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연중기획 | 극동으로 달려오는 러시아! ① 2015년 1월호
러시아를 주목하는 이유?
2012년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러시아는 본격적으로 외교정책의 방향을 아시아태평양(아태)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호소하였고, 시베리아 극동지역의 개발이 이 지역의 경제후진성과 인구유출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국가적 사업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푸틴의 동방 중시의 배경에는 세계경제와 정치 중심이 대서양에서 아태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기본적 인식이 있다. 게다가 아태지역에서 러시아의 주력 수출품인 에너지 자원 수요가 현저히 높아지고 있는 것과 한반도의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가 동방을 중시할 수밖에 없게 하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동방 이동은 동북아 주요국들과 관계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대립을 심화시키는 유럽과 미국의 경제제재, 최근 유가 하락으로 루블화 가치 급락 등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는 가운데 아시아와 경제관계 강화로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과 연대를 심화시켜 유럽과 미국에 대항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피하려는 생각이다.
러시아 미래 핵심이익, 극동지역에 달려 있어
동북아 접근의 우선순위는 중국, 일본, 한반도순일 것이다. 우선 러시아는 중국과 정치·안보·경제 모든 분야에서 지정학적 동맹관계 수준에 있다. 러시아는 대러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과 밀월을 통해 유럽과 미국을 견제할 목적이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014년 12월 20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국제정세 변화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현 상황에서 중·러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여 양국의 협력관계를 확고히 한 바 있다. 다음으로 중시하고 있는 것이 일본이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서방선진 8개국(G8)에서 제외된 러시아는 대러 포위망을 허무는 데 있어서 일본을 활용하려 한다. 게다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해 일본에게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 다음 러시아의 동북아 외교 전략에서 중요한 한 부분이 대한반도, 즉 남북한과의 관계다. 아태지역에 있어서 러시아의 입장을 강화하는 데 남북한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러시아의 정치구상 측면에서 중요하다. 푸틴 대통령의 대외전략상 아태지역에서 한반도를 우선시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목적이 있다. 첫째, 긴장의 완화와 한반도에 있어서 새로운 전쟁의 저지다. 둘째, 아태지역 및 전 세계를 참사에 빠뜨릴 우려가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한반도에서 확산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셋째, 경제적 이익, 특히 먼저 러시아 극동지역의 근대화를 위해 한반도 요소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넷째, 한반도 및 동북아 전체에 이르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모스크바가 한반도에 평화적인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서 쥔 열쇠 중 하나는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최근 러·북은 정치·경제·안보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 양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군사 분야에서도 당과 군의 교류를 심화하고 있다. 양국의 접근은 2014년 초부터 눈에 띄었다. 대중국 관계의 냉각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고위급 지도자들이 차례로 러시아를 방문하여 양국 결속을 강화해 왔다. 2월에 개최된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3월에는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극동개발부장관이 방북, 무역확대방안에 대해 협의했고, 4월엔 유리 트루트녜프 부수상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전권대표가 방북했다. 이어 9월 말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모스크바 및 극동지방을 10일간 순방했으며, 10월 칼루쉬카 장관이 북한 철도정비사업 개식장에 참석하는 등 양국 간 협력을 위한 바쁜 움직임이 보였다.
2014년 봄 이래 러시아는 북한 국내철도의 개보수, 파이프라인 건설 이외에 항만개발이나 광산개발, 발전소의 보수 등을 북한과 협의했고, 3월 갈루쉬카 장관이 방북할 당시 양국은 2020년까지 무역총액을 10배로 증가시키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6월에는 북한의 이용남 무역상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여 비자간소화 협정을 체결하는 등 경제협력을 통해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입지를 천천히 다져나가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한 2015년 5월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초정했다. 만약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문이 실현된다면 2012년 4월 취임 이래 첫 외국 방문이 된다. 이처럼 양국의 협력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얻는다는 것은 곧, 러시아가 한국에 대한 위상을 높이게 되고, 한반도 및 동북아 전체에 있어서 자국의 입지를 종합적으로 강화시키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러, 북한 경제재건과 시베리아·극동 개발 연계 추진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북한의 경제재건을 둘러싼 국제협력을 시베리아·극동개발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동북아의 안보체제로, 남·북·러의 3국 경제협력에서 동북아의 국제경제협력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러시아는 미국, 중국, 일본과도 협력해나가며 정치·경제대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핵문제가 연착륙하여, 러시아의 남북 균형외교가 성공할 경우 러시아는 머지않아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제정러시아에 있어 제국주의적 팽창의 종착점이 한반도였다면, 2000년대 러시아에는 한반도가 재부흥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러시아의 극동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 긴밀히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정러시아에 있어 제국주의적 팽창의 종착점이 한반도였다면, 2000년대 러시아에게는 한반도가 재부흥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최태강 / 한림대 러시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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