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11월 1일

영화리뷰 | 각박한 현실 속 용기와 희망 촉구 2012년 11월호

영화리뷰

 <이웃사람> 각박한 현실 속 용기와 희망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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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 및 드라마에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윤태호 원작의 웹툰 <이끼>를 영화화 한 것이 히트를 쳤다. 웹툰(Webtoon)은 인터넷 환경의 개선과 더불어 탄생했다. 영어의 ‘web(웹)’과 ‘cartoon(만화)’을 합성한 신조어로 종이가 아닌 인터넷을 매개로 전파된다.

그동안 종이만화로는 허영만 화백의 원작 <비트(1997)>를 시작으로   <타짜(2006)>가 인기를 끌었고, 드라마에서는 <식객(2008)>, <각시탈(2012)> 등이 히트 쳤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는 원작만큼 영상에서 인기가 많았다.

인기 웹툰 작가 강풀 원작 영화화
이제는 만화제작도 그림을 그리는 작가와 스토리작가의 분화가 이루어지고 있을 만큼 전문화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이웃사람>도 강풀 원작의 웹툰를 토대로 제작됐다. 그동안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 등 여러 작품이 영화화 됐지만 재미를 못 봤다.

김휘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강풀 작가로부터 들은 유일한 당부의 말이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란 한마디라고 전했다. 그동안 웹툰 세계의 강자 강풀 작가의 작품이 이상하게 영화에서는 번번이 쓴 맛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 <이웃사람>은 원작자의 한을 어느 정도 풀어준 듯하다. 대히트는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243만4,099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되었으니 말이다. 이 영화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싸이코 패스 범죄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선전 문구에서 나오는 분위기대로 고도의 심리적인 스릴러를 기대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다. 평론가 평점은 매우 낮게 나왔다.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을 지목해 놓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시작부터 ‘죽은 내 딸이 일주일째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라는 다소 섬찟한 문구를 관객에게 던진다. 그래서 공포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도 아니다. 이 영화는 장르를 나누기 매우 애매하다. 가족드라마인지, 스릴러인지, 공포물인지, 코미디물인지 불분명하다. 그래서 보고 나왔을 때의 여운이 붕 뜨는 느낌이다.

이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가’인데 그다지 많지 않은 폭력과 욕설장면, 피 흘리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전략적으로 관람가능 연령을 낮췄으면 더 좋은 흥행을 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이웃사람>은 한 여학생이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에서 시작한다. 여학생이 사는 집은 202호, 범인이 사는 집은 101호, 사채업자가 사는 집은 302호. 영화 제목대로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강산빌라라는 작은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플롯은 매우 단순하다.

강산빌라 101호에는 싸이코 패스 류승혁이 산다. 살인마 류승혁 역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폭두목의 오른팔로 나와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김성균이 맡았다. 재미있는 것은 극중 사채업자 안혁모 역을 맡은 마동석도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얼뜨기 체육관 관장출신으로 나왔고, 거기서 김성균에게 구타를 당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갑을이 바뀐다. 순수하게 구타의 개념에서 말이다. 마동석은 사채업자로 나온다. 마동석의 구타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질 정도로 질펀한 욕설과 구타가 ‘일품(?)’이었다.

질펀한 욕설과 구타가 일품?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스토리를 구분하자면, 살인마 류승혁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와 살해당하는 여학생 원여선과 새엄마의 관계, 살인을 하고 숨어사는 경비원 표종록, 사채업자 안혁모와 삼촌과의 애증 등이 얽혀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러한 인과관계가 짜임새 있게 맞물려 있기 보다는 개별적인 사연과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래서 구성이 단조롭게 느껴진다.

그나마 류승혁의 꾀죄죄하고 어두운 모습을 김성균이 잘 소화해 주었고 여학생 역의 김새롬은 1인 2역을 무리 없이 펼쳤다. 극적 구성은 약간 떨어졌으나 배우의 연기가 뒷받침해줘서 볼만했다. 특히 사채업자 안혁모가 살인마 류승혁을 구타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총 4번 등장하는데 나름 중독성이 있다.

이 영화는 그다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어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도 않다. 다만 적당히 시간을 때울 수 있을 정도의 재미는 갖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카툰과 영상의 차이점에서 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김휘 감독은 최대한 원작 카툰을 손질하지 않고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했으나 카툰이 갖고 있는 특징, 즉 컷과 컷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여운에서 느껴졌던 맛이 영상에서는 제대로 발휘될 수 없었다. 강풀 카툰이 갖고 있는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필치가 구현되지 못했다.

그래도 요즘 재능 있는 카툰 작가들의 작품들이 영화화되는 것은 소재의 다양화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된다. 최근에는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가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있다. 자못 기대가 된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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