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할리우드, 새로운 ‘공공의 적’을 찾다 2013년 8월호
영화리뷰 | <백악관 최후의 날>
할리우드, 새로운 ‘공공의 적’을 찾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은 어디일까? 단연 세계 정치 1번지인 백악관이 아닐까. 그러나 최근 백악관이 스크린을 통해 수난당하고 있다. 하나는 이름도 거창한 <백악관 최후의 날(Olympus Has Fallen)>이고 다음에 개봉한 영화가 <화이트하우스 다운(White House Down)>이다.
두 영화 다 백악관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점거당하고 한 영웅의 활약에 의해 상황이 종료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백악관 최후의 날>에는 경호실 책임자가 <화이트하우스 다운>에는 백악관 경호실 직원 입시생이 영웅으로 나온다.
소개할 영화는 <백악관 최후의 날>이다. 물론 이 영화를 선정한 이유는 북한 및 한반도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 코너를 통해 최초로 작심하고 혹평하게 만든 영화다. 이름만 거창했지 지난 6월에 개봉 이후 소리 소문 없이 극장가에서 사라졌다.
관객이 보기에 말도 안 되고 불편한 내용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배신감(?)은 기대를 갖게 만든 출연 배우들의 캐스팅에 있다. 주인공인 제러드 버틀러는 이미 영화〈300(2006)>, <모범시민(2009)>등으로 너무 잘 알려져 있는 배우다. 영화에서는 백악관 경호실 책임자인 마이크 배닝으로 나온다. 그리고 상대 악역으로 나온 릭 윤은 한국계 배우로 국내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다. 북한출신 테러리스트 두목 ‘강’으로 나온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 벤자민 애셔역으로 아론 에크하트가 등장하는데 그는 영화 <월드인베이전(World Invasion: Battle LA, 2011)>에서 미 해병대 낸츠 중사로 나와 인상 깊은 연기를 보였고, 최근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다. 영화상으로 중사에서 졸지에 대통령으로 승진한 유래가 없는 사례를 남겼다. 역시 연기파 배우인 모건 프리먼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럼 이 영화에서 무엇이 문제였나? 우선 비현실적인 설정을 들 수 있다. 2012년에 나온 황당무계한 영화 <레드던(Red Dawn)>을 기억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침공한다는 내용이다. <레드던>은 전작을 리메이크해서 소련, 중국을 북한으로 살짝 바꿔치기한 것이다.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의 설정은 디테일한 부분이 더욱 황당하다. 미국의 백악관이 탈취한 AC-130건십기 한 대로 숙대밭이 된다는 설정이나 트럭 두 대에 분승한 테러범들에 의해 백악관이 장악된다는 설정은 터무니없다. 화물기인 AC-130건십이 현존 최고의 공중지배기인 F-22랩터를 공중에서 따돌린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또 북한출신의 테러리스트가 미국을 방문한 우리측 국무총리 수행요원으로 등장했다는 설정에서는 차라리 분노가 치밀었다. 우리나라가 무슨 제3세계 신생국가도 아닌데 국가급 수행요원의 신원확인이 이렇게 엉망이란 말인가? 특히 영화 속 북한출신 테러범들의 어눌한 한국말투는 압권(?)이었다. 한국어 대사는 거의 욕 아니면 괴성에 가까운 고함밖에 없었다.
영화에서 북한출신 테러리스트 두목 ‘강’은 대통령과 정부요인들을 인질로 삼아 한반도 동해의 미 7함대와 DMZ에 주둔한 미군철수를 요구조건으로 제시한다. 여기까진 현실적이다. 여기에 미군 장성은 DMZ에서 미군이 빠지고 7함대가 철수하면 한국이 72시간 내에 북한에 함락당할 것이란 보고를 한다. 오버된 한반도 인식이 읽혔다.
‘강’은 추가적으로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컨트롤할 수 있는 서버러스 시스템의 코드를 요구한다. 이거면 테러리스트의 의도는 분명해진 셈이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고 있거나 원하는 전략적 목적과 유사하다.
할리우드 영화들, 북한으로 악역 대체
이 영화는 한반도 상황을 다루고 있고 인기 있는 배우들이 출연했기 때문에 국내 흥행이 어느 정도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설정이 가미되면서 몰입감을 떨어뜨렸다. 욕설이나 괴성에 가까운 어눌한 한국어 대사가 가장 귀에 거슬렸고 테러리스트 두목 ‘강’의 부모가 반역죄로 북한에서 사살당하고 탈북한 ‘강’이 테러리스트로 신분전환을 했다는 과정도 전혀 와닿지 않은 설정이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북한이 소련, 아랍테러리스트, 외계인이라는 악역을 대체하고 있는 추세에서 언제쯤 구색을 갖춘 영화를 보게 될 지 한숨이 나온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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