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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 “모든 힘을 돈벌기에로?” 201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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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30 | “모든 힘을 돈벌기에로?”

양강도 혜산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조선족 자치현인 장백과 마주하고 있는 도시다. 국경지대여서 무역과 밀수로 목돈을 번 사람들이 돈 자랑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최근 혜산은 신(新) 부자 행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배급 중단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붐비는데 이곳 혜산의 부자들을 보면 여기가 과연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수령 유일주의를 내세우는 김정은 세상이 맞는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압록강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운치 좋은 곳에 아파트 한 채가 건설됐다. 아직은 골조만 섰을 뿐 문짝도 달지 않은 고층 아파트인데 어인 일인지 공사가 중단됐다.

혜산에 몰아치는 신(新) 부자 행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들이 줄을 선다. 혜산시 주택건설부에서 주관한 공사인데 힘은 거기까지인 듯하지만 입주를 위해 집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얼굴엔 희열이 넘친다. 방 네 칸에 화장실이 딸렸고 너른 거실을 둘러보며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가격은 중국 돈 10만 위안, 하루 한 끼 벌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서민들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골조만 세운 아파트 한 동이 순식간에 팔려나간다. 10만 위안에 집 한 채를 사들인 부자들은 이어 중국산 재료들로 인테리어를 한다. 거기에 드는 돈만도 2만여 위안, 대체 얼마를 갖고 있기에 그리도 많은 돈을 집 장만에 쏟아 붓는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수도물도 나오지 않는 아파트가 북한판으로 보면 천문학적 숫자인 거금에 팔리는 이유가 있다. 아파트 입주 자체가 부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식량 미공급과 함께 빈부격차가 하늘을 찌르는 현실에서 서민들 눈에 그런 행태가 눈에 거슬리기도 하련만 다시 보면 그렇지도 않다.

두세 집 식수만 공급해도 먹고 살만해?

50리터 정도 담기는 물통을 리어카에 실은 남자가 방금 입주한 아파트 마당에 들어섰다. 뒤따라 또 한 사람이 비슷한 물통을 싣고 들어선다. 미리 약속이 된 듯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와 물통의 물을 들여다본다. 뒤에 들어선 남자의 물을 보고 집안에 들이라고 한다.

감지덕지 머리를 조아리며 합격된 남자는 좋아하고 불합격 맞은 남자의 얼굴은 대뜸 소태 씹은 상이다. 같은 식수지만 사람의 외모와 물통의 위생상태가 다르다. 합격한 사람은 앞에 흰 앞치마를 둘렀고 물통도 깨끗한 천으로 덮었다.

최근 북·중 국경지대에서 전해온 말에 의하면 이렇게 두세 집 식수만 보장해도 먹고 살 돈은 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부자가 늘수록 서민 생계를 위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북한 정부의 방침대로 돈을 멀리하던 시대와 달리 이제는 개인의 능력이 돈으로 밝혀지는 시대가 왔다. “모든 힘을 당의 방침 관철에로”라는 구호가 이제는 “모든 힘을 돈 벌기에로” 바뀐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필자의 의견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불법으로 돈을 모아 행세를 해도 과연 무사할까 하는 의문 말이다. 그러나 공급제 정책이 무너진 실정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본의 형태를 물리칠 힘은 현재로써는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국가기관은 기관대로 돈을 벌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현실에서 허수아비 같은 아파트를 지어 놓고 돈벌이 하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것이고, 가진 자들의 주머니에서 외화를 뽑아내자 해도 탄압보다는 위와 같은 방법이 시대의 추이를 따르는 현명한 처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아직 과도기지만 국경지대인 혜산은 이미 자본의 형태로 주민 삶이 바뀐 지 오래다. 돈 없는 자는 있는 자의 집 머슴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오늘의 북한판 추세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것마저 없다면 서민 삶은 벌써 끝났을 것이다.

이지명 / 계간 〈북녘마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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