했다.

검독수리는 수리과에서 가장 큰 조류 중 하나이며,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는 종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검독수리는 흰허리독수리, 항라머리검독수리, 쐐기꼬리수리와 함께 범세계적인 우수종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4년 이상 된 성조는 전체적으로 흑갈색을 띠지만 뒷머리에서 목에 이르는 갈기와 날개깃이 황금빛이다. 그래서 검독수리는 영어로 Golden Eagle이라 불린다. 직역하면 ‘금수리’라 할 수 있는데 아마 지방사투리 때문에 ‘금’이 ‘검’으로 기록되지 않았나 추정된다. 다리는 노란색이고 어린 검독수리는 펼친 날개의 아랫면 가운데 부분이 흰색이다. 성조나 유조나 모두 꼬리, 꼬리깃이 흰색으로 부채살 모양이 아름답다.

용맹의 상징 … 5개국 국조(國鳥)

검독수리의 몸길이는 66~90cm이며, 날개를 편 길이는 180~234cm, 몸무게는 2.5~7kg까지 나간다. 검독수리는 멸종위기1급이며 천연기념물 제243-2호,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관심 필요종(LC) CITES-CITES 2급으로 국제적 보호를 받는 동물이다. 대부분의 맹금류들과 마찬가지로 험준한 산악지대의 암벽이나 절벽 등 다른 동물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155km²정도의 영역을 차지해 생활하며, 수컷 한 마리가 암컷 한 마리와 생활하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검독수리는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번식기에 큰 둥지를 짓고, 암컷은 여기에 1~4개 가량의 알을 낳으며, 40~45일 정도의 부화기간을 갖는다. 주요서식지는 저지대, 일부 산악지대로 먹이사냥이 수월한 곳을 선호한다.

아한대 지역, 툰드라 일대에서 번식한 개체는 겨울철에 남쪽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개체는 시베리아, 북극 인근 지역 등에서 새끼를 낳고 늦가을 즈음 한국으로 와서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돌아가는 기러기 같은 새며 철원, 한강, 낙동강, 지리산, 설악산, 대둔산 등에서 관찰된다.

검독수리는 매우 크고 날렵해서 사냥이 능한 용맹스러운 새인데 우리나라에서는 Vulture와 Eagle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여 순진하게 생긴 독수리(Vulture)가 용맹의 상징이 되어있다. 이 점에서 검독수리(Eagle)가 매우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원래 용맹의 상징 독수리가 바로 검독수리(Golden Eagle)이지 독수리(Black Vulture)가 아니기 때문이다. 검독수리는 먹이를 찾을 때 기류를 타고 활공하거나 선회하고, 먹이를 발견하면 날개를 반쯤 접어 빠르게 돌진하여 날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채거나 덮쳐서 잡는다.

검독수리 먹이로는 꿩, 오리 등의 중형 조류, 뱀과 같은 파충류, 토끼나 어린 고라니, 사슴, 양뿐만 아니라 여우, 늑대 등의 대형 포유류도 사냥을 한다. 그야말로 독수리 중의 독수리다. 그래서인지 검독수리는 현재 독일, 알바니아, 오스트리아, 멕시코, 카자흐스탄 5개국의 국조이며 이 중 독일, 알바니아, 오스트리아는 신성 로마제국으로부터 계승한 것이다. 또 검독수리는 아랍 국가들의 문장으로도 널리 쓰이는데 대표적인 예가 살라딘의 독수리 문장이다. 많은 민족들이 검독수리의 용맹함에 매료되어 닮고 싶어 한다. 세상을 한 눈 아래에 바라보며 맹위를 떨치고 싶어 한다. 심지어는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도 이 휘장을 쓸 정도로 용맹함은 온 인류의 소망이기도하다.

용맹 자랑 않고 심심풀이 사냥도 안 해

검독수리는 높은 하늘에 떠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동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지만 모든 자연을 정복하지는 않는다. 이유 없이 사냥해서 둥지에 쌓아놓는 일이 없고, 자기의 용맹함을 자랑삼거나 심심풀이로 사냥하지도 않는다. 더도 덜도 아닌 필요를 충족시킬 정도만 사냥하여 자연의 질서에 순응한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지만 자연의 법칙에 거스르지 않는 삶을 유지하는 검독수리가 사는 세상이, 사람이 사는 세상보다 훨씬 살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김승호 / DMZ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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