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8월 1일

기획 | “기업들 어려움에 안타까움 이상의 아픔 느껴” 2013년 8월호

기획 |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하려면?

|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르포 | “기업들 어려움에 안타까움 이상의 아픔 느껴”

올 여름 장마는 유난히도 길었다. 그럴수록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 갔다. 지난 4월 개성공단 가동이 잠정 중단된 직후부터 가장 우려했던 장마 기간이 시작되면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재가동 한계 지점에 봉착한 것이다. 숨 가쁘게 돌아가던 개성공단의 기계 소리가 멈추고 고요한 적막이 감돈지 93일째 되던 날, 서울시 서소문동에 위치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사장 홍양호, 이하 지원재단)을 찾았다.

평화문제연구소는 지난 7월 10일 서울시 서소문동에 위치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찾았다. 사진은 홍양호 이사장이 개성공단 현안에 관한 질문에 응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평화문제연구소는 지난 7월 10일 서울시 서소문동에 위치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찾았다. 사진은 홍양호 이사장이 개성공단 현안에 관한 질문에 응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원재단에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원회)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4월 26일 정부의 체류인원 전원 귀환 결정에 따라 귀환한 관리위원회 직원이 지원재단으로 복귀하여 근무하고 있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조용할 것만 같던 지원재단은 오히려 분주해 보였다.

사진을 가리키며 개성공단 설명을 하는 홍양호 이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을 가리키며 개성공단 설명을 하는 홍양호 이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근로자 직업 및 경력개발 프로그램 운영

관리위원회는 개성공단의 관리와 운영을 위해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 「개성공업지구 관리기관설립운영규정」에 근거하여 설립된 북한법인이다. 법적으로는 북한법인이지만 남한의 재정적 지원으로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또한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따라 남한 주재원과 투자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남한 인원이 그 설립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관리위원회는 개성공단에서 투자환경 조성과 투자유치, 기업 창설승인 및 등록, 각종 인허가, 부동산 등록, 기반시설 관리, 환경·소방·산업안전, 출입·체류인원 및 주요물자 관리, 노무 및 세제 등 공단활성화와 기업경영지원 역할을 다양하게 수행하는 행정기관이다.

반면 지원재단은 남한의 「개성공업지구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2007년 12월 설립된 남한 기관으로 개성공단의 개발 및 지원대책의 수립과 시행, 관리위원회 지원 및 운영지도·감독, 개성공단 현지기업 지원대책의 수립과 시행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원재단 이사장과 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겸직되고 있으며 관리위원회 직원도 지원재단에서 파견한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원재단 임직원과 관리위원회에서 복귀한 임직원들은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에 따라 현재 서울에서 입주기업들이 입은 물적·심적 피해를 경감하고, 개성공단의 재개에 대비한 준비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개성공단실무회담과 물자반출 지원

우선 지원재단은 심적 고통으로 지친 기업들의 소통 창구 역할에 적극 나서며, 복귀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었다. 지난 6월 1일부터 12일 동안 서울, 인천·경기, 대구·부산 등 모기업이 위치한 전국 해당 지역을 방문하여 입주기업 관계자 133명을 만나 격려의 뜻을 전하고,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 고용안정제도의 한계, 설비 미반입에 따른 대체생산 등을 호소하였고, 지원재단은 이들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더불어 근로자들이 토로한 고용불안의 실태 파악을 위해 입주기업 및 영업소 근로자를 대상으로 고용현황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약 300명의 근로자가 휴직 또는 사직 등의 상황에 처해있었으며, 특히 조사과정에서 입주기업 123개사 외 영업소, 건설사 등이 지원대상임에도 관할지역 고용센터의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이에 통일부와 고용노동부에 동 사실을 전달하여 지원대상이 되도록 조치했다. 나아가 그동안 개성에서 운영해 오던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사업’을 6월 5일 ‘직업상담 및 경력개발’이라는 과정으로 서울에서 실시했다. 동 프로그램을 통해 고용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경력 비전설계 등을 통해 직업설계의 안정감을 제고하고자 했다. 그 결과 입주기업 법인장, 근로자 등 교육에 참여한 24명이 모두 만족감을 보였다.

