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가 숨 쉰다 | 쑥새, 생태계 안전 지키는 공익 요원 2015년 1월호
DMZ, 평화가 숨 쉰다 15
쑥새, 생태계 안전 지키는 공익요원
어릴 때 머리가 엉클어져 엉망인 모습으로 다니는 걸 보면 어른들은 “이 녀석 쑥새처럼 하고 다니네.”라는 이야기를 했다. 자연을 공부하면서 쑥새를 본 순간 한 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 작고 보잘 것 없고, 심지어는 머리 장식깃이 가지런해 보이지도 않고 어수선해 새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정말 쑥새인 걸 알 정도였다. 작은 새들 중에는 참 귀엽고 앙증맞은 종류도 많은데 쑥새는 정말 더 초라해 보인다.
촌스럽고 흔하디 흔한 겨울철새
참새목 되새과의 조류인 쑥새는 몸길이가 약 13~14cm로 참새와 비슷하거나 약간 작은 체구를 갖고 있다. 학명이 Emberiza rustica인데 rustica는 ‘시골’이란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직역한다면 ‘촌새’ 혹은 ‘시골새’ 정도가 될 터인데, 우리들 눈에도 서양인의 시선과 별반 차이 없이 촌스러운 느낌은 매한가지다.
쑥새의 몸 윗면은 붉은 빛이 도는 갈색 바탕에 검은 세로무늬가 있고 아랫면은 잿빛을 띤 흰색 바탕에 드문드문 갈색 세로무늬가 있다. 눈썹선과 멱은 흰색이며 가슴을 가로질러 갈색 띠가 지난다. 머리에는 도가머리가 나있다. 여름깃은 머리가 검고 겨울깃은 갈색으로 겨울깃의 빛깔이 더 연하다. 쑥새는 그다지 매력적인 모습이 아니고 사람들의 눈에 띄어 사랑을 받는 새도 아니다. 그렇다고 멸종위기에 처해 보호받아야 할 그런 위급한 종도 아니다.
그런데 이 작은 새가 겨울철새라는 것은 아마도 이 분야의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할 것이다. 시베리아 동부의 캄차카반도·아나디리강·야나강 유역에서 번식하고, 한국·일본·중국(동부) 등지에서 겨울을 나며, 전국에 걸쳐서 볼 수 있는 흔한 겨울철새로,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참새처럼 20~30마리, 크게는 100~200마리씩 무리지어 낮게 날면서 살기 때문이다. 농경지 주변과 구릉, 산지숲에 서식하고 주로 땅 위를 뛰거나 걸어 다니면서 낙엽을 뒤져 먹이를 찾는다. 산란기는 5월 하순에서 7월 상순까지이고 4~6개의 알을 낳아 12~13일 동안 품는다. 새끼는 깨어난 지 약 14일이면 둥지를 떠난다. 겨울에는 주로 풀씨를 먹고 여름에는 곤충의 유충과 성충을 잡아먹는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이렇게 작고 이동성조류에 있어서는 생존이 가장 중요한요소인데 이것이 사람들의 삶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먹이자원이 점차 줄어들면서 서식지 형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는 소형조류에 있어 그 종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쑥새는 이동방법도 다른 새들과 비교가 된다. 낮에 이동하는 조류는 제비, 칼새류, 수리, 매, 기러기류, 오리류, 고니류, 두루미류 등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종류들인데 반해, 황금새류나 멧새류 같이 몸집이 작은 새들은 아주 먼 대륙에서 주로 밤에 이동을 한다. 저녁 무렵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이동을 하는데 낮에는 숲이나 논밭 물가에 내려 곤충이나 풀씨를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밤이면 다시 이동하는 고단한 여정을 계속한다.
작은 새들의 해충방제 효과, 한 해에 1조원 달해
그런데 작고 힘없어 보이는 이 작은 새들이 인류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박새는 한 해 동안 애벌레를 8만여 마리 먹는다고 한다. 쑥새같이 작은 새들이 해충을 잡아먹어줌으로써 무성한 숲을 보존시켜 준다. 우리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들은 해충방제를 하여 그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할 경우 한 해 1조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공익적인 기능을 우리에게 크게 사랑받지 못하는 시골 새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크고 아름답고 대단해 보이는 스타급 새들보다 이 작은 쑥새가 갖는 생태적 의미와 가치는 결코 적지 않다. 오히려 이들의 풍부한 존재가 사람을 포함한 생물 전체에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어준다.
시베리아에서부터 한반도에 이르는 먼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먼 길을 온 겨울손님 쑥새에게 우리 산하의 에코시스템은 겨울 내내 먹고 쉴 수 있을 만큼 안전한가?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하고 그저 위대함을 과시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것인 산하를 파헤치는 어리석음을 보게 된다.
쑥새는 때가 이르면 우리 곁을 찾아온다.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쑥새는 섭리에 순응하는 존재의 의미가 전우주적인 가치를 지닌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곧 인류에게 위대한 선물이기에.
김승호 / DMZ생태연구소장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