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1월 1일 0

윗동네 리얼스토리 | 세가지 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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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47

세 가지 머저리

떵떵 얼어붙은 청진 수남 장마당 옆길로 무거운 배낭을 진 아주머니가 걷고 있다. 추운 날씨임에도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힐끔 거린다. 잘라낸 드럼통이나 낡은 바구니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음식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들이다.

배낭 진 여인이 저쯤 가자 한마디씩 한다. “저거 뭘 저리 졌다우?”, “군부대에서 받아오는 사료용 강냉이겠지.”, “오라, 그러니까 돼지 사료구만. 그렇지?”, “그렇겠지비, 에구 저게 두 번째 머저리지, 지금이 어느 때라구…”, “에구 참, 첫 번째 머저리 마누라가 두 번째 머저릴 흉보는구만.”

“첫 번째 머저리 마누라가 두 번째 머저릴 흉보는구만”

건너편 여자가 그리 말하자 방금 입을 놀린 아주머니가 발끈한다. “뭐라우? 금방 뭐랬소!”,

“에구에구, 됐소. 직장에 맨날 출근하는 고지식한 사람을 첫 번째 머저리라 하는데, 그렇다면 첫 번째가 두 번째를 비웃소? 소 웃다 꾸러미 터지겠소. 내 참.”

옆의 여자가 그리 말하자 발끈했던 여자가 씨익 웃는다. “그래도 남의 남정네보고 머저리라 말함 되우? 그리고 그리 말하는 자기는 또 얼마나 똑똑해서… 내 참, 장사해서 번 돈을 은행에 갖다 저금하는 주제에!”, “뭐라오? 그거야 남편 직장에서 조금이라도 저축해야 한다고 하니까! 아이고, 내가 무슨 이런 말을…”, “어? 그럼 그 집 남편도 출근하오? 그러면 저는 첫 번째에 세 번째까지 겸비한 머저리구만! 조선 속담이 틀린 적이 없지비. 제 뒤 구린 거는 모르고 남만 더럽다 하지.”

참 말도 거칠고 얼핏 들어서는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해석이 필요할 것 같다. 현재 북한에 유행하는 세 가지 바보는 뭘까? 다시 말해 시대에 편승하지 못하는 머저리라는 말인데, 시장 아주머니들의 말처럼 첫 번째 바보는 직장에 출근하는 놈, 두 번째는 돼지를 기르는 놈, 그 다음 세 번째 바보는 국영은행에 적은 돈이나마 저축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공급이 끊어진 세월에 직장이라야 한 달에 봉급 4천~5천원 받는데, 시장 쌀 가격이 1kg 당 5천~6천원이다. 그러니까 쌀 1kg도 못 사는 봉급을 받으며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이야말로 정신 빠져도 한참 빠진 놈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첫 번째 머저리다. 통제에 못 이겨 싫은 출근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콕 찍어 비꼬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면 두 번째 돼지 키우는 사람은? 군부대나 큰 기업소에서 주는 새끼돼지와 사료인 옥수수를 받아 오는데 사료옥수수는 사람이 다 먹고 돼지는 온 가족이 배출하는 인분으로 키우거나 풀을 뜯어 먹인다. 낟알을 안 먹고 돼지가 클까? 1년을 키워도 허리를 펴지 못하니 6개월 쯤 되면 가져온 곳에 가져 온 사료옥수수 무게만큼 큰 돼지를 바쳐야 하는데 가져올 새끼 때와 별반 차이가 없으니 되레 가져간 사료까지 전부 되바쳐야 한다.

그런데 사료인 100여 kg의 옥수수를 식량으로 다 먹어치웠는데 뭘 더 갖다 바친단 말인가. 그때부터 빚쟁이가 되어 얻어맞고 구박당하고… 그러니까 애초 그런 일을 시작하지 말아야지, 운다고 빚이 없어질까.

출근하고, 돼지 키우고, 저금하면? 머저리!

세 번째 구실 못할 바보를 또 살펴보자. 국영은행이라 하는데, 이곳엔 저금이랍시고 갖다 넣으면 그것으로 끝난다는 건 벌써 오래 전부터 알아주던 건데, 아니 아직도 넣으면 넣는 족족 꿀꺽하는 은행에 저축을 하다니. 돈이 남아돌아 국가에 헌납하는 정도라면 몰라도 없으면서도 저축하라는 지시에 허리를 굽히는 놈을 아직도 똑똑하다고 불러줘야 할까? 글쎄, 나라와 연결된 일이니 앞에서는 애국자라 불러주겠다만 뒤에서까지 그리 불러줄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말이다.

공급이 끊어진 세월 20년을 버티며 스스로 터득한 북한 삶의 묘기란 정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닌 정 반대의 길로 가는 것이다. 그냥 나를 위해 나를 움직이면 되는 아주 간단한 것인데도 그걸 터득 못해 아직도 20년 전 때를 벗지 못하니 그거야말로 현대판 머저리라 하겠다. 아주머니들은 음식을 팔며 서로의 집안에 머저리들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키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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