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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즐거운 점심시간, 모두 집으로? 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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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31

즐거운 점심시간, 모두 집으로?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 학생들이 나라에서 매일 공급하는 두유(콩우유)를 마시고 있다. 평양 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힘 든 모습이다. ⓒ연합뉴스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 학생들이 나라에서 매일 공급하는 두유(콩우유)를 마시고 있다. 평양 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힘 든 모습이다. ⓒ연합뉴스

몇 달 전 무상급식 논란으로 시끌벅적한 적이 있었다. 무상이든 유상이든, 친환경 식단이든 아니든 아이들의 먹거리를 가지고 논의하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이 좋긴 좋구나. 학교에서 밥을 다 먹여주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북한을 떠올리며 ‘사회주의가 승승장구했다는 1960~1970년대조차 아이들에게 밥줄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의구심도 떠올랐다.

학교에서 밥을 준다? 북에선 상상할 수 없어

북한에는 학교급식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학교급식이다. 학교에서 밥을 준다? 그것도 공짜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에 북한에 있는 사람들과 통화할 때면 종종 자랑거리로 삼는 주제라고 한다. 물론 일부 유상급식을 하고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철저히 무상이다. 이러한 사실이 놀랍고, 부럽고, 이걸 북에 자랑하고 싶고, 통일 후 이 점을 북에 제일 먼저 도입하고 싶다.

이전에는 북에도 일종의 급식 비슷한 것이 있었다. 탁아소, 유치원 원아에 한정되어 점심을 줬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각하는 급식과는 분명히 다르다. 북한 인민은 태어나면서부터 국가에서 식량을 공급받는다. 한 살은 쌀 100g, 두 살은 200g, 세 살이면 300g이다. (참고로 중학생은 400g, 고등학생인 고급중학생은 500g, 성인은 700g이다.) 그런데 이 공급량에서 점심 몫을 제하고 준다. 공제한 표를 북한말로 식권이라고 한다. 식권을 떼는 데에는 소정의 가격을 지불한다. 그러다 보니 탁아소, 유치원의 점심 급식은 유상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이라는 사상 최대의 위기를 겪으며 이 점심 급식체계마저 없어졌다.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서 탁아소, 유치원을 다녔다. 최근 평양 중심부나 식량공급이 원활한 일부 기관의 탁아소, 유치원에서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점심을 주지만, 대다수는 자체적으로 돈을 거두어 운영하고 있다. 즉 식량, 부식물, 연료비 등을 거두어 탁아소, 유치원에서 직접 아이들의 점심을 만들고 공급하는 것이다. 이처럼 북에서 무상배급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학교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집으로 향한다. 대다수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기 때문에 금방 밥을 먹고 온다. 하지만 집이 먼 아이들도 밥을 먹기 위해 학교와 집을 오가는데 참 안쓰럽다. 더구나 여름이면 땡볕 아래 밥을 먹기 위해 한 시간여를 오가는 아이들이 딱할 뿐이다. 이렇게 힘들게 밥을 먹고 온 아이들이 학습 의욕은 생길지 걱정이 됐다.

물론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들도 있다. 교실에서 점심을 먹고 나면 교실 이곳저곳에 음식물이 떨어지고 냄새도 진동을 한다. 그런데 이 냄새라는 것이 참 묘하다. 단순히 냄새가 아니라 빈부격차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맛있는 냄새가 나면 잘 살아 보이고, 김치나 된장 냄새가 나면 위축되며 그 시선도 달라진다. 더욱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도시락에 자존심이 달린다. 누가 어떤 반찬을 싸왔는지, 어떤 도시락을 쓰는지 등 다양한 것들을 신경 쓴다. 그러다보니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심 도시락을 싸오는 아이들이 적어지고, 힘이 들어도 집에 가 점심을 먹으려 한다. 아이들이다 보니 장난도 벌어진다. 힘센 아이들이 반찬을 뺏어 먹고, 땅에 떨어진 반찬 조각을 다른 아이의 밥에 올리는 장난도 친다.

빈부격차, 맡아보면 안다?

대학의 모습도 한국과 많이 다르다. 한국의 대학에서는 학생, 교직원 모두가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대학식당들은 오로지 기숙사생들만 이용할 수 있다. 도시락을 싸온 학생들은 대학식당에서 먹을 수 있으나 나머지 학생들은 집에 돌아가 밥을 먹는다. 이는 식량사정과는 관계가 없다. 고난의 행군 이전에도 대학식당들은 기숙사생들만 대상으로 했다. 아마도 모든 것이 공급체계이고 이중공급을 배격하는 북한 사회의 특성이 반영되었기 때문 같다. 하지만 공급체계는 사라졌는데 기타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북한 땅에서도 우리의 급식체계가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유상이든 무상이든 상관없다. 학교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빈곤한 가정이면 무료로 먹을 수 있다는 것, 학교에도 식당이 있다는 것,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국가의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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