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9월 1일

박계리의 스케치北 | 남북의 피아노, 분단을 넘어 만나는 하모니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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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리의 스케치北 45

남북의 피아노, 분단을 넘어 만나는 하모니

전소정,  단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전소정, <먼저 온 미래> 단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오는 9월 2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북한프로젝트’ 전시가 열린다. 국내외의 작가뿐만 아니라 북한의 포스터와 유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 중 피아노 음률이 흘러나오는 작품이 있어서 발길을 이끌고 있었다. 전소정의 작품 <먼저 온 미래>였다.

전소정은 영상, 드로잉, 오브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서 연극, 영화, 문학 등의 타 예술장르 특성을 미술에 접합시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미술가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관찰해서 이를 자기 내부의 충돌과 전이를 통해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작품 <먼저 온 미래>는 탈북 피아니스트와 남한의 피아니스트가 만나 음악적 대화와 함께 서로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연주를 해내는 과정을 담은 영상 작업이었다. 작가 전소정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피아니스트 김철웅과 남한의 피아니스트 엄은경을 초대했다. 그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을 만나면서 그가 전해주는 실재하는 북한과 내가 상상한 북한 사이의 온도차를 느꼈다.”면서 “그의 예술과 나의 예술 사이의 온도를 확인해보고 싶었나 보다.”라며 김철웅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김철웅과 엄은경은 실제로 자주 만나 음악적 견해를 나누었으며 음악 교육과 음악적 스타일, 곡 해석의 방식을 이야기 하면서 서로의 차이를 떠올렸다. 전소정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각자 살아온 다른 방식의 삶이 굽이굽이 음악 안에서 드러날 수 있기를 바랐다.

전소정, 남북 피아니스트의 공동작업 과정을 담다

‘시나브로’라고 명명된 곡은 북한의 민요 ‘용강기나리’와 남한의 동요 ‘엄마야 누나야’를 주 선율로 하고 있었고 그들의 작업이 진행된 과정 속에서 나눈 대화는 다음과 같다.

“룡강기나리… 이게 어찌 보면 한국 사람들한테는 알려지지 않은 곡이거든요. 이게 평안남도 민요에요. 해방 전에는 같이 불렀는데 이번에 알리는 기회도 있고 해서 본 곡을 살렸으면 해요. 거기서 불리는 본래 곡 그대로요. 나는 북한에서 연주되는 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엄 선생님은 지금 곡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이게 정답이거든요. 여기서 변화할 수 없어요. 이런 것들에 대한 안 어울릴 듯 하지만 호전적인 느낌들이 현실이라고 한다면 상관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좋아요.” “그래요? 나는 앞부분은 되게 좋아요. 그런데 뒷부분은…” “메이저로 바꾼 것인데요.”

“엄 선생님, 여기서 화성적으로 바꾼 건 좋은데 바꿔서 좋은 게 아니라 틀리게 친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익숙하지 않죠? 당연히 그렇겠죠. 그런데 그게 좋은 것 아닐까요. 익숙하지 않은 것 말이죠. 어떤 느낌이란 것이 있잖아요.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난 듯한 익숙하지 않은 느낌을 안겨주고 싶은 거죠.” “그래요, 알았어요. 서로 다르게 가져온 문화에 각각 다른 섹션이 있고 그 뒤에는 정말 다르지만 같이 살아야 하는 바람도 있고… 뒤에는 민족의 뿌리 같은 게 있으니까 중, 임, 무, 황, 태의 선을 그리고. 화합이라는 의미에서 강강술래가 나오고. ‘엄마야 누나야’도 동요이고 여기에 평남도 민요를 같이 한다는 것, 괜찮은 거 같아요. 같이 부를 노래가 생기는 것이잖아요.”

이러한 이들의 작업 과정은 작가의 말처럼 ‘미리 온 미래’의 모습을 상상 가능하게 했다. 비디오는 이들의 마지막 연주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이념적 대립과 관념적 색채를 연결 짓고 이를 음악적 연계로써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영상에는 두 피아니스트를 둘러싸고 있는 12대의 카메라가 보인다. 이 카메라들은 둘의 관계에 작용하는 다양한 외부적인 힘과 시선을 은유한다. 곡의 후반부에서는 모티브로 활용되는 강강술래와 중, 임, 무, 황, 태의 선율에서 카메라의 시선들이 서로 교차하며 그 힘이 약화되어 감을 암시하고 있었다. 작가의 바람이 묻어 있었다.

사회체제가 서로 다른 곳에서 예술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과연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대립을 예술가의 상상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 바로 전소정의 작품에서 보여지고 있다.

박계리 / 한국전통문화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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