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015 한반도 정세 키포인트 2015년 1월호
<편집자주>
2015년 을미(乙未)년 한반도 정세는 어디로 갈 것인가? 올해는 민족사적으로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이고,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15주년이 되는 해다. 과연 한반도는 남북 간의 갈등과 경색을 벗어나 통일을 향한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한반도 관련국들은 북한의 핵보유와 인권 문제, 사이버테러 문제 등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 ‘통일대박론’을 주창하고 통일준비위원회까지 출범시키면서 대내외적으로 통일기반 조성과 확대에 주력해온 우리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아 어떤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취해야 할 것인지 새해를 맞으면서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고 우리 정부의 대북, 통일정책 과제를 살펴보았다.
특집 | 2015 한반도 정세 키포인트
“정치·군사 및 사회·문화 동시 논의할 포괄적 협상 필요”
Q. 김정은 정권 3년 및 북한 권력구도 변화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김근식 | 아버지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를 김정은 체제는 과감하게 약화시켰어요. 선군으로 인한 군의 비대화를 막고 애초에 당에 의한 군 장악을 3년차에 확고하게 정착시켰죠.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당 출신인 최룡해에 이어 황병서가 연달아 맡음으로써 당 우위를 확실하게 제도화했고,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 등의 군부 핵심인사들을 정치국 후보위원 급으로 정리함으로써 정치적 비중을 예전보다 격하시켰습니다. 김정일이 구축한 후계체제의 최고실력자였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권력승계 직후 김정은이 해임한 것으로부터 시작된 당군관계의 정상화는 집권 3년차에 이르러 이제 당 우위의 군부 장악이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죠.
올해 권력구도 변화의 특징은 최룡해로 대표되는 이른바 빨치산 계열과 김여정으로 대표되는 백두산 혈통이 김정은 체제의 확고한 핵심권력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입니다. 김정일 시대에 활동하던 노령의 기성세대는 뒷방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엔 당·정·군 전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젊고 김정은이 직접 발탁한 김정은 시대의 엘리트들로 채워지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최룡해를 비롯해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 당 군사부장과 오백룡의 아들 오금철 부총참모장 등이 빨치산 계열로 김정은의 권력을 떠받들고 있고 장성택 처형 이후 정치적 뇌사상태인 김경희를 대신해 김여정이 당 부부장으로 핵심역할권에 진입하면서 북한 권력의 공동운명체인 빨치산 세력과 백두혈통이 강고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죠.
박인휘 | 김정은의 리더십이 공고화된 지난 3년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두 가지 관점에서 특징적인 현상이 발견되죠. 하나는 장성택 처형과정에서 보여주었듯 ‘공포정치’라는 외부 세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의 국내정치적 기반 강화를 위해 주력했다는 점을 들 수 있어요. 군부, 당, 내각 전반에 걸친 인사개편이 과감하게 진행되었는데, 김정은식 국가운영 방식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지난 3년 동안의 과감한 인사조치는 그의 국내 정치적 기반 강화에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음으로 북한사회의 이념적 토대를 만들었던 ‘1세대 리더십’ 그리고 대외관계의 군사적 기반을 강화한 ‘2세대 리더십’을 효율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어요. ‘핵과 경제성장의 병진발전’ 전략이라는 주장에서 알 수 있듯, 과거 세대의 리더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이를 통한 자기만의 권력강화 방식을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홍현익 |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단연 장성택 처형이죠. 북한 권력정치의 냉혹하고 잔인한 측면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어요.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3년간 김정은의 대내외 정책의 큰 기조는 3대세습 권력안착을 최고 과제로 삼아 어떠한 터부도 없이 모든 대가를 치르면서라도 이를 달성하려 했다는 것이죠. 권력이양 과정이 짧았고 그의 나이가 지도자로서는 매우 젊으며 경험도 부족할 뿐 아니라 북한 권력 지도층이 대부분 고령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백두산 혈통과 빨치산 계열의 연대를 강화하고 이들 충성 그룹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하여 독재권력을 안착시켰어요. 반면에 그는 지난 3년간 아버지의 유훈을 전가의 보도로 삼아 권력의 지렛대로 활용하면서도 권력지도부 내에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우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상호모순적 정치 행태를 병행했죠. 현재 김정은이 군부를 당에 복속시키는 등 당 중심으로 권력체제를 안정화시켰고 장성택 제거를 활용하여 지도층 세대교체를 지속하는 등 1인 지배체제를 구축했으므로 2015년에도 점진적인 인사이동을 통해 권력을 정상상태로 유지하면서 신진세력들을 지속적으로 등용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Q.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북한의 대외전략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김근식 | 제3차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가 정치적으로 소원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통일부도 분석하고 있는 것처럼 북·중 간 경제관계는 지속적으로 유지 증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시진핑과 김정은의 상견례를 앞두고 서로 샅바싸움을 하면서 길들이기에 나서는 과정이고 정치적 숨고르기의 차원이지 북·중관계가 전략적으로 수정되는 단계는 결코 아니에요. 