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6월 2일

특집 | 중국, 강력 반발 강온병행 ‘투 트랙’ 대응 2015년 6월호

특집 |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 우리의 선택은?

중국, 강력 반발 강온병행 ‘투 트랙’ 대응

지난 4월 27일 미·일 양국은 아베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방위협력지침(Defense Guideline)’ 개정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일동맹이 중국을 포함한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이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의도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미·일동맹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특히 공산당 기관지인 <광명일보>는 “새로운 협력지침은 현재의 균형을 파괴하고 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해 역내 긴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대해 중국 은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의도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미·일동맹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사진은 중국 인민해방군 방공여단 훈련 모습

최근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대해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의도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미·일동맹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사진은 중국 인민해방군 방공여단 훈련 모습

“균형 파괴 … 새로운 군비경쟁 촉발”

중국의 이 같은 반응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중국은 이전부터 미·일동맹이 냉전의 산물로 구시대의 유물이 된 만큼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중국은 ‘동맹’이 제3국을 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만큼 미·일동맹의 강화는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일 뿐 아니라 중국의 안보와 지역안정을 위협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에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이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중국의 안보이익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12년 1월 ‘신국방전략지침’에서 제시한 것처럼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전쟁을 종료하면서 중국의 부상에 따른 지역불안정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력 재균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슬람국가(IS)의 부상 등 국제적으로 굵직한 이슈들은 미국의 이러한 정책에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 합의된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은 미국이 일본의 ‘군사역할 확대’를 발판으로 ‘아시아 회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드러낸 것으로 향후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둘째는 미·일동맹이 동중국해는 물론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번 방위협력지침에는 1997년 방위협력지침과 달리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인한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도서 방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즉, 적이 도서를 포함한 일본 영토를 공격할 경우 일본 자위대는 주도적으로 이를 격퇴하고 미군은 자위대의 작전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주변 지역에서의 해양영토 분쟁에 제3국의 개입을 철저히 배격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에서 일본과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일동맹에 의한 안보위협은 동중국해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새로운 방위협력지침에는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자위대가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미군과 협력하고 미 함정 호위작전을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만일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필리핀과 분쟁에 돌입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일본은 미국의 항모를 비롯한 해군함정을 호위함으로써 최악의 경우 중·일 간의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다.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따른 미·일동맹 강화는 중국의 해양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셋째로 미·일 양국의 미사일방어 협력 강화는 미·중 간의 핵 및 미사일 등 전략적 균형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이 자국의 전략적 군사력을 무력화할 것으로 보고 이에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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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댜오위다오 분쟁 시 미군 개입 감수해야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최소한의 핵전력을 유지함으로써 핵억제를 달성하고, 억제가 실패할 경우 소수의 미사일로 보복을 가한다는 ‘최소억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일본과 함께 미사일방어체계를 강화한다면 중국이 미국 또는 일본에 대해 가할 수 있는 전략적 억제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방위협력지침에서 미·일 양국은 조기탐지 및 정보교환 협력을 통해 북한은 물론, 중국 등 제3국의 미사일 공격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강화했다. 강대국 간의 전략적 군사력은 상대국가의 공격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지역 내 군사적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미·일동맹의 미사일방어 협력 강화는 중국의 안보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미·일동맹의 강화에 대해 중국은 강온전략을 병행하는 ‘투 트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동아시아 세력균형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2013년 3월 시진핑은 국가주석 취임 후 첫 해외순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데 이어, 2014년 5월에는 10년 넘게 끌어 온 대규모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전격적으로 체결했다. 그 해 5월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에서 시진핑과 푸틴은 중국의 영토분쟁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러 양국은 군사훈련도 강화하여 올해 5월 중국 해군은 지중해에서 러시아 해군과 ‘해상연합 2015’ 훈련에 돌입했으며, 오는 9월에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아 동해에서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회귀와 미·일동맹 강화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냉전으로의 회귀’를 불사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대러 전략적 협력 강화 … 미·일 군사위협 거부 전력 증강

중국이 러시아와의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5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지중해에서 러시아 해군과 ‘해상연합 2015’ 훈련에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7월 3일 러시아 극동 해역 인근에서 실시된 중·러 해상 연합 군사훈련 모습

중국이 러시아와의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5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지중해에서 러시아 해군과 ‘해상연합 2015’ 훈련에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7월 3일 러시아 극동 해역 인근에서 실시된 중·러 해상 연합 군사훈련 모습

또한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해양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미·일의 군사력을 위협할 수 있는 거부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상(商)’급 최신형 공격용 핵잠수함 3척을 조만간 도입하여 총 5척을 보유할 예정이다. 이 잠수함은 사거리 300km인 YJ(應擊)-18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탑재해 항공모함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책으로 기동핵탄두탑재미사일(MaRV), 다탄두각개목표재돌입미사일(MIRV), 위장미사일(decoy), 레이더탐지 방해용 금속편(chaff), 그리고 반위성무기(ASAT) 등의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와 별도로 중국은 소프트파워를 중심으로 주변 국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외 행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2014년 중국은 CICA에서 공동안보, 포괄안보, 협력안보, 그리고 지속가능한 안보를 골자로 한 새로운 안보관을 제시하여 미국을 배제한 새로운 지역안보 틀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2013년 중국이 제안하여 구체화되고 있는 ‘일대일로

(一帶一路)’, 즉 신실크로드 경제지대 및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구상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제안 등은 중국이 국제사회에 더 많은 공공재를 제공함으로써 지역협력과 공동발전을 주도하고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중국은 인도, 이란, 미얀마, 캄보디아 등과 ‘일대일로’를 통한 광범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57개국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중국이 독자적인 방식의 지역질서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으로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를 무력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대응은 손자(孫子)의 간접전략을 연상케 한다. 중국은 미·일동맹 강화에 대해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뿐 아니라, 경제·외교적 차원에서 아시아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함으로써 지금까지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정치의 ‘판’을 흔들려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향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해양영토 분쟁 문제는 미·일동맹과 중·러세력 간의 대립구도를 심화시키고 ‘동아시아 냉전으로의 회귀’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변수가 될 것이다.

박창희 / 국방대 군사전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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