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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다 201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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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 영화의 개봉 여부를 두고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됐었다. 그 영화는 다름 아닌 북한의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인터뷰>다. 그리고 제작사인 소니가 북한 소속으로 추정되는 해커로부터 데이터베이스를 해킹당하면서 크리스마스 개봉을 앞두고 돌연 상영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미국 정부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회의원 및 할리우드 배우들도 영화상영 촉구에 나섰다. <인터뷰>는 우여곡절 끝에 온 · 오프라인으로 모두 개봉되며 제작사 소니는 역대 최대의 수익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소개할 영화인 〈퓨리〉의 제작사도 소니사다. 이 영화 역시 해킹사건과 연관되어 스크리너(카피본)가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면서 손해를 봤다. 그래도 국내 상영관에서 100만 관객은 채웠다고 하니 선방한 셈이다.

영화 제목 〈퓨리(Fury)〉는 전차의 이름인데 ‘분노’나 ‘격노’의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차 ‘퓨리’의 승무원들은 처음 등장에서부터 다들 ‘분노’해 있는 상태였다. 아마도 전쟁의 광기를 ‘Fury’로 표현한 듯하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말기 서부전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전쟁영화들이 나왔지만 전차병들을 중심으로 전장을 디테일하게 묘사한 영화는 〈퓨리〉가 거의 처음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이은 최고의 전쟁영화

그래서 영화 〈퓨리〉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이은 최고의 전쟁영화(Deadline Hollywood)”라는 호평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에서 실제 사용된 탱크를 박물관에서 필드로 끌고 나와 높은 리얼리티를 구현했다. 주인공인 ‘퓨리’ 전차병들은 미 제2기갑사단 소속이다. 제2기갑사단은 북아프리카 전선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시실리 침공전을 거쳐 노르망디 상륙 후 프랑스를 통과해서 독일 본토까지 진격한 부대다. 이러한 사실은 주인공들의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영화 〈퓨리〉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잘 믹스해서 현실감을 높였다.

이 영화를 보다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영화 〈퓨리〉는 미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한 1944년 6월 6일부터 이듬해 5월 7일까지 서유럽 일대에서 벌어진 격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나치 독일은 수세에 몰리자 청소년과 노인까지 동원하면서 극렬하게 저항했다. 때문에 전쟁이 끝나가는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선의 연합군 병사들 피해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끝물에 미 제2기갑사단 소속 전차병들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전쟁은 항상 공포와 광기를 동반한다. 전차 ‘퓨리호’의 승무원들의 ‘분노’도 사실상 죽음의 공포에 대한 몸부림이었다. 이야기는 사망한 기관총 사수를 대신할 신병이 전차 ‘퓨리’ 앞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행정특기병 출신의 신병 노먼은 자신이 처해진 전장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하지만 노먼은 전쟁이 주는 공포와 ‘퓨리’ 승무원들의 ‘분노’에 서서히 동화되면서 ‘분노’를 뿜어낸다. 전차병들에게 전차 속 좁은 공간은 그들의 집이자 마지막 무덤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워 대디 병장(브래드 피트)과 노먼 이병(로건 레먼)은 시가전을 끝내고 독일 여자 두 명이 있는 가정집을 침입해서 차를 마시고 식사하며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훈훈한 분위기는 갑자기 난입한 나머지 대원들의 ‘깽판(?)’에 의해 다시 ‘분노’에 찬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

전쟁의 광기 여실히 보여줘

영화 〈퓨리〉는 전쟁 속에서 인간은 철저히 본능에 충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바이블과 노먼도 이미 ‘분노’에 찬 킬링 머신이다. 전쟁 속 인간은 단지 죽지 않기 위해 상대방을 죽일 뿐이라는 사실을 직설적으로 말해준다. 전장 속 병사에게 그 어떤 거창한 명분도 없다. 워 대디 병장의 “나는 대원들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이나 갓 전입 온 노먼 이병에게 “대원들과 너무 친해지지 마라”는 조언은 모두 죽음을 염두에 둔 말이다.

하여간 전장영화이니 만큼 M2 중기관총, StG 44 돌격소총, 판져파우스트, M2 셔먼, 타이거 전차 등 현대에도 개량하여 사용 중이거나 현대무기의 ‘원조’격의 무기들이 등장하여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쟁영화는 ‘호불호’가 분명한 장르이기 때문에 골수 매니아층이 있는 반면 전혀 흥미를 갖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기대에 비해 크게 흥행하는 데는 실패했다. 여기에는 여성이 영화선택권을 쥐고 있다는 슬픈 현실(?)과 <인터스텔라> 등 대작 영화들이 아이맥스 영화관을 독점하면서 전쟁영화 특유의 웅장한 사운드와 스펙타클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좋은 사운드가 갖춰진 곳이라면 전장의 현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다(러닝타임 134분).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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