특히 미국의 아시아회귀 정책과 재균형 전략에 맞서 중국은 결코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전히 북한은 중국에게 전략적 부담보다는 전략적 자산의 측면이 강한 셈이죠. 이를 잘 알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북·중관계 정상화가 무엇보다도 김정은 체제의 대외관계 정상화의 시금석인 만큼, 우선 북·러관계 강화를 통해 외교적 대체재를 찾는 한편 본질적으로는 북·중관계 정상화를 중국에 압박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요. 북·러 간 경협 확대와 정치적 유대 과시를 통해 과거 김일성이 중·소분쟁의 와중에서 시계추 외교를 벌인 것처럼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북한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외교적 다변화의 노력을 보이고 있는 셈이죠. 중국도 북한을 끌어안아야 하고 북한도 중국과 정상화해야 하는 만큼 2015년에는 북·러 정상회담과 북·중 정상회담이 차례로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요.
박인휘 |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북한식 외교전략은 2015년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생각해요. 2014년 하반기 러시아를 향해 새로운 밀월관계 가능성을 비췄던 북한의 대외관계가 올 한 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북·중·러 사이의 새로운 삼각 외교관계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과거 냉전기 김일성 시기에 중국과 구소련을 상대로 외교게임을 벌여 자신만의 국익을 전개한 북한식 대외전략을 연상케 만들고 있죠. 한 마디로 ‘21세기 버전의 북·중·러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홍현익 | 2014년에 북·러관계가 상당히 접근했는데, 그 주요 원인은 북·중관계가 소원해진 데다 북·미 및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북한이 외교적 돌파구로서 북·일 협상을 재개하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구했기 때문이에요. 이에 더해 푸틴의 러시아가 시베리아와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 극동지역과 동북아 국가들을 중시하는 신동방정책을 펼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러 경협사업을 성사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 등 서방과 정면 대립구도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북한과 동병상련을 느껴 연대감이 커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죠. 특히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북한이 러시아와 접근하는 배경에는 불편해진 북·중관계에 대한 불만이 숨어있어요. 김정은은 푸틴과 접근함으로써 시진핑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올해 1/4분기에 중국의 북한에 대한 우호 제스처가 행동으로 표출된다면 김정은은 북·중관계 개선에 우선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요. 이를테면 시진핑이 김정은을 초청한다면 그는 러시아에 앞서 베이징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됩니다. 왜냐하면 북·러 교역은 1억2천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북·중교역은 그의 60배 이상이고, 중국은 북한에게 꼭 필요한 원유의 80% 이상을 아주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며 부족한 식량의 상당부분도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계속 유예한다면 북·중관계는 상반기 중에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돼요.
Q.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가장 큰 장애와 올해 정부가 중점을 두고 해결해야 할 최우선적 과제는?
김근식 | 2014년은 남북 모두 관계 개선의 의지를 갖고 대화 제의를 지속했던 한 해였어요. 그러나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내진 못했죠. 연초 고위급 접촉을 통해 이산가족상봉을 성사시켰지만 이후 대화는 평행선만을 달린 채 재개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어요. 지난해 10월 4일 황병서 일행의 깜짝 방문으로 고위급 접촉의 불씨가 살아났지만 이 역시도 전단문제로 인해 결국은 대화가 무산되고 말았죠. 남북 사이에 대화를 서로 원하면서도 정작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화 접근방식의 차이였어요. 박근혜 정부는 경제협력과 사회문화적 교류 등을 우선하는 이른바 기능주의적으로 접근했고요. 드레스덴 선언과 8·15 경축사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나 이에 반해 북한은 시종일관 정치·군사적 의제를 대화의 핵심 의제로 제의했어요. 1·16 국방위원회 중대제안과 6·30 국방위원회 특별제안 등 잇따른 굵직한 대남 제의는 모두 정치적 비방중상 중단과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논의하자는 것이었죠. 사실상 전단 문제도 북한은 정치적 비방중상 중단이라는 2월의 고위급 접촉 합의사항에 대한 남측의 성의를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2015년에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상호 관심사를 포괄적 의제로 올려놓음으로써 남북대화의 접점을 늘려나가야 해요. 남북의 관심 의제가 다른 탓에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드레스덴 선언을 거부했고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국방위원회 대화 제의를 배척했죠. 2015년 남북관계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치·군사적 의제와 경제적, 사회·문화적 의제를 동시에 논의하는 포괄적 협상을 시작하는 게 필요합니다. 내 대화제의는 되고 상대방의 대화제의는 묵살해버린다면 2015년도 다시 엇박자만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죠.
