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8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물난리 나도 뛰쳐나갈 수 없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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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50 | 물난리 나도 뛰쳐나갈 수 없는 사연?
 
 
 북한에 살 때는 폭우나 태풍이 온다는 기상예보를 접할 때마다 걱정이 태산 같고 불안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단층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많이 불안했다. 기와도 변변치 못하고, 물이 빠질 수 있는 배수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천정에서 비가 새고 마당이 물바다가 되어 출입문으로 물이 들어올 때가 많았다. 태풍이 불면 기와가 날아가고 전신주가 넘어져 땅에 전류가 흘러 개와 돼지 같은 짐승이 감전되어 넘어지기도 했다.

 아파트도 그리 무사하지 못했다. 아파트 밑 배수시설이 빗물에 떠다니는 쓰레기 따위에 막혀 지하층이나 아래층에 빠져나가지 못한 물이 쓸어들었다. 아파트는 온통 부실공사로 대충 지은 것이어서 맨 윗층에 사는 사람들은 고통이 심했다.

지난해 9월 11일 함경남도 단천시 검덕지구에서 주민들이 홍수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11일 함경남도 단천시 검덕지구에서 주민들이 홍수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집 안에 숨겨놓은 밀수품, 어찌해야?

 콘크리트로 된 천장에서 빗물이 새 뚝뚝 떨어지고 비가 그친 뒤엔 그 자리에 시커멓게 곰팡이가 끼고 점점 낡아져 갔다. 난방도 문제였다. 북한은 평양에 있는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곤 전부 온돌을 놓고 나무나 석탄으로 난방과 취사를 한다. 그래서 큰 비가 내리면 건물 전체가 습기를 받아 연기가 공동 굴뚝으로 빠지지 못하고 아궁이로 쓸어 나오고 가스가 거꾸로 나와 질식사까지 발생했다.

 피해는 여름철 내내 이어졌다. 산에 나무가 없어 민둥산이 된 관계로 폭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만 큰비가 내려도 계곡과 시냇물이 삽시간에 불어났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양과 속도를 적당히 조절해주는 숲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갑자기 불어나는 강물 때문에 배수구에서 강물이 마을로 거꾸로 흘러드는 때도 있었다.

 필자가 살던 마을이 늘 그랬다. 우리 마을은 산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평평한 지대였고 그리 크지 않은 시냇물과 압록강이 합쳐지는 합수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큰 비가 내릴 때면 압록강이 시냇물보다 더 빨리 불어날 때가 많았는데 온 마을이 난리였다. 압록강 수위가 시냇물보다 더 높으면 불어난 시냇물이 마을에 쓸어들었다.

 그럴 때면 동사무소 직원들과 보안원들이 확성기를 들고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우리 마을은 대피 지시가 잘 먹혀들지 않아 늘 골머리를 앓았다. 국경을 끼고 밀수를 전업으로 살아가는 가구가 많았던 관계로 집안에 숨겨둔 밀수품들이 문제였다. 몸만 대피하면 숨겨놓은 밀수품들이 물에 손상이 되겠고, 물품을 옮기자면 보안원들의 눈에 뜨일 것이 뻔했다. 그것은 자기가 밀수꾼임을 스스로 발각시키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버티고 봤다. 그러다보니 물이 집안으로 마구 쓸어들 때까지 떠나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다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고가 종종 발생하자 어떤 사람들은 폭우가 예고되면 미리 밀수품들을 안전한 곳에 위치한 친척집에 야금야금 옮겨놓곤 했다. 그럼에도 홍수피해를 한번 입고 나면 어느 집에서 얼마만큼의 밀수품이 발각됐다느니, 누구는 검찰에 불려갔다느니 등 민심이 흉흉해졌다.

 북한 당국은 홍수나 태풍피해로 사람이 죽는 등 사고가 나도 피해를 보상해주거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냥 죽은 사람은 본인 불찰이고 재산피해는 하늘 탓이다. 남한처럼 보험사에서 보상을 받을 길도 없다. 주민들은 보험제도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죽으면 본인 불찰 … 보험제도·수재지원 없어

 북한에 수재민 지원이 있다면 국가 물자가 아니라 피해를 입지 않은 다른 지역 주민들로부터 이것저것 받아내서 줄 뿐이다. 그렇지만 김씨 일가의 우상화 시설이 피해를 입으면 국가재원을 아끼지 않고 탕진하며 그것도 성차지 않아 주민들의 주머니까지 털어 기왕 복구하는 참에 원래 것보다 더 좋게 리모델링한다.

 본인은 남한에 와서야 홍수피해, 태풍피해를 별로 걱정하지 않게 됐다. 방송에서 호우주의보, 태풍예보가 나오면 오히려 북한이 더 걱정스럽다. 기상예보를 볼 때면 늘 한반도 북부에 눈길이 간다. 제일 북쪽에 있는 백령도며 경기북부, 강원북부 날씨에 신경이 쓰인다. 남한은 아무리 피해가 있더라도 북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명피해, 재산피해가 발생해도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 그런 보상은 꿈도 꾸지 못하는 북한 주민의 처지가 너무나 안타깝다.

 산은 산마다 수림이 울창하고 배수시설이 북한에 비교할 수 없이 잘된 남한이다. 자연은 사람의 손이 간만큼 사람에게 되돌려 준다. 자연을 길들이지 못한 탓에 입게 되는 북한의 모든 재해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다.
 
 
도명학 /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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