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8월 1일

영화리뷰 | 죽긴 왜 죽습니까? 죽지 않습니다 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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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연평해전>

죽긴 왜 죽습니까? 죽지 않습니다

CS_201508_72영화 <연평해전>의 열기가 뜨겁다. 벌써 누적관객 558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박스오피스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렇게 대중적 인기가 높아지면서 ‘연평해전’ 돌아보기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다. <연평해전>이 영화를 넘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며 큰 파급효과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실제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북한군의 도발로 인해 발생한 실제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영화의 소재가 된 것은 제2차 연평해전이다. 제1차 연평해전은 1999년 6월 15일 NLL 인근에서 발생한 교전으로 북한 어뢰정 1척이 격침되고 5척이 크게 파손 당해 북으로 도주하고, 우리 해군의 고속정 5척이 경미한 손상을 입었던 사건이다. 그래서 북한군의 특성상 언젠가는 1차 연평해전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도발이 점쳐지던 그런 시점이었다.

<연평해전> 둘러싼 정치몰이, 개봉 후 싹 사라져

제2차 연평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연평해전>은 월드컵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던 한국과 터키전이 열리는 날에 발생했다. 그야말로 허를 찔린 셈이다. 하지만 당시 사건에 대한 국민적 추모도 월드컵의 열기에 묻혀버렸다. 당시 정부의 태도도 마뜩찮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연평해전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서서히 목이 메어왔다.

영화는 무려 30여 분을 전투장면으로 할애했다. 실제 교전시간인 31분간의 치열함을 오롯이 전달하겠다는 제작의도가 엿보인다. 영화 <연평해전>은 상업성보다는 실제 발생한 비극적 사건을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제작발표부터 제작기간 동안 정치색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보수적 시각에서 과거 진보정권에 대한 흠집내기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그러나 개봉 직후 그러한 목소리는 이내 수그러들었다. 막상 영화관의 좌석을 차지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보수를 대변하는 기성세대들이 아니라 20대의 젊은 층이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연평해전>에 열렬히 공감하면서 좌우 정치몰이로 가려는 움직임이 주춤해졌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 <변호인>에서도 나타났다. 영화의 흥행으로 인해 영화내용의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반론입지가 좁아져 버리는 현상이다. 잘못 이야기했다가는 ‘역적’으로 몰릴 테니 말이다.

영화 <연평해전>의 제작기간은 무려 7년이다. 이 기간은 <연평해전> 탄생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제작비와 배급사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2013년에 와서야 클라우드펀딩(인터넷 모금)으로 7천여 명의 후원을 끌어내면서 제작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막상 개봉일을 앞두고는 메르스가 창궐하면서 개봉이 2주나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까지도 영화의 대박을 예측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영화에는 여러모로 당시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론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상황이었다.

영화는 연평해전에서 사망한 6명의 용사 중 막내인 박동혁 병장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실제로 박동혁 병장은 천안함에서 근무하다 참수리 357호에 배속되는데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두 함정과 박동혁 병장과의 인연이 묘한 비극적 데자뷰를 연상시킨다. 영화 초반부는 해군병영과 일반적인 장병들의 실제 모습이 잔잔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이후 일어날 사건을 알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평온한 일상적 모습이 오히려 짠하게 와 닿는다.

영화 속 자신 발견한 20대가 열광의 주축

사실상 우발적 충돌이 아닌 북한의 ‘계획된’ 도발에 의해 제2차 연평해전이 발생하고 31분의 교전시간이 말해 주듯 선제공격을 당한 우리 참수리 357호의 피해는 엄청났다. 교전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일방적인 집중사격이었다. 소형 고속정이 6노트의 속도로 적함 150m까지 접근했던 것이나 북한의 도발징후에 대한 인지 여부와 이후 조치, 관련 지휘관들의 사후 인사 등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보다 투명한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영화 <연평해전>에 20대 젊은이들이 열광한 것은 서해 바다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다 산화한 젊은이들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故 박동혁 병장이 아수라장이 된 함정에서 “죽긴 왜 죽습니까? 죽지 않습니다.”라고 한 외침이 귀에 쟁쟁하다. 그들은 그렇게 모두의 가슴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있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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