박인휘 | 2015년은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해로써,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 시기입니다. 물론 남북한 사이에 ‘신뢰’를 쌓는다고 하는 노력이 단기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5년 단임제 정부로서 임기 내에 일정한 성과를 내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죠. 특히 박근혜 정부가 최근 보이고 있는 국내 정치적 어려움과 난맥상은 북한을 상대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싶은 의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돼요. 뿐만 아니라 정부 스스로 지금의 대북정책을 ‘진화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하면서, 첫 해에는 ‘신뢰정책의 토대’를 깔았고, 2년차에는 ‘통일준비’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러한 노력이 축적되어 이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해 왔잖아요. 하지만 핵문제를 포함하여 남북관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며, 따라서 ‘공동문화유적개발’, ‘과학기술협력’, ‘문화예술교류사업’ 등과 같이 사회·문화적 차원에서의 교류협력 사업을 구체적으로 전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홍현익 |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인정과 사과는 거부하고 있지만 그들이 2014년에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발사하고 고사총을 쏜 것은 한·미 연합훈련이나 전단살포 등에 대한 반감을 표출한 측면이 강하다고 평가됩니다. 그들의 속내는 한국 정부가 그들의 내부 사정을 문제삼지 않고 상호 평화공존 의지가 확인되면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관계 정상화와 호혜적인 협력을 위한 협상에 나오겠다는 것으로 여겨져요. 그런데 우리 정부가 그들에게는 별 이득이 없는 데다 민심 이반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만을 의제로 협상을 제의하고 한·미 연합훈련 개시일 다음 날 고위급회담을 제안하는 등 북한의 성실성을 계속 시험해 왔기 때문에 협상을 거절했다고 평가돼요. 따라서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자 한다면, 우선 평화공존 의지를 확실히 천명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호혜적인 사업부터 시행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계속 허용하기보다는 정부의 통제 아래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하고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시점에는 이를 자제하는 등 유연성과 지혜를 발휘하여 북한을 대화로 이끌고 호혜적인 협력을 통해 북한을 통제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Q. 북한인권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압박이 유례없이 강한 한 해였는데, 올해 전망과 정부의 향후 역할에 대한 제언은?
김근식 | 2014년 북한인권은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으로 격상되었죠. 2005년 이후 매년 통과되었던 북한인권결의안이 인권상황의 열악함을 지적하고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것이었다면 2014년은 국가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반인도범죄임을 명시하고 최고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음으로써 관심과 촉구의 수준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직접 개입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거든요. 이에 대한 김정은의 반응은 나름대로 외교적 적극 맞대응 전략이었어요. 반박할 것은 반박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는 적극적 대응이었죠. 신동혁 씨 가족을 TV에 내보내 거짓증언임을 반박하고 최초로 인권보고서를 작성 배포하기도 했죠. 또 유엔의 북한대표부 외교관들은 인권토론회와 인권설명회 등을 개최하고 미국 언론에까지 인터뷰에 응하면서 해명하고 반박했어요. 정치범 수용소를 일시 폐쇄하기도 하고 공개처형의 숫자를 줄여나가거나 탈북자 송환 이후에도 처벌수위를 조절하는 등 국제적 지적사항에 대한 나름의 개선노력을 보이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이제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와 북한의 한판 싸움이 시작되었고 김정은은 아버지의 무시전략과 달리 나름대로 외교적 대응을 하는 바람에 사실은 국제사회의 ‘인권프레임’에 들어온 결과가 되고 말았어요. 향후 김정은 체제는 국제사회의 인권프레임에서 지속적으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 문제제기를 적극 지지하는 한편, 남북관계에서 이를 정치적 무기화하는 것은 자제해야 해요. 보편원리로서 북한인권을 제기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죠.
