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8월 1일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재주가 뛰어나도 손발이 맞아야지! 2015년 8월호

print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29 <손장수와 발장수>

재주가 뛰어나도 손발이 맞아야지!

<손장수와 발장수>는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21분 길이의 만화영화이다. 이 영화는 ‘항일여성영웅 김정숙 어머님께서 몸소 들려주신 옛 이야기에 기초하여 만든 것입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아동영화 중에서 주제성이 강하고, 비교적 수준이 높은 작품에는 이런 문구가 붙는다. 특별히 정성들여 만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까? 다른 아동영화와 비교할 때 작품 수준이 높다. 영화 속 인물의 모습이며, 풍경묘사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빼어나고, 배경음악도 수준급이다. 복장이며 풍속이 사실적이어서 전문가의 고증을 거친 흔적이 역력하다.

<손장수와 발장수>는 엄청난 손힘과 손기술을 가진 손장수와 엄청난 발힘과 발재주를 가진 두 장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리 좋은 재주를 가졌어도 힘을 합쳐 여러 사람을 위해서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CS_201508_70 (1)

반드시 힘을 합쳐 마을을 잘 지켜주게

옛날 살기 좋은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풍년모임이 열렸다. 마을 사람들은 농악을 울리면서 풍년을 축하했고, 청년들도 모여서 재주를 자랑했다. 건장한 청년들은 쌍칼로 춤을 췄다. 옛날이야기를 소재로 한 아동영화에서 이러한 설정은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무(武)를 숭상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마을 좌상은 풍년모임 잔치를 준비하면서 두 장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장수는 6년 동안 산 속에서 재주를 갈고 닦았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재주를 물어보았다. 한 장수는 발힘을 키우고, 발재주를 가다듬었다. 다른 한 장수는 손힘을 키우고, 손재주를 가다듬었다. 두 장수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재주가 더 좋다고 생각하면서, 상대의 재주를 칭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을 잔치에서 누구의 재주가 좋은지 겨루어 보기로 했다.

좌상과 마을 사람들은 두 장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잔치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장수들의 재주를 선보이는 시간이 되었다. “바다 너머에 호시탐탐 마을을 노리는 적들이 있습니다. 이 잔치는 적을 대비하고 마을을 지키는 장수를 뽑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좌상은 말했다.

산 속에서 발재주를 익혀 억센 발을 자랑하는 차돌이 형 발장수와 손을 단련하여 단단한 손장수가 된 억돌이 삼촌이 나서서 각자의 재주를 뽐냈다. 두 장수는 서로 자기에게 마을 사람들의 훈련을 맡겨 달라고 했다. 좌상은 두 사람의 재주를 칭찬하면서 두 사람의 재주 모두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손장수와 발장수는 ‘날 믿지 못해서 맡기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한편 바다 건너 도적들은 마을을 침략할 계획을 꾸몄다. 염탐꾼을 보내 마을을 자세히 살피고 쳐들어 올 계획도 세웠다. 도적대장은 염탐꾼의 정보를 듣고 경비가 튼튼한 앞쪽보다 다소 경비가 허술한 뒤쪽 노루목을 통해 쳐들어왔다. 이를 모르는 좌상은 마을 사람들에게 앞쪽을 막도록 하고 손장수와 발장수는 노루목으로 보내 대비하게 했다. 좌상은 두 장수에게 “자네들을 믿고 보내니 반드시 힘을 합쳐 잘 지켜주게.”라고 당부했다.

CS_201508_70 (2)

두 소년 등장, 혁명후비대 역할 강조 위한 것

차돌이와 억돌이도 두 장수를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좌상은 만일 두 장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연락하라며 차돌이와 억돌이도 노루목으로 보냈다. 북한 아동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설정한 것은 소년단원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다. 전쟁이 나면 나이 어린 소년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혁명후비대로서 역할을 알려주는 것이다.

한편 노루목에서 두 장수는 엄청난 재주로 활약하며 도적을 물리쳤다. 하지만 용케도 도적 두 명이 도망쳤다. 두 도적은 손장수와 발장수의 약점을 알았다. 손장수는 하체가 약점이었고, 발장수는 상체가 약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도적대장은 두 졸병을 앞세워 다시 쳐들어왔다.

손장수와 발장수는 서로 자기의 재주를 자랑하다가 누가 더 많이 도적을 잡는지 내기를 하자며 서로 떨어져 싸우기로 했다. 두 장수의 약점을 알고 있는 도적대장은 꾀를 냈다. 키가 큰 도적을 골라 발장수와 맞서게 했고, 키가 작은 도적들을 골라 손장수와 맞서게 했다. 발장수의 발차기는 키가 큰 도적에게 닿지 않았고, 손장수의 주먹은 키가 작은 도적에게 미치지 못했다. 손장수와 발장수는 열심히 싸웠지만 점점 궁지에 몰렸다.

도적에게 몰리던 두 장수는 마침내 힘을 합하기로 했다. 손장수가 발장수 위에 올라타 싸움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이 통하지 않아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두 장수는 힘을 잃고 적에게 포위됐다. 절체절명의 순간 다행히 마을 사람들이 위기에 처한 두 장수를 구해냈다. 두 장수는 자기의 재주를 뽐내기에 앞서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욕심으로 위기를 자초했던 손장수와 발장수는 힘을 모아서 적들을 물리치고 고향을 지켜낸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