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어떤 무기인가? 2015년 6월호
집중분석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어떤 무기인가?
2차 세계대전 말 핵무기가 등장하면서 전쟁의 모습은 바뀌어 버렸다. 핵무기는 모든 것을 파괴시키는 절대무기로 어떤 재래식 무기보다도 강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처럼 핵무기 한 발로 도시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구소련이 만들었던 50MT급 수소폭탄 ‘차르 봄바’의 경우 무려 100km 떨어진 사람에게 3도 화상을 입힐 정도였다. 이러한 핵무기를 합법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것은 현재 국제질서에서 오직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뿐이다.
물론 핵무기란 것이 핵폭발을 일으키는 탄두만 있다고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핵탄두를 목표로 하는 국가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그런 수단의 대표적인 것 3가지를 ‘핵전력 삼위일체(Nuclear Triad)’라고 부른다. 그 3가지는 바로 전략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핵전력 삼위일체’, 전략핵폭격기·ICBM·SLBM
SLBM의 개발은 미사일 기술발전과 관련이 깊다. 세계 최초의 SLBM 발사는 1955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미 2차 세계대전 당시 미사일의 잠수함 발사를 기획한 이들이 있다. 미사일과 잠수함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던 나치 독일이었다.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 마땅치 않자, 뉴욕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잠수함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1942년에는 로켓발사기를 장착하여 지상을 공격하는 전술을 고안했다. 1944년부터는 V2로켓을 견인식 잠수발사대에 수납하다가 부상하여 발사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이 설계는 이후 소련에 압수되어 소련도 최초에는 잠수함 견인식 발사대를 만들었다. 그러다 잠수함 안에 탄도미사일을 수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시작하여 줄루급 잠수함에서 이를 완성했다. 그리하여 1955년 9월 16일 줄루급 B-67 잠수함이 R-11FM(스커드A)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세계 최초의 SLBM 발사를 기록했다. 그리고 1959년 소련은 R-13 SLBM(SS-N-4 Sark) 줄루5급과 골프급 잠수함에 싣고 실전배치하게 되었다.
다만 소련의 SLBM 발사는 초기 기술에 바탕하여 잠수함이 수면 위로 부상해서 미사일을 쏘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실전 배치한 줄루와 골프급은 원자력 추진이 아니라 디젤-전기추진방식, 즉 재래식 미사일 잠수함(SSB)이었다. 작은 디젤잠수함에 미사일을 억지로 넣다보니 미사일 발사관이 잠망탑에 내장되는 형식으로 미사일 발사관도 2개(줄루급)나 3개(골프급)가 전부였다. 게다가 R-13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600km에 불과했다. 요컨대 전략적인 가치는 지극히 제한되었다.
소련의 위협에 대하여 한발 늦은 미국은 빠르게 움직였다. 아이젠하워 정부는 SLBM의 개발을 서둘러서 UGM-27 폴라리스 미사일이 개발되었다. 폴라리스는 본격적인 수중발사식 탄도미사일로 사정거리는 2천여 km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액체연료보다 훨씬 더 안전할 뿐만 아니라 미사일 자체의 크기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폴라리스 미사일을 수납하는 잠수함은 원자력 추진 전략잠수함(SSBN)으로 무려 폴라리스 16발을 탑재할 수 있었다. 최초의 SSBN ‘조지워싱턴’함이 1959년 12월 진수되고 1960년 7월 20일 폴라리스 발사시험까지 성공함으로써 미국도 본격적인 SLBM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미국이 성능 좋은 원자력 잠수함을 가지게 되자 소련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게다가 미사일도 수중발사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소련의 첫 SSBN 호텔급이 등장했고 R-21(SS-N-5 Serb)이 장착되었으나 호텔급도 겨우 3발의 미사일을 수납할 뿐이어서 1967년이 되어서야 소련은 SLBM 16발을 탑재하는 양키급 SSBN을 배치했다. 이때 즈음해서는 미사일 사거리 2,400km의 R-27(SS-N-5 Serb)이 실전배치되었다. 참고로 이 R-27이 북한 무수단 미사일의 원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양키급이 배치될 무렵, 미국은 SSBN 41척의 배치를 완료했다. SLBM 전력에서 미국은 이미 우위를 점해놓았던 것이다. 이렇게 유리한 입장을 바탕으로 미국은 소련과 함께 SALT-I(제1차 전략무기 제한조약)을 1972년 체결하여 양국이 보유하는 SLBM 발사관 수를 656개로 제한했다. 이는 미국이 이미 보유한 16발 SSBN 41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소, SALTⅠ 이후 발사관 수보다 성능개량 주력
이렇게 발사관 수를 제한하자 이제는 미사일 자체의 성능개량이 관건이었다. 미국은 1971년부터 최대 14개의 자탄을 탑재하는 MIRV(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 미사일)인 UGM-73 포세이돈 C-3 미사일을 배치했고, 1979년부터는 UGM-96 트라이던트I(C-4)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사거리가 7,600km로 증가했다. 소련은 사거리연장에 집중하여 1970년대 초반에 신형 델타급 잠수함과 함께 7,700km의 R-29 미사일을 배치했고, 1979년부터 R-29R을 배치하면서 MIRV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표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1981년으로 미국과 소련은 같은 해에 신형 SSBN을 취역시켰다. 미국은 오하이오급을, 소련은 타이푼급을 배치했다. 오하이오급은 트라이던트II 미사일 24발 장착하였으며, 타이푼급은 R-39 리프(SS-N-20 Sturgeon) 미사일 20발을 장착했다. 오하이오급은 18척이 건조되어 기존의 SSBN들을 모두 교체하면서 여전히 사용중이나, 타이푼은 6척만이 건조되었으며 현역을 지키고 있는 것은 1척 뿐이다.
물론 러시아도 SLBM의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가장 많은 SSBN인 델타4급에서는 R-29RMU 시네바(SS-N-23 Skiff)라는 신형 미사일이 2007년부터 배치되었다. 액체연료방식이지만 사거리가 무려 11,500km를 넘는다. 또한 러시아는 신형 SSBN 보레이급 3척을 건조하여 2013년부터 실전배치중이며, 보레이급에서는 신형 SLBM인 RSM-56 불라바를 채용하였다. 불라바의 사거리는 무려 1만km에 이른다.
탈냉전 시대, 핵무기·SLBM 관심 여전해
SLBM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역시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이다. 지상의 ICBM은 적의 미사일이나 공습으로 파괴될 가능성이 높지만, 심해에서 이동하는 SLBM은 생존성이 높다. 그리하여 적국의 선제공격으로 본토의 ICBM 반격이 불가능하더라도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여 적에게 보복하는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적으로 하여금 함부로 공격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SLBM은 수심 20~50m에서 발사되므로 사전에 발사준비 여부를 알기도 어렵다. 특히 소련에 비하여 ICBM과 전략폭격기의 숫자가 부족한 미국의 경우에는 SLBM 분야에서 우세를 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냉전 이후 미소 간 대결의 칼날이 무뎌지면서 더 이상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러시아는 예산부족으로 SSBN을 차례로 폐기했고, 미국도 오하이오급 4척을 순항미사일 발사용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나 이란, 시리아 등 국가들에서 핵개발의 정황이 드러나자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에서는 다시 핵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와 중국의 SLBM 개발도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까지 K-15라는 자국산 SLBM을 개발했다.
양욱 /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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