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8월 1일

집중분석 | 이란 핵협상 타결, 오바마 정부 다자외교 탄력받나? 2015년 8월호

print

집중분석

이란 핵협상 타결, 오바마 정부 다자외교 탄력받나?

지난 7월 14일 이란과 주요 6개국 간 핵협상 타결이 13년 만에 이뤄짐으로써 이란은 앞으로 10~25년간 핵시설에 대해 IAEA의 감시를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유엔의 재래식 무기와 탄도미사일 금수조치는 각각 5년, 8년 뒤 해제된다.

지난 7월 14일 이란과 주요 6개국 간 핵협상 타결이 13년 만에 이뤄짐으로써 이란은 앞으로 10~25년간 핵시설에 대해 IAEA의 감시를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유엔의 재래식 무기와 탄도미사일 금수조치는 각각 5년, 8년 뒤 해제된다.

 

13년 만에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이 타결됐다.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지난 7월 14일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최종 합의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과 테헤란 미 대사관 점거사건 이후 국교가 단절됐던 미국과 이란이 화해하는 전기가 36년 만에 마련됐다. 막대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이란이 중동 내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등 중동의 정치역학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시장 진출을 위해 서양의 기업들도 앞 다퉈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북한 핵협상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란, 중동질서 안정시킬 카드 역학구도 바뀌나?

이란과 서방의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은 협상을 통해 도출해 낸 핵문제 해결사례다. 서방과 이란 양측의 요구가 절묘하게 절충된 것이었다. 협상 타결과 동시에 제재가 해제될 것을 요구한 이란은 한 발 물러섰다. 제재가 풀리는 시점은 IAEA의 핵시설 사찰과 이행상황 점검 결과가 나온 뒤인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이란이 ‘핵주권’이라고 명명한 핵기술 연구·개발 권리는 나탄즈로 제한되긴 했지만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안보리의 대 이란 무기 금수조치와 탄도미사일 제재는 각각 5년과 8년간 유지하는 데서 절충되었다.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던 군사시설을 포함한 의심되는 시설에 IAEA의 접근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만, 이란과 주요 6개국이 함께 구성한 중재기구의 협의를 거치도록 해 이란의 요구가 반영되었다. 이번 합의안이 이행된다면 이란은 수십 년간의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복귀한다. 특히 2012년 석유금수조치로 피폐해진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된다. 반면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다자주의’ 외교가 최대 성과를 거두게 된다. 쿠바와의 관계회복에 이어 중동의 골칫거리 이란 핵문제까지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게 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력보다는 대화와 협상으로 중동의 안정을 추구한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으로 발생한 미군의 인명피해는 물론 군비로 인한 재정적 부담에서 벗어나겠다는 것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동 전략의 한 틀이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인명피해를 겪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혼란 그리고 이슬람국가(IS)의 등장 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시아파인 시리아 집권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 시아파인 이라크 중앙정부의 안정화, 종파 갈등과 극단주의 세력 근절 등을 위해 이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바그다드와 다마스쿠스를 설득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역내 행위자가 이란뿐이라는 점을 오바마 행정부는 잘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36년간의 미국의 제재, 유엔 차원의 제재,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서방 정부의 독자적 제재로 이란 시장이 중국에 급속히 잠식되고 있는 상황을 종식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부각되었다. 현재 최대 원유 생산지인 걸프지역과 차세대 에너지보고인 카스피해를 모두 가지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이란이다. 21세기 가장 중요한 에너지 대국이다. 이런 이란이 중국과 정치경제적 혈맹관계로 나아간다면 미국도 후에 두 국가를 떼어놓기 어렵다. ‘이란의 중국화’ 현상을 이 시점에서 막을 필요가 있었다. 이란과 중국이 혈맹관계를 구축하면 미국의 중동 내 이권은 물론 세계정치역학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 서방의 기나긴 협상으로 마련된 타결안은 향후 적지 않은 난관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은 60일간의 검토 기간 이후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내 공화당과 친이스라엘계 의원들은 이미 거부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협상을 ‘역사적 실수’라고 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아랍 국가들도 미국과 이란의 화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신방위정책’ 등을 언급하며 러시아와 안보협력을 할 수도 있다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동 내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이란이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복귀한다면 중동 내 새로운 패권 국가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타결된 합의 내용이 순조롭게 이행될지 여부도 미지수다. 이행 과정에서 이란이 약속을 위반하거나 미국이 제재 해제를 미적거린다면 양측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합의 자체의 근간이 뒤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낙관론이 우세하다. 의회가 승인을 거부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미 의회가 오바마 대통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전체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자가 필요하다. 현재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무난히 3분의 1 이상의 지지를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남은 건 북핵뿐 국제사회 관심 집중될 것

한편 이란 핵협상 타결이 북한 핵문제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안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란은 최소한 ‘겉으로는’ 평화적 원자력 개발을 주장해왔다. 반면 북한은 핵실험을 수행하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해왔다. 이란은 또 핵확산금지조약(NPT) 틀 내에서 서방과 13년 동안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북한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서방의 시각에서 볼 때 북한의 정치경제적 중요성은 이란에 비해 크게 낮다.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이란 핵협상 타결은 북한에 적지 않은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서방과 극한 대치를 보인 유일한 핵문제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