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미·일 ‘울트라동맹’으로 나아간다! 2015년 6월호
<편집자주>
지난 4월 27일 미·일 양국이 안보위원회 회의를 갖고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에 합의했다. 미·일방위협력지침은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협력과 역할 분담을 규정한 정부 간 문서로 지난 1978년에 만들어졌고 1997년 한 차례 개정되었으며 18년 만에 재개정 됐다. 이번에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으로 자위대는 일본과 주변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미군과 함께 군사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의 비군사화를 목표로 제정된 『평화헌법』 역시 크게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토 갈등과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동북아 안보 환경 속에서 이번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양국이 새롭게 추진해 나갈 안보 전략은 무엇인지,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미·일의 안보동맹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와 향후 대응방향은 무엇인지,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고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찾아보았다.
특집 |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 우리의 선택은?
미·일 ‘울트라동맹’으로 나아간다!
지난 2015년 4월 27일 미국과 일본은 외교·국방 장관회의에서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합의했다. 1997년 개정 이후 18년 만에 재개정 된 것이다.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래를 향한 부동(steadfast)의 동맹’이라고까지 일컫고 있으며, 일본의 보통국가화, 군사대국화 행보에 미국이 빗장을 열어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 명시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이 왜 이슈가 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미·일방위협력지침이 어떻게 출발했고, 변화되어 왔는지 그 개정 경위와 내용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초 미·일방위협력지침, 일본(본토) 유사사태 한정
냉전 당시 소련이 아시아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자 1951년 일본의 안전보장 확보를 위해 미국과 일본은 안전보장조약을 체결하였다. 이 조약은 일본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지원과 보호의 성격이 담겨 있는데, 미·일방위협력지침은 이 안전보장조약을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1978년 11월에 체결되었다. 최초의 미·일방위협력지침을 ‘구(舊) 가이드라인’이라고 하며 골자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미·일 양국은 소련에 의한 일본 침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둘째, ‘일본이 무력 공격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셋째, ‘일본 이외 극동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다.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일본의 나카타니 겐 방위상(왼쪽부터)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미국 뉴욕에서 미·일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양국은 미군과 자위대의 공동 행동반경을 종전의 ‘일본 주변’에서 전 세계로 확대하는 내용과 함께, 양측 간 상시 조정기구를 설치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새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 시대가 종식됨에 따라 일본이 소련으로부터 직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대신 한반도 문제 등 지역 분쟁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1996년 미·일 양국은 군사동맹 관계 및 일본의 군사적 역할 증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보장 공동선언을 다시 채택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유지를 위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합의하였다. 냉전 종식 이후 일본이 침략 받을 가능성은 희박해진 반면, 한반도, 대만해협 등 주변 지역 분쟁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대한 대처가 미·일 안보체제의 관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 결과 1997년 9월 공동선언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미·일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되었으며, 이를 ‘신(新) 가이드라인’이라 한다.
이번에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 내용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일본 열도 이외 일본의 주변 지역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하였을 경우 미·일 양국이 공동으로 군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즉 일본의 주변 유사에 대한 대응으로 구성된 것이 이전 미·일방위협력지침과 대비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에는 “주변사태 시 자위대는 후방 지역에서 미군에게 지원활동을 한다.”라는 일본의 군사 역할에 관한 세부적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후방 지역과 전투 지역의 엄격한 구분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후방 지역 지원은 일본의 헌법 제9조에 대한 공식해석의 꾸준한 확장을 수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주변사태에 관한 정의의 애매모호함이다. 주변사태의 개념을 “지리적인 것이 아닌 사태의 성질에 착목한 것”이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자위대의 활동범위 확대를 충분히 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이처럼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에서는 이전에 사용했던 ‘극동사태’라는 용어 대신에 ‘일본 주변사태’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군사협력의 대상 지역을 더욱 광역화하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본은 법·제도적 정비로서 1999년 『주변사태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주변사태법안』 통과 이후 일본은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로부터 심한 반발을 사기도 하였다.
한편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의 기존 양자동맹의 강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의 확대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일본이 보통국가화와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게 하는 데 초석이 되었다.
이번에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에서 크게 논란이 되는 부분은 첫째, 도서방위에서 협력을 명시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억지력 강화 포석으로 풀이된다. 둘째,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 중요 영향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후방지원의 범위 및 내용의 제약 철폐를 명시하였다. 일본의 군사 활동 반경은 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전수방위의 평화헌법 체제에서 일본 자위대가 전 세계에서 미군과 연합작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일본 이외의 국가를 겨냥한 무력 공격에 대한 행동을 명시하였다. 공격을 받는 제3국에 대해 일본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향후 북한 문제 등과 관련해 한반도 유사 상황 발생 시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이번에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의 특징을 정리하자면 자위대의 파견영역을 확대하고,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확장해서 미·일동맹을 글로벌화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방위협력지침이 새롭게 개정됨으로써 미·일동맹은 한층 더 공고해졌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이른바 ‘울트라동맹’이 형성된 것이다. 이제 일본이 그토록 염원하던 집단적자위권 행사는 공식화되었고, 보통국가화 및 군사대국화의 빗장은 미국의 암묵적 동의가 아닌 공식적 동의에 의해 풀리게 되었다. 전후 헌법 제9조를 통해 일본이 더 이상 전쟁을 하지 못하게끔 만들었던 미국이지만, 바로 그 미국에 의해 일본의 전수방위 원칙은 무력화 된 것이다. 미·일 양국은 더욱 강력해진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을 넘어 이제 압박하려 할 것이다. 최근 미·일 안보협의위원회의 공동성명은 이를 잘 방증한다. 미·일 안보협의위원회는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대한 공동성명에서 “일본 방위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 즉 미·일동맹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재균형 정책을 이행하는 중심이다.”라고 천명하였다. 미·일동맹을 축으로 중국봉쇄 전략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수행할 것임을 드러낸 것이다.
미·일동맹 축으로 중국봉쇄 전략 추진 의지 보여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강력한 미·일동맹이 도발로 여겨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미·일동맹의 강화가 중국을 위협하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 역시 이번 미·일 간의 새로운 밀월 형성은 대중압박이라는 양측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져 이루어졌다고 본다. 이른바 G2 시대로 대변되듯 이제 중국의 부상은 가정이 아닌 현실이다. 특히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은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당당히 내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는 초강대국의 위치에 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중국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국가가 바로 미국과 일본이다. 일본 역시 이제 중국의 부상에 따른 세력균형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을 군사안보 및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측면에서 핵심지역으로 간주하고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을 추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역 동맹국인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추진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따라서 미·일 양국은 ‘울트라동맹’의 바탕 속에 여러 채널들을 가동하여 중국의 굴기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미·일 양국의 대중압박 수위는 앞으로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미·일동맹을 축으로 향후 한국, 호주 등 타 국가들과의 3각 혹은 4각 동맹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시도할 것이며, 이들과 함께 대중봉쇄 전략을 이어가려 할 것이다.
조재욱 /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