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9월 1일

긴급진단 | 국민공감대 구축과 국제협력기반 강화, 안정적 대북정책 버팀목 2015년 9월호

print

긴급진단 | 새 물꼬 튼 남북, 앞으로의 과제는?

국민공감대 구축과 국제협력기반 강화, 안정적 대북정책 버팀목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남한을 위협했던 북한이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의한 건 48시간 최후통첩 시한을 불과 2시간 남겨놓은 오후 3시경이었다. ‘OK목장’의 결투를 21세기에 재현한 듯 초조하게 시계를 보며 상황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모든 사람들이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결국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무박 3일간 이어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사이의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은 6개항에 이르는 합의문을 채택할 수 있었다.

남북 합의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항목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시인, 사과, 재발 방지에 관한 부분이었다. 북한은 이 문제는 자신들의 소행이 아닐 뿐만 아니라 남한이 이를 고의로 조작해 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기화로 북한 체제를 전복시키려고 획책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고위급 접촉 시 가장 오랫동안 이 문제로 우리 측을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북측이 남측에서 일어난 사고와 남측 병사들이 부상을 당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선에서 합의하고 이를 공동보도문에 명시함으로써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자세한 회담 내역 전체가 공개되지 않아 세밀한 부분을 알 수는 없지만 합의 문구와 이에 대한 우리 측 대표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보충 설명에 따르면, 북측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인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 중단을 관철시키기 위해 종국에는 그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를 유감이라는 용어로 사과하였다고 하니 사실상 그렇게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8월 25일 청와대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된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8월 25일 청와대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된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남북 고위급 접촉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8월 25일 를 통해 접촉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고위급 접촉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8월 25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접촉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공동보도문 발표 시인·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담겨 있어

재발 방지 약속에 대해서도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감행할 시에는 확성기를 재가동하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공동보도문에 명시된 ‘비정상의 상태’라는 표현을 북측 도발로 간주할 수 있는 의미로 합의한 만큼 우리가 요구했던 재발 방지 약속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번 합의로 휴전선 일대에서 확성기를 통해 자신들의 최고 존엄을 비방하는 방송을 중단하는 성과를 얻었다. 물론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체제 불안을 촉발할 대북 방송을 중단하도록 함으로써 나름대로 자신들의 대남 위협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다고 자평할 수는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에 대해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이례적으로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인민들에게 직접 경과를 설명함으로써 자신들의 입장과 성과를 최대한 부각시킨 것에 대해서는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북한의 목함지뢰 및 포격 도발에 이어 최후통첩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위기가 고조된 상황을 북측이 제의한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해결했고, 더불어 향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당국회담,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고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들까지 합의함으로써 향후 새로운 남북관계, 진정한 발전을 위한 남북관계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평가하면 좋을 일이다.

이번 합의는 양측 최고지도자의 의지와 의중이 반영된 고도의 정치적 결단과 구상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역대 남북 간 합의의 경험을 통해 볼 때 북한이 ‘도발-대화-보상’ 등 악순환의 고리를 과연 끊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는 역시 앞으로 구체적인 현실에서의 행동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도발에 대해 시인, 사과는 물론 재발 방지 약속을 했지만 북한이 일방적으로 신의를 저버리고 합의를 파기할 경우 이를 구속하거나 강제할 장치가 없다. 오히려 이러한 합의를 근거로 더욱 심각한 도발을 감행하거나 또 다른 위기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차후도발 가능성 완전차단 장담 못해 유사상황 시 효과적 대응책 수립할 기회로 삼아야

다만 이번 위기 상태에서 우리 측은 김정은의 새로운 대남 전략과 전술을 파악했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이 노출한 전략과 전술을 변경하더라도 북한군 전력의 전체적인 방향과 규모와 수준에서 확인한 북한의 전략전술과 역량을 감안하여 효과적인 대응책을 수립해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이전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서 북한과의 협상이나 한반도 정세 전반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태의 또 다른 교훈과 과제는 주변국과 국제 환경의 중요성이다. 강력하고 신속한 한·미 연합군의 강력한 대응체제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사전에 억제하고, 유사시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향후 북한군의 전략과 전력을 감안하여 새로운 대응체제와 작전 계획을 전향적으로 수립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인 중국과의 정치 및 군사적 협조 체제도 새롭게 그 역할의 실체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중 특수관계의 변화된 모습과 함께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향후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중, 한·미·중 간의 전략적 협조체제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이번 사태의 경험이 실질적인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략적 접근을 강화해 나가야 함이 과제로 부상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남북 당국 간 회담의 재개나 민간교류의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들은 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대화 노력은 있는 그대로 평가하되 실질적 안보 위협인 핵개발을 포기할 때까지는 국제사회,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더욱 견고하게 이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제재 조치인 5·24 조치는 비록 지난 5월 1일 통일부의 조치로 민간 접촉을 일부 완화하거나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북측이 자신들의 도발에 대해 시인,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해제할 수 없다. 제한된 영역에서 남북 간 대화 및 교류협력이 진행되더라도 남북 간 진정한 신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TS_201509_14

대화·협력 속에서도 진정성 수반돼야 신뢰형성 튼튼한 안보, 국민적 공감대, 국제적 협조 강화 긴요

당면한 현안 과제는 이산가족상봉 사업을 재개하고, 이를 정례화 할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6만여 이산가족 신청자 명부 일체를 북측에 전달하며, 북측도 상응하는 자료를 전달해 줄 것을 우선적으로 협의해야 할 것이다. 명단의 교환을 통해 이산가족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면 지금과 같은 100명 단위의 상봉 규모와 형식을 대폭 개선하여 가까운 시일 내에 이산가족 전체의 한을 풀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을 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남북 당국 간 회담과 민간 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드레스덴 구상을 비롯한 각종 대북 제안들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생인프라 및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각종 사업들도 진지하게 협의해 순차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이제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통로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들이 행동을 통해 구현되기 위해서는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에 입각한 핵개발 정책을 포기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들이 단계별·현안별로 상호 맞물려 있고 남북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와도 밀접히 연계되어 있음을 감안하여 대북정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교훈처럼 북한의 ‘벼랑끝 전술’과 무모한 협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실하게 구축되고 주변 국제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협력의 기반을 강화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유호열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