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9월 1일

영화리뷰 | “3천불! 우리 잊으면 안 돼”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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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3천불! 우리 잊으면 안 돼

CS_201509_70지난 8월 15일 광복 70년 즈음에 발표된 일본 아베 총리의 담화를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 광복절을 전후로 일제강점기를 회고하는 분위기 조성과 더불어 영화 <암살>이 주목받았다. <암살>은 1933년부터 해방시기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역사적 사실에서 오는 긴장감과 극적 플롯을 잘 조합한 탓에 스크린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벌써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 영화는 제작 초기부터 유명 스타들의 합류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플롯이 탄탄한 편이다. 1933년 친일파 암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암살>은 일제강점기 경성(서울)과 상하이를 무대로 펼쳐진다. 역사적 사실을 기본적인 베이스로 깔고 있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필요하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경성 무대로 한 친일파 암살 소재

역사적 사실에 최동훈 감독 특유의 반전 묘미가 덧칠해지면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선에서 잘 정리된 느낌이다. 등장인물 가운데 실존인물이었던 김원봉(조승우 분)과 관련해서는 역사 교과서 기술 논란이 있었다. 사실 김원봉의 일생은 항일운동으로 점철되어 있다. 극중에서는 김구와 김원봉이 절친한 것으로 묘사되었는데, 1933년은 김구와 김원봉이 항일운동의 노선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면서 관계가 소원하던 시기였다. 김원봉은 초기에 의열단을 이끌면서 테러나 암살을 통한 항일운동을 했지만 후에 정규군을 통한 항일운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자각하고 국민당 산하 황포군관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국민혁명군 소위로 참전하게 된다. 그리고 1945년 해방과 함께 귀국했으나 1947년에 친일파로 유명한 노덕술에게 체포되어 고문과 구타를 당하게 되면서 당시 남한 정부에 큰 회의를 품고 1948년 월북하게 된다. 이후 북한에서 국가검열상, 노동상 등 중책을 맡아 활동하다가 1950년대 말 김일성 유일체제형성과정에서 숙청되었다.

영화 <암살>에는 몇 개의 영화가 겹쳐 보인다. 출연배우들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우선 최동훈 감독의 이전 작품인 영화 <도둑들>이 떠오른다. 여기에 출연했던 전지현, 이정재, 오달수가 그대로 출연했고 액션 씬에도 <도둑들>의 색채가 있다. 영화 <베를린>도 연상된다. 전지현을 매개로 하정우, 이경영이 출연했고 다시 하정우를 매개로 영화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조진웅, 박병은이 합류했다.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부산을 무대로 최형배(하정우 분)와 김판호(조진웅 분)가 라이벌 조직의 두목으로 등장하며 보여준 표정연기와 심리묘사가 압권이었다. 최형배가 학창시절 자신의 부하였던 김판호에게 담배를 물어 보이며 “불 좀 붙이 봐라.”며 도발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영화 <암살>에서는 속사포(조진웅 분)가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에게 담뱃불을 붙여달라고 하는 장면으로 살짝 ‘오마쥬’하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 기반으로 잘 버무려진 픽션

<암살>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픽션과 잘 버무려져 있다. 영화의 주인공격인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분)이 한국독립군 이청천 부대 제3지대 저격수로 일본 기관총 사수를 저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시기상 이 전투는 대전자령(大甸子嶺) 전투다. 영화는 소품의 고증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이 영화에서는 여러 총기가 등장하는데 역사적 고증에 따라 당시에 사용된 실물이 사용됐다. 안옥윤이 저격총으로 사용한 모신나강 소총은 러시아군 주력 소총으로 당시 저격용으로 사용되었던 총기이고 영화 초반부에 염석진(이정재 분)이 사용한 마우저 역시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퇴역군인들이 중국 군사고문단으로 활동하면서 들여온 권총이다. 하와이 피스톨의 PPK나 영감(오달수 분)의 PM-28, 속사포가 사용한 톰슨 M-1928기관총 등 당시에 사용되던 총기들을 잘 고증했다.

1930년대 상해의 모습이나 경성(서울)의 거리 모습도 돋보인다. 출연배우들도 실제 과거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한 묘한 환상에 빠졌다고 할 만큼 미술과 소품에 꽤 공을 들였다. 그래서인지 “3천불! 우리 잊으면 안 돼.” 하와이 피스톨의 분신인 영감이 안옥윤을 향해 외친 마지막 인사말은 시공을 넘어 고인이 되신 독립운동가들이 우리에게 외치는 듯한 환청을 불러일으킨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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