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9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돈이 뭐길래!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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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74

돈이 뭐길래!

최근 롯데가의 분쟁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글로벌 대기업 총수의 가문쯤 되면 뭐가 부족해 저럴까. 한발씩 물러서면 밥 굶게 될까봐 걱정인가. 참 보기 딱하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는 말이 그래서 있나 보다. 저런 모습들 때문에 부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부정적이다. 물론 당사자들이야 나름대로 소신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 소신이라는 것이 기업을 더 잘 이끌려는 목적보다 욕심에 치우쳤을 것이다. 나 같으면 차라리 마음 싹 비우고 편안히 살겠다.

굴지의 대기업 총수의 식구가 욕심 포기한다고 가난뱅이가 될까. 가문의 이 구석 저 구석 굴러다니는 엽전만 챙겨도 서민은 평생 벌어도 구경 못할 양이 아닐까. 그거면 됐지, 피터지게 싸워 경영권을 차지해봤자 전쟁터 같은 세계 시장에서 머리 아파 죽을 지경이겠는데. 글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전부 차지하면 뿌듯한 느낌은 있겠지만 피붙이끼리 싸워야 가질 상황이면 그 따윈 가져 뭐하나.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는 건지, 돈이 나쁜 건지, 어쨌든 보기 안 좋다.

피붙이끼리 싸워야 할 상황이면 그 따위 것 가져 뭐해!”

TV에 보면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드라마 거의가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욕심, 다툼, 음모, 복수를 다루는 내용이다. 그래도 아줌마들은 “어머, 어떻게 저런 게 다 있어.”하고 욕을 하면서도 재밌게 본다. 왜 그렇게 재미있어 할까. 혹시 인간의 마음속엔 누구나 드라마 속의 악인들과 같은 탐욕이 잠재해 있는 건 아닐지. 그러니까 욕을 하면서도 그런 드라마에 재미를 느낄지 모른다. 만약 선한 사람들만 나오는 드라마가 있다면 재미가 별로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존재가 분명하다.

신문 방송에서 재벌가의 분쟁이나 그런 소재를 다룬 드라마를 볼 때면 우리 집사람이 “여보, 저런 걸 보면 자본주의 사회가 썩었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한다. 그러면 나는 “부자 집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거든. 좋은 사람이 더 많아. 그리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니까.”하고 대꾸한다. 말대꾸가 돌아온다. “그래도 저런 일이 많으니까 드라마를 저렇게 만들겠지. 아무리 예술이라도 현실이 반영된 게 아니겠어요?” 이쯤 되면 대화가 길어지기 십상이다. 자칫하면 말꼬리 잡혀 화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 ‘시집에서 잘해준 게 뭐가 있나’ 혹은 ‘장모님이 돈 너무 밝혔잖아’ 하고 타향살이 처지도 망각하고 다툴 수 있다.

북한엔 재벌이 없다. 당연히 개인 간 부동산이나 경영권 다툼이 생길 사회적 조건이 없다. 모든 것이 국가소유기 때문에 그 테두리 안에서 자리다툼, 권력다툼만 있다. 그러나 돈 싸움, 재산 싸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들 간, 가족친척들 간 문제가 많다. 배급제 작동이 멈추고 시장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가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이던 시절엔 재산이나 돈 때문에 다투는 것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겼고, 여론화 되면 사회적 비난과 조직적인 비판대상이었다. 머리에 ‘소부르주아적 사상’이 들어있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다투더라도 몰래 다퉜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가지고 있어봤자 큰 재산을 가진 것도 아니고 작은 것 때문에 다퉜다. 이는 돈이나 재산 다툼이 체제와 전혀 상관없이 재산의 크기와 무관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은 북한에서 돈과 재산 때문에 다투는 것을 별로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양심은 뒷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고 돈 앞에서 체면은 거추장스러운 물건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장마당에선 아줌마들 사이에 언성이 높다 못해 주먹질, 발길질까지 해 코피가 터지는 지경이다. 또 완전한 국영이 아닌 협동농장, 협동조합들 간에도 분쟁이 빈번한데 커지면 집단폭행으로 치닫기도 일쑤다.

돈 앞에서 체면은 거추장스러운 것? 북한도 마찬가지!

북한에도 이제는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 부자들이 많이 출현했다. 일부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어지간한 권력기관들까지 떡 주무르듯 한다.

적어도 15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 못했을 일이다. 그런 정도면 재력이 어느 정돈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북한판 ‘재벌’들도 이권다툼을 하고 있다. 서로 더 큰 권력을 끼고 경쟁한다. 집안 싸움도 양상이 달라졌다. 최근 전해진 소식들을 들어보면 신흥 부자들이 가족친척과 함께 공동투자로 사업을 하다 돈 때문에 싸우는 일이 많은데 일부는 수익분배를 할 때 부모들 밥값까지 공제해 비난을 받는다고 한다. 부모들 입장에선 불효막심해도 유분수지 돈이라면 인륜도 저버리는 자녀의 행태가 괘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녀들 입장에선 부모가 시장논리를 모르는 고리타분한 세대라고 불만일 것이다.

도대체 돈이 뭐기에 세상이 이럴까. 문득 “돈이 없었던 그 시대가 바로 천국이었다.”고 한 어느 명인의 말이 떠오른다. 과연 인간이 불가항력적인 돈의 변덕으로부터 자유로울 세상이 언제면 가능할까.

도명학 /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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