지원재단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된 ‘개성공단 남북당국 실무회담’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현장 지원업무도 수행해 나가고 있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9일간 기업의 설비점검과 생산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이 승인되면서 입주기업들이 요청한 방문인원 및 기간의 문제를 정부에 건의하여 그 확대 계기를 마련키도 했고, 1,092명에 달하는 방문인원의 사전교육과 현장관리를 통해 사건·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아울러 남한으로의 원활한 물자 반입을 위해 정부, 입주기업,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협의를 거쳐 북한 근로자를 출근토록 하여 물자반입시 상·하차, 포장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한 지원재단은 입주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애로사항을 덜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공단 내에 입주한 유통영업소의 운영도 잠정 중단되면서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이나 개성공단 전용제품으로 생산된 제품들의 판로도 함께 막히게 되었다. 이에 지원재단이 자체적으로 물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하이원리조트, 우리은행 등과 물품구매 연계지원에 나서며 총 7억원 상당의 재고물품 중 1억6천만원 상당의 물품이 처리 될 수 있도록 도왔다. 김명용 개성공단영업기업연합회장은 “입주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심도가 낮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지원재단과 도움을 주신 기관 여러분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정상화를 위한 대비도 철저히 하고 있었다. 정배수장, 폐수처리장, 폐기물처리장, 소방서, 상하수도 등 각종 기반시설 복구 및 운영관리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재개시 행정공백 최소화를 위해 종합지원센터 등 제 시설물 복구 및 운영관리 계획도 수립하고 있었다. 또한 정상화에 대비하여 유관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공단 출입·체류 차량 관리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온라인출입시스템 개선 작업도 실시하는 등 안정적 정상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었다.

“평화 생산 믿음으로 10년 지내왔다”

1.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피해유통기업 지원을 위해 구매대금을 전달하는 기념사진(왼쪽부터 이순우 우리은행장, 홍양호 이사장, 김명용 개성공단영업기업연합회장) 2. 개성공단 전경 3. 개성시 거리의 삼봉3교, 종합지원센터 건물 등 4. 작업하는 근로자들 모습 5. 개성공단 내 배구하는 근로자들  Ⓒ연합뉴스

1.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피해유통기업 지원을 위해 구매대금을 전달하는 기념사진(왼쪽부터 이순우 우리은행장, 홍양호 이사장, 김명용 개성공단영업기업연합회장) 2. 개성공단 전경 3. 개성시 거리의 삼봉3교, 종합지원센터 건물 등 4. 작업하는 근로자들 모습 5. 개성공단 내 배구하는 근로자들 Ⓒ연합뉴스

한편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으로 발생한 입주기업 등 피해실태를 조사하고, 지원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통일부의 입주기업 피해실태조사를 지원하여 지난 5월 2일부터 6월 7일까지 약 한 달여간 통일부와 합동으로 ‘개성공단 기업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총 조사대상 296개 기업(입주기업 123, 미착공 74, 공사중단 13, 영업소 86) 가운데 234개 업체가 실태조사서를 제출하였다. 조사결과를 보면 입주기업들이 신고한 금액은 총 1조56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향후 기업들이 정부에 요청하는 지원대책으로는 △경협보험 확대 적용(80개사) △남북협력기금 확충 등 유동성 관련 특별 금융지원 확대(55개사) △경영상 피해의 직접 보전(31개사) △납기 및 거래선 유예 등 재기 지원(11개사) 등 주로 금융분야에 집중되어 있었다.

홍양호 이사장은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하루아침에 정든 일터를 잃고 나왔으며, 이들은 지금도 바이어의 거래선 이탈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리위원장인 제게는 이들의 어려움이 안타까움 이상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며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모습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개성공단은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던 시범 공간이다. 60여 년의 분단 속 시·공간적 경계와 이질적인 경제, 문화, 제도 등의 간극을 좁혀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해가는 화합의 공간이었다. 문득 한 입주 기업인이 전한 소회가 떠오른다. “개성공단은 사업가라기보다 남과 북을 잇는 평화의 메신저라는 정체성을 심어준 곳이었다.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평화를 생산한다는 믿음으로 10년을 지내왔다.”고 전했다. 평화를 만들어 내려는 의지가 비단 입주기업인들 뿐이겠는가. 지난 7월 25일 열린 6차 개성공단실무회담에서 회담 자체가 사실상 결렬되면서 개성공단의 장기폐쇄가 우려되지만, 지루하고 길었던 장마 전선이 걷히고 뜨거운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듯, 개성에도 하루 빨리 발전적 정상화의 햇살이 비추길 바란다.

선수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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