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9월 1일

긴급진단 | 남북, ‘벼랑 끝 대치’에서 극적 합의 이루다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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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새 물꼬 튼 남북, 앞으로의 과제는?

남북, ‘벼랑 끝 대치에서 극적 합의 이루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온다.” 야구 경기에서 종종 사용되는 표현이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면 그 다음 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2015년 8월 한반도 상황에는 이 묘사가 너무 적합하다.

TS_201509_10DMZ 내 지뢰 매설로 국군 2명 중상 대북심리전 재개하자 화력도발

위기 상황의 시작은 8월 4일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폭발로 통문을 통과하던 하모(23) 하사가 지뢰를 밟아 우측 무릎 위, 좌측 무릎 아래 다리가 절단됐고, 하 하사를 끌고 나오던 김모(23) 하사도 지뢰 폭발로 우측 발목이 절단됐다. DMZ 폭발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폭발 잔해물이 북한군의 목함지뢰와 일치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군이 DMZ 안의 군사분계선(MDL)을 440m나 남쪽으로 넘어와 목함지뢰를 매설했다는 설명이다.

조사단장인 안영호 준장은 8월 10일 “폭발물은 북한군이 사용하는 목함지뢰가 확실하다.”며 “우리 작전병력을 해칠 목적으로 적이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한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대북 성명에서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우리 군은 수차례 경고한대로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에 응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군 당국은 조사결과 발표와 동시에 군사적 대응차원에서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다.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지난 2004년 6월 남북 합의에 따라 중지되자 방송시설을 철거했으나 2010년 3월 북한의 소행으로 판명된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재개 방침을 세웠다. 이후 MDL 지역 11개소에 확성기 방송 시설을 설치했으나 실제 방송은 유보하고 있었다.

북한군은 포격으로 응수했다. 8월 20일 오후 3시 53분과 4시 12분 2차례에 걸쳐 화력 도발을 감행했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군 당국은 오후 3시 53분 첫 화력 도발 때는 14.5mm 고사포를 1발 발사했고, 오후 4시 15분 2차 도발 때는 직사화기 76.2mm 수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격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직접 주재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하고 우리 군은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주민의 안전과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8월 20일 오후 5시께 국방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대응해 한·미 양국 군은 8월 21일 연합작전체제를 가동했다. 한·미 양국이 2013년 서명한 공동국지도발계획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가정해 우리 군에 미군 전력이 가세해 초기에 제압하는 작전 개념으로 실전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8월 21일 오후 5시(남한 시간으로 오후 5시 30분)부터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또 군 지휘관들을 중서부전선에 급파했으며, 남측이 8월 20일 17시로부터 48시간 안에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심리전 수단을 격파 사격하고 이에 따른 남측의 대응을 진압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펼칠 것을 이들에게 지시했다. 북한군 최고사령부도 같은 날 “지금 우리는 남조선 국방부가 48시간 안으로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심리전 수단을 전면 철거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군사적 행동으로 넘어간다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최후통첩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에도 남한 군 당국은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이어갔고 시간이 흐르면서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은 커져만 갔다.

준전시상태선포 ·, 연합작전체제 가동 일촉즉발 군사대치 속 남북 고위급회담 성사

상황이 급반전 된 것은 8월 22일 오후였다. 북한이 전날 오후 4시께 김양건 노동당 비서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김양건 당 비서와의 접촉을 제의해 왔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같은 날 6시경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명의로 김양건 당 비서가 아닌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접촉에 나오라는 수정 통지문을 보냈다. 이러한 우리 측 수정 제안에 대해 북측은 8월 22일 오전 9시경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가 나오겠다고 하면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나올 것을 요청하였다. 우리 측은 이러한 북측 의견을 받아들여 8월 22일 오후 6시 30분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북측과의 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했으며 북한은 이를 수용했다.

첫날 접촉은 이튿날인 8월 23일 오전 4시 15분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됐고, 11시간 가량 정회한 남북 대표단은 같은 날 오후 3시 반부터 25일 0시 55분까지 무려 33시간이 넘게 피말리는 샅바싸움을 벌였다. 이 와중에도 북한에서는 잠수함 전력의 70% 규모에 달하는 50여 척이 기지를 이탈해 수중으로 전개됐고,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기지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한·미연합군은 이에 맞서 B-52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전개 시점을 협의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자칫 성과 없이 결렬될 경우 위기를 오히려 고조시킬 것이란 우려 속에 남북 대표단은 막판까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북한의 지뢰도발 사과 및 재발방지책 마련 등 핵심 쟁점을 놓고 대치하던 양측은 8월 24일 낮 한때 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북측이 돌연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최종 합의에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과거 남북회담이 흔히 그랬듯 ‘벼랑끝 전술’로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막판 줄다리기가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초래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지난 8월 22~25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됐다. 사진 오른쪽부터 반 시계 방향으로 남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김양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통일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초래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지난 8월 22~25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됐다. 사진 오른쪽부터 반 시계 방향으로 남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김양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통일부

결국 남북 양측은 8월 25일 새벽 1시 공동보도문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보도문에 따르면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DMZ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또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낮 12시부터 중단키로 했다. 남북 양측은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추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 개최’, ‘민간교류 활성화’ 등에도 합의했다.

김 국가안보실장은 남북고위급 접촉 타결 이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협상 과정에서 난항도 많았지만, 인내심을 갖고 협의해 합의했다.”며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공동보도문’을 공식 발표했다. 김 실장은 “지뢰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며 “북한의 목표는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이었는데 (북한의 도발) 재발방지와 연계시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여러 가지 함축성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 활성화를 위한 합의도 이뤄졌다. 남북은 관계개선을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 개최하기로 하고,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했으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은 9월 초 진행하기로 했다. 남북이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한다는 것도 공동보도문에 명시됐다.

김관진·홍용표 황병서·김양건, 33시간 마라톤 협상 군사긴장 해소와 남북관계 발전 합의한 공동보도문 발표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데 대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협상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접촉을 통해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재발방지 및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북한이 벼랑 끝 대치 상황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루면서 한반도 정세도 평소와 다름 없는 안정적 상황으로 복귀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8월 25일 낮 12시부로 전군에 내려진 준전시상태 명령을 해제했다.”면서 “우리 군도 같은 시간부로 전선지역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합의한 남북 당국회담 개최, 이산가족 상봉 및 이를 위한 적십자실무접촉, 민간교류 활성화가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는 양측이 고위급접촉 이후 합의사항을 실제로 이행한 첫 사례다.

동·서해 잠수함기지를 이탈해 한·미의 감시망을 벗어났던 북한 잠수함 50여 척 가운데 일부도 소속 기지로 복귀하는 징후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21일부터 기지를 이탈했던 50여 척의 북한 잠수함 중 일부가 소속 기지로 복귀하는 징후가 포착됐다.”면서 “이번에 복귀가 식별된 잠수함은 북한의 내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간 북한군 잠수함 전체 전력(77척)의 70%인 50여 척이 동·서해 기지를 이탈해 우리 군 탐지 장비에 식별되지 않았다.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고 병력이 복귀를 한 데다 남측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함에 따라 군사적 충돌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안보상황이 진정 국면을 맞게 됐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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