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8월 1일

세계분쟁 25시 | 방치된 죽음의 땅, 시리아 내전

print

세계분쟁 25시 16

방치된 죽음의 땅, 시리아 내전

반정부 시위로 시작된 내전은 시리아를 죽음의 땅으로 바꾸었다. 정부군과 반군 간의 충돌로 시작된 내전은 2014년부터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L)와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 등 극단주의 집단이 가세하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변모했다. 시리아에서는 지금까지 22만명이 사망하고 전체 인구의 절반인 1,1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2011년 3월 시리아 남부의 도시 데라에서는 약 15명의 학생들이 벽에 낙서하는 조그만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튀니지와 이집트의 ‘자스민 혁명’에서 사용되었던 구호를 사용했다. 정부는 사건의 주모자들을 체포하고 고문을 가했다. 이에 자극받은 데라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고, 이 시위는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었다. 시위가 확대되어 내전으로 이어진 것은 그동안 누적된 시리아 사회의 불만과 종파 간 갈등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국민 74%가 수니파 이슬람교도이다. 그런데 시리아의 정권을 장악한 것은 시아의 분파인 알라위파이다. 즉 소수 시아파가 다수 수니파를 통제하는 모양새다. 이러다 보니 다수의 수니파가 느끼는 차별과 고통은 더욱 크다. 특히 197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하페즈 알 아사드는 약 2만5천명을 학살한 ‘하마 대학살’을 통해 반대파와 수니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한 바 있다. 이후 30여 년간 장기집권을 한 하페즈 아사드는 2000년 사망하기 직전 자신의 아들에게 정권을 넘겨주었다.

지난 1월 3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야르무크 팔레스타인 캠프에서 난민들이 식품 배급을 위해 끝없이 줄지어 서 있다.

지난 1월 3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야르무크 팔레스타인 캠프에서 난민들이 식품 배급을 위해 끝없이 줄지어 서 있다.

감시통제형 시리아 정부, ‘대학살연상케 해

시리아는 전형적인 감시통제형 국가이다. 비상사태법과 비밀경찰제도를 이용해 국민을 감시·탄압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아사드 가문이 자리잡고 있다. 국가의 주요 권력기관을 그들이 통제하고 있으며, 각종 이권을 나누어 가져 부정부패는 상상 그 이상이다.

시리아 정부는 2011년 4월 상황이 악화되자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는 유화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 군대와 각종 중화기를 동원한 유혈진압도 지속했다. 이로 인해 2011년 한 해만 해도 약 7,800여 명이 사망하고 3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2011년 6월부터 시작된 시리아 정부군의 하마공격은 제2의 하마 대학살을 연상시킬 정도로 참혹했다. 정부군은 시위에 나섰던 40만명의 군중들에게 전차와 포병을 동원해 공격을 실시했다. 7월 31일에는 하루에만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2012년 8월 다마스쿠스와 알레포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정부군과 반군과의 전투에서 약 5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부군은 항공기를 동원해 반군의 거점을 폭격했다. 이후 전차와 장갑차를 투입해 저항하는 반군을 조직적으로 소탕했다. 2012년 사망자는 4만9천여 명으로 내전 첫 해인 2011년에 비해 5배 가까운 숫자였다. 사태가 악화되자 유엔이 나섰다.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이 특사로 시리아에 파견되었다. 속 시원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시리아 내전 상황을 소강상태에 이르게 하는 정도였다.

2013년 접어들면서 시리아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되어 7만4천여 명이 사망했다. 아사드 정권과 같은 시아파인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시리아 정부군 편에 섰고 러시아는 아사드에게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수니파가 다수인 반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가들과 터키 등 수니파 국가들이 지원하고 있으며 온건 반군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도움을 받고 있다. 시리아 내전이 국제전쟁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014년 7만6천여 명이 사망했다. 2014년 시리아 내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피아 구분이 ISIL의 칼리프 통치 국가 설립 선포 이후 모호해졌다. ISIL은 시리아 내 소수 종교와 민족을 무참하게 학살했고, 알누스라전선은 2014년 9월 미국의 공습을 받고서는 미국이 편든 온건 반군들에도 총구를 겨눴다. 소수 민족인 쿠르드와 아시리아 기독교도 등은 자체 민병대를 조직해 ISIL과 정부군 등의 공격에 맞서고 있다. ‘수니 대 시아’, ‘서방 대 러시아’의 구도였던 내전은 ISIL이 가세하면서 복잡하게 얽혀버렸다.

국제사회 사실상 묵인으로 제재 효과는 반감

2015년 5월 시리아에서 6,600여 명이 사망했다. 내전 발발 이후 월별 사망자 집계로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것은 지난달 4,400여 명보다 2천명 이상 급증한 숫자이다. 내전이 시작된 2011년 3월 이후 약 22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월 평균 4,500명이 사망한 셈이다.

EU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제재에는 무기와 석유 등의 금수조치, 정권의 주요 직위자들에 대한 자산 동결 및 여행제한, 주요 기업에 대한 투자 및 거래 금지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제재에 소극적인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이 시리아 정권을 지원해 제재의 효과는 반감되고 있다. ISIL 등장 이후 내전을 대테러 전쟁으로 몰고 가려는 아사드 정권의 이해관계와 미국의 ISIL 제거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아사드는 반군을 대테러전쟁의 대상자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의 묵인 하에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그가 내전 책임의 면죄부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대목이다. EU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ISIL로 인해 시리아 내전의 본질이 퇴색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상현 / 군사연구소 연구위원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