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손해 배상에 대한 국제적 보장 장치 만들어야 2013년 8월호
기획 |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하려면?
손해 배상에 대한 국제적 보장 장치 만들어야

지난 7월 4일 부산 동구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개성공단 정상화 염원 평화 대행진’에서 개성공업지구 근로자 협의회 소속 근로자들이 임진각까지 660km의 대장정을 목표로 발걸음을 시작했다. 근로자들은 8일 개성공담 회담 소식에 행진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고 남북 당국 간 6차 실무회담이 종료된 가운데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남북 간 뚜렷한 입장차이가 상존하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조업 재개를 서두르고 있는 북한과는 달리 우리 정부는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 없이는 공단을 재가동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조업 중단에 따른 피해에 대해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잘못을 인정해야만 재발방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개성공단 정상화에 필수적 요건인 통신·통행·통관 등 3통 문제에 대한 확실한 보장과 개성공단의 국제화 방안 등을 재발방지 대책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북측의 일방적인 통행금지 및 폐쇄, 노동자 철수 등의 조치에 책임 있는 자세 표명과 재발 방지에 대한 확실한 보장 없이는 개성공단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앞선 우리 정부의 주장은 개성공단에서의 자유로운 기업 활동 보장과 향후 가동 중단의 재발 방지, 개성공단의 재개를 위한 선행조건이라고 볼 수가 있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될 때만이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해 왔다. 한국의 기업가들과 북한의 근로자들이 함께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경제의 뿌리를 북한에 내리게 했고, 북한 경제실무자들과 근로자들에게는 시장경제의 교육장 역할을 하였다.
국제적 환경조성, 외국기업 진출 활성화
우리 기업에서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초코파이는 북한 전역으로 퍼져 나가 우리 문화의 전파 경로로도 큰 역할을 했다. 개성공단이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클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역할은 단순한 남북경제교류의 차원을 넘어 북한의 개혁과 개방 그리고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의 정상화와 지속적인 성장은 남북관계에 아주 중요하다. 때문에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재발 방지 대책과 제도적 보완은 재개를 위한 필수적인 선행 요건이다.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손해배상에 대한 국제적 보장을 받을 필요가 있다. 남북이 합의한 투자 보장 협정 등 제도적 장치가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 피해 보상에 대한 국제적 보장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쟁조정기구와 제소 과정, 피해 보상에 대한 구체적 조항의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3통 문제에 대해서도 군부에 의해 일방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없도록 제도적인 보완대책이 요구된다. 통행이 중단되고 통신이 일방적으로 폐쇄되면 개성공단의 조업은 자동으로 중단되기 때문에 군사적 보완 조치가 추가되어야 한다.
또한 남북의 군사적 긴장 상황에 따라 개성공단의 조업이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의 국제화가 필요하다.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국제 규범에 맞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인 룰에 맞는 제도적인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최고 존엄에 대한 말 한마디 때문에 조업이 중단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한다면 개성공단의 정상정인 운영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국제 경제질서와 규범에 맞는 제도와 운영이 이루어진다면 외국기업의 개성공단 진출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행 「개성공업지구법」에도 외국 투자에 대한 제약은 없으며 중국, 독일 등 외국 기업의 경우는 투자 직전 단계에서 개성공단 중단사태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단의 경제적 환경이 국제적 규범에 맞지 않는 경우 외국 투자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개성공단의 국제화는 먼저 국제규범에 맞는 경제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의 진출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국제화는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가장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한과 중국, 일본 시장과 인접지역에 있고, 인건비가 중국보다 저렴하며, 성실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인적 자원도 있기 때문에 물류·유통 문제만 보완된다면 중국 진출이나 남한 시장으로 진입을 원하는 외국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
진출기업 피해 보상 제도도 보완해야
이와 같은 근본적 대책 외에도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진출기업의 피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할 수가 있도록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 피해 보상을 위해서는 특히 보험규정을 보다 유연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조업중단과 공단폐쇄에 대해서는 차별적 보험 규정을 적용해야 하며 피해 발생 시 정부차원에서 판로 이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경우 설비 이전에 대한 지원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은 기업규모도 작고 자본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조업 중단이 벌어지면 운영자금의 압박을 심하게 받게 된다. 따라서 즉각적인 운영자금의 지원 대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북한이라는 불안정한 지역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시켜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예상되는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요구, 세금 인상 문제 등에 대해서도 보다 합리적이며 설득력 있는 대안을 사전에 마련해서 대응을 해야 한다.
이상만 / 중앙대 북한개발협력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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