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10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개는 개 2015년 10월호

print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75

개는 개

애완견을 안고 “아이고, 내 새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습다. 애완견이란 이름이 순화되어 그렇지 개는 개일 뿐인데 그걸 내 새끼라니. 그럼 주인이 개를 낳았나? 애완견에게 사람처럼 이름을 지어주고 어루만지고 입까지 맞추는 걸 보면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애완견을 키워보지 못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부터 가졌던 애완견에 대한 인식이 작용한 면도 있다. 북한에서 애완견은 부르주아 문화와 사치의 상징물이었다. 북한 당국은 자본주의가 절대다수 근로대중이 착취와 억압 밑에 죽지 못해 살아가는데 부르주아들은 개에게 돈을 물 쓰듯 하는 썩어빠진 사회라고 선전했다. 출판물들에 개를 안고 다니는 부자들의 사진도 실렸다. 거기다 ‘개 병원’, ‘개 미용원’, ‘개 옷상점’ 등이 있고 개목에 보석목걸이까지 걸어준다고 했다. 자본주의야말로 거꾸로 된 사회, 썩어빠진 세상이며, 사회주의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라고 했다.

북한에서 애완견은 부르주아 문화와 사치의 상징물

그런데 남한에 와 보니 부자들만 키우는 줄 알았던 애완견을 보통 사람들도 키우고 있었다. 부르주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생활이었다. 반려동물이 우울증과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듣곤 한다. 애완견에 대한 북한 당국의 선전은 너무 과장되고 편향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애완견이 그리 예쁜 줄 모르겠다. 사람보다 개를 더 좋아하고 반기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사람에게나 그만큼 잘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불난 집에 노모를 버려두고 개만 안고 나오는 이도 있고, 배설물을 아무 데나 쏟는 개를 째려봤다고 싸움을 거는 사람도 있다. “개한테 하는 반만큼이라도 사람한테 좀 잘해라.”하면 “사람이 개보다 못하다.”고 빈정대는 사람도 있다. 내겐 그런 말하는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북한에도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있다. 주로 부유한 권력층이나 시장을 통해 출현한 신흥부자들이다. 하지만 사람보다 개가 우선인 사람은 보지 못했다. 아마 그랬으면 주변에 사람이 없을 것이고 비난에 머리를 못 쳐들 것이다. 누가 자기 개를 욕하면 기분 나쁜 티는 내지만 지나칠 정도는 아니다. 만약 애완견이 죽었다고 제사를 지냈다면 기절초풍할 일이고 단단히 사상검토를 받을 것이다.

북한에서 개는 주로 식용이다. 또 집을 지키거나 사냥을 위해서 키운다. 애완견은 키우는 재미나 과시용이지만 그 마저 종국엔 식용이 되고 만다. 사냥개도 같다. 애완견이나 사냥개가 죽으면 차마 먹지 못하고 버리거나 남에게 준다. 그러면 다른 사람 입에 보신탕이 되어 들어간다. 사람이 먹을 정도가 못 되면 돼지에게 던져준다. 혹은 동물원에서 수매하는데 변질된 고기를 잘 먹는 여우의 몫이 된다. 먹을 것이 부족한 세상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볼 때 남북한은 동물의 처지마저 다르다. 광화문 일대에서 가끔 개를 식용으로 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보곤 한다. 처음엔 그걸 보고 놀랐다. 개고기를 먹지 말라니. 다른 나라들에선 개를 먹지 않는데 우리만 먹는다고? 미개한 음식풍속이라는 이야기인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야 먹으면 먹고, 말면 말고, 우리가 좋으면 되지 무슨 상관인가.

아침저녁 배를 쫄쫄 곯아봐라, 어림도 없을 걸?”

동물학대를 말하는데 그럼 개에게만 생명이 있고 돼지나 소나 물고기에는 없는가. 속에서 여러 불만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대한민국이 살만한 세상이긴 하다, 경제적 풍요가 있으니까 저런 목소리도 나오지. 아침저녁 배를 쫄쫄 곯아봐라, 어림도 없을 걸?’ 하고 생각했다.

문득 몇 해 전에 북에서 온 노인이 애완견을 보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 조그만 개를 키워봐야 어디다 쓸꼬? 아무리 오래 되어도 저 이상은 안 큰다면서? 그럴 바엔 큰 개를 키우지.” 그런데 그 노인이 요즘은 대형마트 동물매장에서 구입한 ‘푸들’이라는 애완견을 안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다.

도명학 /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