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정경분리와 선경후정(先經後政) 원칙 세워야 2013년 8월호
기획 |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하려면?
정경분리와 선경후정(先經後政) 원칙 세워야
지난 4월초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 제한과 북한 근로자들의 전원 철수 조치 등으로 개성공단 사업이 가동 중단에 들어간 지 벌써 4개월이 다 되어간다.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마저 중단됨으로써 남북 간 교류협력은 전면 중단 상태이다.
남북한 당국이 기싸움을 하는 동안에 입주기업들은 빈사 상태에 빠져있다. 6월 말 현재 기업들의 피해 신고액은 1조566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입주기업들이 설비 점검과 원부자재 반출을 위해 3개월 만에 방문했을 때, 예상보다 공장의 상태가 양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어느 해보다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늘어날 것이다.
남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여섯 차례의 실무회담을 가졌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합의 도출을 못한 가장 근본적 문제는 중단 사태의 책임 문제와 재발방지책 마련, 그리고 개성공단 국제화 등을 포함한 발전적 정상화 방안에 대한 이견이다. 특히 개성공단 사업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외국기업들도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상식과 국제적 규범(global standard)에 맞고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공단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 10년간의 개성공단 사업 성과와 한계를 통해 발전적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하자.
1단계 사업 조기에 마무리해 경쟁력 제고해야
지난 10여 년간의 운영을 통해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긍정·부정적 평가가 교차한다. 우선 긍정적 측면에서는 남북한 생산요소의 결합으로 상호 이익을 가져다주는 상생(win-win)의 경협 모델이요, 남북한 주민이 함께 생활하면서 분단으로 인한 상호 이질감을 해소하는 생활문화공동체인 동시에 남북경제공동체의 실험장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북한이 남한의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 부대를 후방으로 이동시킴으로써 개성 사업은 경제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 유지의 선순환 구조를 초래한 ‘평화 만들기(peace making)’ 사업으로 진화되었다.
그러나 분단과 대립이라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경제 외적 불안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으며, 3통(통행, 통관, 통신)과 4대 경협합의서(투자보장, 이중과세 방지, 분쟁조정, 청산결제), 재발방지 등에 대한 법·제도화는 미비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노무관리의 자율성 부족과 안정적인 노동력 확보, 해외 판로 확보 등에 있어서도 한계를 갖고 있다.
현재 정부가 강조하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와 국제화도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경협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개성공단에 대한 정치·군사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치·군사적으로는 확고한 안보력과 억지력을 견지하되, 경제적으로는 정경분리와 선경후정(先經後政) 원칙을 견지하면서 개성공업지구를 남북 간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무관한 중립지대로 진화하는 신(新)경협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재의 노동집약 사업 구조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을 위한 신규 투자 허용과 1단계 사업의 조기 마무리로 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개성공단을 해외 진출한 국내 기업의 유턴 기지로 활용하는 한편, 공동브랜드 개발로 대외 대표 수출상표를 개발하고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또한 북한 근로자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기숙사 건설과 원거리 출퇴근 버스의 확대 운영이 요구되며, 북한도 기설립한 기술교육센터를 활용한 고급기술인력 양성 교육 수용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국제적 공단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본, 기술, 법·제도의 국제화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인정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대규모 자본과 선진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한편, 3통과 재발방지, 노무관리의 자율성 등이 보장되는 안정된 경영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3통과 관련해서는 최소한의 북한 협조가 필요하다. 예컨대 통행 문제는 입·출경 시간을 확대하여 24시간 상시 통과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한편, 통신은 PC방 형태의 전산센터 설치로 제한된 곳에서의 인터넷과 이메일 등을 허용하며, 통관에서는 표준화와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 또한 한·미, 한·EU 등과의 FTA 과정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역외가공지역 특례로 인정받고, 한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아 관세 혜택을 받아야만 수출이 늘어날 것이다.
원산지 문제 해결해 수출 확대 길 열어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아 남북관계를 진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는 남북 간의 부족한 신뢰를 쌓아나가기 위한 단계적 노력이요, 결과에 대한 보상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한은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대방이 수용할 수 있는 중재안을 제시하고, 일부분은 서로 양보해가면서 절충안과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북한 여자축구팀이 2013년 동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8년 만에 서울을 방문해 남북한은 승부를 넘어 한 민족임을 보여주었다. 개성공단에서도 남북한 동포가 다시 손잡고 일하는 모습이 재연되고, 금강산에서도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금수강산을 구경하는 모습이 하루빨리 실현되길 바란다.
홍순직 /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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