박인휘 |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매우 면밀한 관찰과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인권 문제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있을 때 북한은 초기 단계에서는 매우 정상적인 방식으로 반응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을 포함하여, 다양한 외교 노력을 전개한 바 있죠. 물론 일정한 상황이 넘어가자 북한은 다시 극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북한을 향해 외부에서 어떠한 내용의 자극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하면 정상적인 방식의 반응을 보이고, 또한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일탈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향후 대북정책 전개 과정에서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북한인권 상황과 관련해서는 주지하는 바, 북한인권 개선은 북한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와 개방이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따라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적당한 수준에서 북한을 압박할 필요는 있지만, 전략적 사고와 계산이 전제가 되지 않는 압박은 오히려 북한인권 상황의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홍현익 | 인권이 인류 보편의 가치이고 북한 주민은 한국 동포이므로 이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이 사실상 북한 정권의 인질로 잡혀있으므로, 통일이 되기 전 북한주민의 인권은 북한 정권의 태도가 바뀌어야 제대로 보장되고 개선될 수 있죠. 특히 남북기본합의서 등에서 남북한은 내정 불간섭을 약속한 바 있어요. 또한 남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상대 체제를 비방하지 않는다고도 약속한 바 있죠. 따라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서의 북한인권 규탄과 처벌에 대해서 참여는 하되, 이를 주도하는 것은 자제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한 뒤 남북 간 당국대화를 통해 당당하게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또한 당위적인 차원에서만 요구할 경우 북한 당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일정 정도의 보상을 지불하면서 북한의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해킹 공격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발표에 대해 “북한에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Q. 올해 한반도 정세 및 남북관계 구도에서 가장 큰 상황변화를 야기할 변수와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김근식 |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 압력과 개입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과 정도로 진행될 것이고 그것이 아마 2015년에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변수가 될 것입니다. 김정은이 스스로 인권프레임에 들어와 있는 만큼 이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박인휘 | 2015년 한 해 동안 전개될 수 있는 가장 큰 한반도 상황변화는 북한의 적극적인 대외정책 전개 가능성이라고 봐요. 지난 3년 동안 대내적인 통치기반 강화를 포함하여 김정은 리더십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기간이었다면, 그러한 그림이 대외적으로 표출되는 노력이 올 한 해 동안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돼요. 특히 러시아, 일본 등과의 관계개선 가능성은 우리의 대북 및 동북아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며,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동북아 안보질서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판단돼요.
홍현익 | 먼저 김정은의 정책기조가 변수가 될 수 있어요. 김정은이 3년 탈상 이후 자기 시대를 맞아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해 핵 포기 가능성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면서 한국이나 미국과 협상에 나선다면 한반도 정세는 확실하게 단기간 내에 호전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병진노선 포기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죠. 역으로 김정은이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긴장과 대립 수위가 매우 높아질 것이에요. 그런데 한국과 미국 및 중국 어느 한 나라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핵 실험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요. 어쨌든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으므로 1/4분기까지는 핵실험을 자제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중요한 점은 김정은의 선택은 사실상 독립변수라기보다 한국 정부와 미국 및 중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의해 변할 수 있는 종속변수라는 점이에요. 즉 한국 정부가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을 펼쳐나간다면 얼마든지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죠.
특히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간다면 북한의 핵실험은 올해를 넘길 수도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미국의 대북정책도 주요 변수죠.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여 여소야대의 의회를 상대해야하므로 레임덕을 면하고 임기 말 업적 생산을 위해 미얀마, 이란, 쿠바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수 있죠. 그러나 소니 해킹 사태로 인해 오바마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금융제재 등을 추가로 가할 경우 북·미관계는 대결국면으로 악화될 것이고 북한은 핵실험 강행을 노골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한반도 정세가 위기상황으로 악화하면서 전격적으로 북·미 협상이 재개되고 여기서 모종의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지만요. 어쨌든 미국이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가할 경우, 한반도 주변 정세는 심각한 긴장국면으로 악화될 수 있고 그 귀결은 파국 또는 전격적인 북·미타협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죠.
김근식 경남대 /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인휘 /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홍현익 /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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