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8월 1일

기획 | 공포 심어 충성심 유도, 체제안정성은? 2015년 8월호

print

기획 | 김정은식 측근정치, 어디로 가는가?

공포 심어 충성심 유도 체제안정성은?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도 북한에서는 숙청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해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변인선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한광상 노동당 재정경리부장,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숙청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총살 첩보를 공개하면서 김정은 집권 이후 처형된 간부는 2012년 3명, 2013년 30여 명, 2014년 31명, 올해 현재까지 8명 등 총 70여 명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집권 이후 70여 명 처형주요 간부 전방위 숙청 단행

우선 현 부장은 김정은에 대한 불만 표출과 김정은 지시 수차례 불이행 혹은 태만 등의 이유로 4월 30일께 숙청됐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현 부장은 올해 들어 김정은의 공개 활동을 14회에 걸쳐 수행한 핵심 측근으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다음으로 군 서열 2위였다.

마원춘 국장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거론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밀착 수행하며 마식령 스키장 건설 등 주요 시설 건설을 지휘한 인물로 김정은 체제의 ‘건축 브레인’이지만 작년 11월 “순안공항을 주체성과 민족성이 살아나게 건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돼 일가족과 함께 양강도 지역 농장원으로 배치됐다.

변인선 국장은 군에서 성장한 인물로 2013년 8월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에 임명돼 지난해 3월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에 선출됐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군 상장에서 대장으로 승진한 후 김정은 제1위원장의 각종 군 훈련 시찰에 동행하며 활약했다. 그는 김정은의 핵심 군사참모였으나 대외 군사협력 문제와 관련 김정은의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시했다가 크게 질책을 받고 올해 1월에 숙청됐다는 후문이다.

한광상 부장은 2010년 1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리모델링을 마친 묘향산 향산호텔에서 인민군 청년기동선전대의 공연을 관람할 때 동행하면서 당 제1부부장으로 처음 북한언론에 소개됐다. 그는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면서 최측근으로 활동하다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올해 3월 초 이후로는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조영남 국가계획위 부위원장은 평양 대동강 쑥섬에 건설 중인 과학기술전당의 설계에 대해 김정은에게 이견을 제시하고, 미래과학자거리 건설과 관련해서도 “전기부족으로 공사하기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가 올해 2월 처형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 이후 처형한 측근이나 간부는 이들 뿐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3년 11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김정은 체제의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해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숙청된 것을 꼽을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장성택을 숙청한 것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대표적인 조치인 것은 물론 북한과 중국의 사이가 틀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극히 이례적으로 사형 집행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은 국내외의 거센 비판까지 받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에도 노동당과 내각, 군부에 있는 장성택 인맥에 대한 숙청 작업을 벌여 자신에 대해 모반을 일으킬 여지를 사전 차단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이영수 당 근로단체 비서 등 이른바 장성택 라인이 줄줄이 사라졌다.

2012년 7월에는 군부 실세였던 당시 이영호 북한군 총참모장이 해임됐다. 이는 김 제1위원장이 처음으로 ‘직접’ 칼을 빼들어 당시 실세를 정치적으로 숙청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이송길 해주시당 책임비서 등 황해남도와 중앙의 당 간부 10여 명이 한국 드라마 시청 등의 죄목으로 처형됐다고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후계자 시절이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도 숙청을 벌여 박남기 당계획재정부장, 홍석형 당 비서,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등 20여 명을 숙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체제 들어 잇달아 이어지는 이 같은 숙청은 북한 권력층에 공포를 심어 충성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정원은 지난 5월 “현영철이 4월 30일경 평양 강건 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고사총으로 총살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국회에서 밝혔으며 7월 14일 현영철 전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을 공식 확인했다.

