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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 “돌 위에 핀 꽃이 되렴” 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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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6

돌 위에 핀 꽃이 되렴

해마다 이맘때면 대입 반 학생들의 얼굴이 편치 않다. 대학 입시원서를 접수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탈북 친구들은 ‘특례 입학제도’로 대학에 들어간다. 북에서 제대로 공부를 못하고 온 아이들이 남한의 교과 과정을 따라간다는 것은 높은 벽일 수밖에 없다. 유치원 때부터 입시 준비를 해 온 남한 학생들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 탈북 학생들에게 특례 입학제도는 엄청난 혜택이자 선물이다.

명문 대학보다 졸업 후 진로 관련 학과 추천

예전에는 명문 대학 등에서 탈북 학생들을 받아주는 곳이 많았는데, 탈북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이 점점 더 줄고 있다. 거기다 지금까지는 자기소개서 및 면접만으로 입학 전형을 하던 대학이 필기시험까지 도입한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바싹 긴장한 상태이다. 특례 입학으로 들어 간 탈북 대학생들이 제대로 적응을 못 하고 중도 하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친 제자 중에도 명문 대학만을 고집하다 결국 중도 포기한 경우가 있다. 도저히 교수님의 강의를 따라 갈 수가 없었다는 고백과 함께.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나머지 선생님들은 명문 대학보다는 졸업 후 직업과 연결될 수 있는 학과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나 또한 명분보다는 실리를 우선으로 하는 교육이 훨씬 실질적이라고 본다.

이번에 대학 원서를 쓰는 학생들도 그 점을 잘 알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탈북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1,000자 정도의 자기소개서 쓰는 것을 많이 힘들어 한다. 그래서 나만 보면 ‘구원의 눈길’을 보내며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들이 쓴 글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해마다 ‘자기소개서’ 쓰기 대소동을 벌이는 걸 보아 온 터라, 나는 학기 초부터 차근차근 쓸거리를 준비하게 한다.

예를 들면, ‘나를 움직인 책 한 권’에 대한 서평을 써 본다거나,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멘토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산문으로 풀어내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수업 시간에 착실히 글을 써 온 친구들은 별 무리 없이 원서를 쓰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절절 매고 있다. 하긴 남한 친구들도 ‘자기소개서’를 ‘자기 소설’을 쓰는 것이라며 힘들어 하는데, 북에서 온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다.

자기소개서, 학기 초부터 차근차근 준비

며칠 전의 일이었다. 학교에 가니, 얼굴에 근심으로 가득 찬 원희가 내게 다가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 간신히 쓰기는 했는데 정말 자신이 없슴다. 자기소개서 지도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슴다.” 원희는 평소에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학생이었다. 원희의 속사정을 잘 모르는 터라 별 기대 없이 글을 읽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묻는 란에 쓴 글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 하고 말았다.

북에서 태어난 나는 수많은 일을 다 겪으며 살았다. 엄마가 아파도 동네에 병원이 없어 기차를 타고 평양에 갔는데, 한 달 만에 엄마는 더 심한 환자가 되어 돌아오셨다. 거기다 동생마저 불치의 병을 앓고 있어 아버지는 늘 힘들어 했다. 환자가 많은 우리집은 늘 빛바랜 벽지처럼 어두웠다. 희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나는 학교도 나가지 못하고 엄마 대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다. 그러던 중 나는 동네 언니가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만 믿고 탈북을 결심했다. 중국에서 공안의 눈을 피해 사는 게 힘들어 남한으로 오는 길을 죽기 살기로 뚫었다. 다행히 좋은 선교사님을 만나 남한에 오게 되었다. 하늘꿈학교에 들어 와 공부를 하면서 간간히 브로커를 통해 북한 소식을 들을 수 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동생은 여전히 아프고, 아버지도 변변히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진로를 생각하며 우리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드시 ‘간호학과’에 가 많은 것을 배워서 전문 간호사가 되고 싶다. 제대로 된 약 한번 못 쓰고 저 세상으로 떠난 엄마, 병명도 모른 채 늘 아픈 내 동생. 통일이 되면 난 하얀 가운을 입은 간호사가 되어 가족의 아픔을 치유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성을 다하면 돌 위에서도 꽃이 핀다.”고 하시던 엄마의 말을 나는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대학에 가서도 무엇이든 정성을 다하면 반드시 꽃을 피울 것이라 믿는다.

물론 문맥이나 문장은 틀린 곳이 많아 수정을 한 글이긴 하다. 나는 원희의 글 속에 나오는 “정성을 다하면 돌 위에서도 꽃이 핀다.”는 말이 참 신선했다. 원희에게 수정된 원고를 건네며 나는 한 마디 덕담을 했다. “너는 반드시 돌 위에 핀 꽃이 될 거야.”

탈북 아이들이 지금은 힘들게 입시 원서를 쓰지만 머잖아 ‘합격’이라는 좋은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 믿는다. 원희뿐만 아니라 힘든 가운데서도 공부를 하기 위해 애쓰는 모든 탈북 학생들에게 대학의 문이 활짝 열리길 간절히 소망한다.

박경희  / 하늘꿈학교 글쓰기 지도교사

Q. 대학에 가고 싶은 탈북 청소년입니다. 대학진학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대학진학과 관련해 적성·진로탐색부터 시작해 대학생활에 대한 이해까지 함께 고민하며 준비할 부분이 무척이나 많지만 입학방법(전형)과 학비지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탈북 청소년은 재외국민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특별전형으로 탈북 청소년을 모집하는 대학들은 자기소개서와 같은 서류전형, 면접, 논술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각 대학이 실시하는 전형은 다양하기 때문에 대학진학을 희망한다면 미리 선발일정과 전형방법을 알아두고 준비해야 합니다. 참고로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2016학년도 탈북학생 특별전형 대학입시 자료집」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입학과 더불어 고민되는 부분이 학비라고 생각됩니다.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고졸 이상의 학력을 인정받은 탈북 청소년은 5년 이내 입학 시 입학금과 등록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국공립대의 경우 100%를 정부가 지원하고, 사립대는 정부와 대학이 각각 50%씩 지원합니다.

학비지원과 관련해 꼭 기억해야할 것은 직전 학기 평균성적이 100점 만점 중 연속 2회 70점(C학점) 미만인 학생은 당해학기에 학비를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입학하고 6년 범위에서 8학기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원기간이 지나면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합니다.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탈북 청소년 모두 응원합니다. 파이팅!

전지현 / 화성시청 북한이탈주민 담당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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