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8월 1일 0

북리뷰 | 분단이 빚은 폭력과 비평화의 현실 보여줘 2013년 8월호

북리뷰 | 김병로 외 <한반도 분단과 평화부재의 삶>

분단이 빚은 폭력과 비평화의 현실 보여줘

이산가족상봉 장면은 참 이상하다. 상봉하는 가족들은 얼싸안아 울음부터 터뜨리고, 정신없이 울다 정신을 조금 차릴 때면 “미안하다”, “보고 싶었다”, “아픈 데는 없냐” 등의 일상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 긴 세월을 그리워하며 지냈는데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이런 표현밖에 없었을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러한 일상을 평생 제한받았기에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이렇게 평범하고 소소한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말 한마디에, 따뜻한 포옹 한 번에 해묵은 한이 해소되고 서로를 보듬는 것이야말로 가족인 듯하다.

<한반도 분단과 평화 부재의 삶>은 분단으로 상처 입은 이산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문에서조차 이산가족이라는 주제가 자칫 진부할 수 있음을 밝히면서도 이산가족들의 삶이 한반도 분단과 전쟁이 만들어낸 폭력과 비평화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기에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진부하리만큼 계속 논의되어 왔지만 오히려 무덤덤할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책은 시작한다.

저자는 한반도 이산가족을 광범위하게 규정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산가족 외에도 국군포로 및 비전향장기수, 망명과 납치로 인한 이산가족, 재일한인·재중조선족·재미동포 등의 디아스포라 한인, 탈북으로 헤어진 가족까지 분단으로 인해 가족의 울타리가 파괴된 모두를 일컫는다. 이들을 각각 갈래지어 원인과 현상, 사례자 인터뷰 및 발췌를 통해 그동안 문제의 깊이에 비해 학술적으로 미흡했던 연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 정치협상 대상될 수 없어

제네바 협약 중 ‘전시의 민간인 보호에 관한 조약’ 제82조에 의하면 전시에도 가족은 동일한 장소에 유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한 처사가 우선인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이산가족 문제는 순수한 인도적 차원이 아니라 이념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남북한 체제에서 비롯된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만남, 교류, 방문, 왕래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을 통해 상호접근 기회를 확대하려 애썼던 동서독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동서독은 가족·친지들 간의 ‘긴급한 용건’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이산가족들의 방문과 상호 체류까지도 허용하였다. 추상적인 통일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정신에 입각한 구체적 실천을 통해 통일의 실현을 추구한 것이다.

반면 남과 북의 이산가족 대우는 너무나 잔인하다. 이산가족 문제가 인도적 의제로 다루어지기보다 정치적 협상을 위한 대상이기를 강요받는다. 국가에 의해 가족이 재구성되는 현실이 한반도에서 버젓이 펼쳐지고 있다. 사회의 비인도적 처사에는 여론이 들끓지만, 정작 분단으로 인한 이 문제를 세상은 외면하고 있다. 이산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의 삶과 가족의 경계를 짓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평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사상과 이념이 무엇이기에 가족의 끈을 끊어놓고 있는가. 이산가족, 그들은 평화 속에서도 평화를 찾을 수 없는 삶을 계속하고 있다.

선수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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