국정원은 지난 5월 “현영철이 4월 30일경 평양 강건 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고사총으로 총살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국회에서 밝혔으며 7월 14일 현영철 전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을 공식 확인했다. ⓒ연합뉴스

호통정치중간간부 동요 체제 뒤바꿀 수준 아냐

짧은 기간 안에 정권을 물려받아 권력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호통정치’를 통해 간부들의 기강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할 때 격려와 칭찬 등 긍정적인 내용을 주로 전해왔으나 김정은 정권 들어 ‘질타’와 ‘지적’이 있었다는 보도가 잦아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현지지도 시 화를 내는 장면이 좀처럼 공개되지 않았으나, 김정은 제1위원장은 데뷔 첫해인 2012년 5월부터 평양 만경대유희장에서 잡초를 직접 뽑으며 놀이장 관리가 ‘한심하다’고 질책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등장했다.

2013년 5월에는 미림 승마구락부 건설현장에서 자신이 보낸 외국 승마학교 자료를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가 하면, 해군 부대를 시찰하면서 “위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군인들이 생활하는 병영을 적합한 곳에 정하지 않았다.”며 지적을 쏟아냈다. 최근 완공된 평양 순안국제공항 제2청사가 한창 건설 중이던 지난해 11월에는 건설현장을 찾아 “주체성, 민족성이 살아나게 마감하라고 과업을 줬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질책하며 재설계를 지시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호통’과 ‘질책’의 대상은 군부대나 건설현장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문화예술이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에 빠져 있다며 문학예술인들의 ‘패배주의’를 질타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호통정치’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대동강 자라공장을 찾은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 공장처럼 일을 해선 안 된다.”고 격노하며 “위대한 장군님의 업적을 말아먹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과거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질책과 호통, 분노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는 것은 결국 상대적으로 미약한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는 방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해외에서 근무하는 북한 중간 간부의 이탈과 한국행이 이어지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이 고위층 내에 만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정은 체제에서 숙청이 잦고 호통정치를 통한 간부들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자 북한을 떠나는 행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최고위층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으나 중간 간부급, 특히 해외에 나가 있는 중간 간부들은 동요와 이탈이 심각하다.”면서 “상당수가 동요하고 있고 일부는 국내로 들어와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한 권력 상부층 가운데 자기 보신행태가 많이 늘어 책임자가 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질책만 받을 수 있어 그런 것인데, 공포가 지배하고 있으나 분노가 공포를 이겨서 체제를 뒤바꿀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런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데,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약화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무너 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양무진 북한대학 원대학교 교수도 “체제 불안정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평양 시민의 동요나 군부의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사회의 특성상 일부 고위층이 불만을 가지더라도 이를 세력화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체제를 위협하 는 계기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KR_201508_34

내부 불만 무마 위한 군사 도발 나설 수도?

일각에서는 내부적으로 동요가 이어지면 사회적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기 위해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6월 28일 취임 1주년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 동향과 관련, 평안북도 철 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증축 공사를 언급했다. “전략 적 수준의 도발이 있다면 10월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로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10월에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의 무 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발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 한의 이같은 도발이 내부적 수요보다는 외부적 요인에 영향 을 받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남북관계가 냉랭한 상황에서 8월에는 을지프리덤가 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예정돼 있다. 한·미군 사훈련 기간 북한이 예년처럼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면 남북 관계는 한층 더 경색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또 10월에는 김 정은 체제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 로켓을 발 사하는 등 군사력을 과시하려고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 다. 김정은 체제의 군사적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인공위성 발사를 내세워 장거리 로켓의 성능 개량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게 된다면 한 반도 상황은 더 꼬일 개연성이 충분하다. 유엔 안전보장이 사회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의 고삐를 더 강하게 죄 려고 할 것이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제4차 핵실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듯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내부 변수보다는 외부 변수에 더 강하게 연관성을 맺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흔들리는 민심을 추스리는 부수적 효과 도 함께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의 공포정치가 북한 사회 내부의 와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오히려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 은 역으로 김정은 체제의 내부적 공고화에 호재만 제공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