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8월 1일

특집 | 경제 | 아베노믹스, 거품 우려 … 한국, 필요시 외환시장 개입해야 2013년 8월호

특집 | 아베의 일본, 어디로 가는가?

| 경제 | 아베노믹스, 거품 우려 … 한국, 필요시 외환시장 개입해야

지난 6월 14일 일본 도쿄의 자민당 당사의 벽면에 ‘일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글귀와 함께 아베 신조 총리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해외기업 유치 등을 위한 ‘국가전략특구’ 신설 등 경쟁력과 장기성장을 도모하는 내용의 ‘성장전략’을 각의 결정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4일 일본 도쿄의 자민당 당사의 벽면에 ‘일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글귀와 함께 아베 신조 총리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해외기업 유치 등을 위한 ‘국가전략특구’ 신설 등 경쟁력과 장기성장을 도모하는 내용의 ‘성장전략’을 각의 결정했다. Ⓒ연합뉴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보수세력뿐만 아니라 젊은층에서도 인기를 얻으면서 2013년 7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안정의석을 확보해,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아베 신조 정권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3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아베는 일본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신앙을 갖고 무제한 금융완화, 정부의 재정지출, 그리고 각종 구조개혁의 세 기둥으로 이루어진 아베노믹스를 통해 약 7개월 만에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것이다. 일본의 언론 매체들은 이번 선거결과를 해석하면서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판단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확인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일본 은행에서 엄청나게 찍어낸 화폐가 시중에 풀려 나가면서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가가 급등하고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향상되었다는 수치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GDP 상승, 고용문제 해결, 엔저 효과로 인한 기업실적 향상 등 실물지표 개선 성적표를 들이밀며 중의원, 참의원 양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 이제는 눈치를 보지 않고도 최소한 2015년까지 장기집권을 계획대로 실천해 나갈 전망이다.

아베 양적완화 정책, 자산시장 거품만 키울 수도

아베 정부는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장기 디플레이션에 있고 이는 고평가된 엔화 환율에 상당부분 기인한다고 인식해 왔다. 1991년 버블경제가 붕괴된 이후 20여 년간 평균성장률이 1%도 안 되는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역수지의 적자 원인인 엔화가치의 상승을 단호히 막고,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지출해야 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결국은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설비투자 및 민간소비 증가가 유발되어 이로 인해 일본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앞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언론의 전망과는 달리 많은 일본의 경제학자들은 ‘기대 반, 우려 반’ 염려를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시각에서는 아베의 양적완화 정책이 일본 경제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거품만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하나는 GDP의 200%가 넘는 최악의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현재 5% 소비세를 내년 4월부터는 8%로, 그리고 2015년에는 1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예정이어서 이에 따른 반발도 예상된다는 점이다. 소비세 인상은 일시적으로 국가부채를 줄이는 수단은 될지언정 이로 인한 물가상승은 막을 수 없어 소비가 줄어들어 기업은 상품가격을 내려야 하고 생산량도 줄여야 한다. 이는 고용감소와 국민소득 감소, 다시 소비가 하락하는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반복되어 결국은 국가부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디플레이션을 멈추기 위한 아베노믹스가 결국은 디플레이션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과거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 시절에 3% 소비세를 5%로 인상했을 때 그런 결과를 낳았다는 학습효과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거세다.

이러한 우려는 다시 몇 가지로 요약하여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일본 기업들은 엔고에 대비하여 상당 부분의 생산체제를 이미 해외로 돌려놓았기 때문에 단순히 엔고로 인한 일본 기업들의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엔저 효과로 수치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말 그대로 당장 눈앞에 보이는 효과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일본 경제가 경쟁력을 되찾았기 때문이라기보다 일시적인 엔화의 힘으로 풀이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일본은 2006년 이후 세계 최초로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은 초고령 사회가 된 만큼 인구감소 국가에서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길 바란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자산가격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고 소비 진작 역시 실패로 돌아간다.

셋째, 엔저현상은 수출품 가격에는 경쟁력이 있지만 반대로 수입물가의 상승은 막을 방법이 없다. 이는 일본 서민들의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중상층의 실질소득에 타격을 주어 결국 저축률까지 하락하게 된다. 저축률 하락은 일본 국채를 사줄 수요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결국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위기와 기회 공존

그렇다면 아베식 엔화 퍼붓기 경제정책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가장 큰 영향은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나 전자산업 등에서 특히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로서는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엔저현상은 엔화부채가 많은 한국의 기업들은 부채평가액을 줄일 수 있는 덕을 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과 포스코, 현대제철, 그리고 한국전력 등이 엔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이다. 일본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 기회에 일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는 일본의 소비시장이 활성화되어 기회로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한 나라의 경제정책은 자국만이 아니라 이웃국가에까지 영향력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로서는 정부차원에서 이해득실을 따져 필요에 따라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느슨한 금융정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한 대응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강철구 /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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