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이집트, 세속주의 군부와 이슬람세력 갈등 격화 2013년 8월호
포커스 | 이집트, 세속주의 군부와 이슬람세력 갈등 격화
2011년 초 아랍의 봄을 대표하는 이집트의 시민혁명이 암초를 만났다. 이집트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축출됐다. 그것도 2년 전 혁명 당시 대중이 타도를 외쳤던 군부에 의해서다. 60년 권력에서 물러난 것 같았던 군부가 1년 만에 돌아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적지 않은 시민과 야권의 지지를 받으면서다. 무슬림형제단이 이끄는 이슬람 정권에 대한 불만이 집결된 결과다. 정치 및 사회의 이슬람화, 경제 및 민생회복의 실패 등에 대한 실망이 반정부 운동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30일부터 전국 주요 도시에서 수백만의 시위대가 이슬람 세력의 퇴진을 외쳤다. 이후 4일 만에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사실상 ‘구금 및 연행’됐다. 이를 집행한 세력이 바로 군부였다. 무르시 대통령의 취임으로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났던 군부가 1년 만에 극적으로 ‘쿠데타’에 성공한 것이다. 민주화가 걸음마도 떼기 전에 다시 좌초하면서 이집트는 무한 혼란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군부, 1년 만에 쿠데타로 귀환
7월 3일 밤 국영 TV에 중대 발표가 생중계됐다. 압둘 파타흐 알-시시 국방장관이 헌법의 효력정지와 임시대통령 임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방송에는 군부 외에 다양한 인사들이 등장했다. 국방장관에 이어 이집트 최고 이슬람 종교기관 알-아즈하르 수장 아흐마드 알-타입, 이집트 콥틱 기독교의 교황 타와드로스 2세, 그리고 범야권 구국전선의 의장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지지발언을 담당했다. 군부의 독자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종파 간 갈등을 조장해온 이슬람주의 무르시 정권의 약점도 양대 종교지도자의 지지발언으로 부각시켰다. 대국민 담화에 등장한 헌법재판소장 아들리 알-만수르 임시대통령은 “2011년 혁명을 완성하는 조치”라며 군부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그는 또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국가운영에 참여시키겠다.”며 반정부 시위 주도세력들을 다독였다. 군부의 쿠데타는 이처럼 대중의 요구에 부응한 불가피한 조치로 포장됐다. 무르시 지지자와 반정부 세력의 충돌로 사상자가 증가하면서 ‘군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도 만들었다. D-Day는 7월 1일이었다. 수백만 반정부 시위대가 집결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군부는 “무르시 대통령이 대중의 요구에 48시간 이내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군부 자체의 로드맵을 발동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무르시가 자신의 ‘합법성’만을 주장하자, 48시간이 지난 7월 3일 물리적으로 민선대통령을 퇴위시켰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일부 아랍 국가들은 오히려 이번 군부의 움직임에 즉각적인 지지를 보냈다.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은 이집트 군부가 임명한 임시대통령에게 신속하게 축전을 보냈다. UAE 외무장관은 “위대한 이집트 군부는 이집트의 수호자이며 강력한 방패라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군부의 역할을 추켜세웠다. 더불어 두 국가는 새 이집트 정부에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을 발표했다.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세력이 아랍의 봄 이후 세력을 강화해 여러 나라에서 정치사회적 불안요소가 되어 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움직임들이다. 특히 이슬람 세력이 반군을 주도하고 있다며 강력한 진압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시리아에게는 이번 이집트 사태는 호재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이집트 상황은 이른바 정치적 이슬람주의의 몰락”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의 반군과의 싸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동의 여론은 이집트 군부의 움직임에 비판적이다. 범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에 출연한 대다수 전문가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합법적 정부가 전복된 것에 대해 분노성에 가까운 비판을 보냈다. 범아랍 일간 알-쿠드스 알-아라비의 압둘바리 아트완 편집장은 “이집트의 민주화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서방이 군부의 쿠데타를 용인한다면 아랍의 봄 민주화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터키 정부는 “이집트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무르시”라며 “새로 출범한 과도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라고 공식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중동 여론은 비판적 … 군부 신뢰는 높은 편
이번 쿠데타 사태 이후 향후 이집트와 중동 전역에 세속주의 군부와 이슬람 세력 간 갈등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동 내 군부에 대한 신뢰는 높은 편이다. 이집트를 보더라도 여러 역사적 고비마다 군부는 중요한 역할은 담당해왔다. 왕정을 종식하고 영국으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을 달성한 주체도 군부였다. 1956년 영국과 프랑스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던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면서 아랍민족주의를 이끌었던 세력도 세속주의 군부였다. 서방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과의 4차례 전쟁에서 이집트를 지켜낸 것도 군부였다. 따라서 상당수 세속주의 세력은 현재의 위기에서 군부가 다시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길 원하고 있다. 더불어 이집트 전체 GDP의 30%를 담당하는 군부 관련 기업이 경제위기도 해결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정치 위기 때마다 개입해 세속적 민주주의를 지켜온 터키의 군부와 같은 역할을 이집트 세속주의자들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랍의 봄 이후 제도권 내에서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던 이슬람 세력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재는 한 달 전과는 달리 군부 쿠데타에 반발하는 이슬람 세력이 이집트의 거리를 메우고 있다. 이슬람세력과 세속주의 세력 간 갈등과 충돌이 향후 이집트 및 아랍 정치권의 화두가 될 것이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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