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11월 1일

시사초점 | 유럽재정 위기, 세계경제 가장 큰 하방요인으로 작용 2012년 11월호

시사초점

유럽재정 위기, 세계경제 가장 큰 하방요인으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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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동향을 주시하기로 합의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 지속에 공조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유럽 일부국가의 재정위기가 전 세계 경기를 침체에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요인이 되리라고는 누가 상상했을까?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4월 세계경제가 2012년 3.5%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10월에는 3.3%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2013년의 예상 경제성장률 또한 4.1%에서 3.6%로 낮췄다.

유로존 올해 -0.4% 성장 예상
하향조정의 배경으로는 유럽재정 위기의 확산과 미국의 재정절벽 가능성,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중 유럽재정 위기는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외적 정치적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IMF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는 유로존이 보다 적극적인 재정통합 조치와 회원국 간 정책조율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국제기구의 이와 같은 요구는 유럽재정 위기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여실히 반영한다.

유럽재정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나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공공지출이다. 그리스 재정위기는 이 시각에서 잘 설명이 된다. 포퓰리즘에 좌우된 정치는 공공부문의 과도한 팽창과 미래 세입을 고려하지 않은 재정운영을 초래하였고, 유로화 도입에 따른 저금리 혜택은 재정적자를 보다 쉽게 확대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물론 재정적자가 급속도로 증가한 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실시한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유로화 도입 이후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부채는 금리하락 추세에 맞춰 빠르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이들 국가가 독일 등 북유럽 경제에 무임승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산업부문의 경쟁력 상실이다. 단일통화의 사용은 화폐 평가절하를 통한 수출경쟁력 조정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임금 등 생산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데 남유럽 국가들은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결국 산업경쟁력의 상실은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채무의 확대를 가져왔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부터는 금융시장에서 남유럽 국가들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었다. 민간부문이 채무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면, 은행이 부실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은 남유럽 국채금리의 상승을 가져와 재정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였다.

세 번째는 유로존의 운영구조에 대한 지적으로 통화통합과 재정통합 간의 괴리에 관한 문제이다. 단일통화를 사용하고 있으나, 재정통합은 이루어있지 않아 통화공동체 내에서의 재정 이전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반적인 연방정부의 운영에는 최소한 총 GDP의 20% 수준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EU공동체의 예산은 총 GDP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EU FTA 발효 1년 … 대EU 수출 12.2% 감소
국가 간의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조정제도도 실효성이 낮아 대외충격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 결국 개별 국가들이 ‘스스로 알아서’ 대응할 수밖에 없어 자국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치기 쉬운 상황이 연출된다. 재정위기가 조기에 해결되지 못하고 확산되어 온 데에는 리더십 결여에 따른 정치적 합의의 부재, EU 특유의 느린 결정구조 등에 기인하는바 또한 크다.

유럽재정 위기는 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9년의 경기침체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는 2012년 초부터 성장률이 둔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장 큰 요인은 세계 GDP의 27%를 차지하는 EU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되었기 때문이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경제권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유럽재정 위기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곳은 유로존으로 올해 -0.4%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위기국의 경기침체는 독일 등 유럽 내 핵심국가의 경기를 끌어내리게 되고, 소비와 투자 침체현상은 무역과 금융경로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이다. EU의 경기침체는 미국, 일본, 중국의 대EU 수출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연쇄효과를 낳게 된다. 2011년 6.6%의 성장을 기록했던 전 세계 교역은 2012년에는 4% 초반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재정 위기는 국내경제에도 이미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3년간 국내증시는 그리스, 포르투갈 등 유럽 소국의 구제금융 소식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대응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였다. 실제로 2011년 하반기 유럽계 자금은 국내증시의 매도세를 주도하였고 ECB의 양적완화 조치 이후에는 다시 국내증시에 대규모로 유입된 바 있다.

무역측면에서의 영향은 올해 7월로 발효 1주년이 된 한·EU FTA의 초기성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EU FTA 발효 이후 12개월 동안의 대(對)EU 수출은 FTA 발효에도 불구 전년도 동기간 대비 12.2%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한국의 총수출이 7.4% 증가한 것과 비교해 보면 매우 예외적인 결과임을 할 수 있다.

반면에 같은 기간 EU로 부터의 수입은 13.1% 증가하였다. 대EU 총수출은 2011년 하반기부터 올해 9월까지 전년동월 대비 감소추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12년에는 1997년 이후 최저 대EU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무역수지 적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경제는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비중이 높고 무역의존도가 높아 대외충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단기변동을 제어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도 매우 적다. 이러한 제약조건 하에서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자본이탈로 인한 유동성 위기 시 외화공급 계획을 세워 외환공급 차질 우려를 빠르게 종식시킬 수 있는 조치가 사전에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동아시아 역내 금융안정망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또한 당분간 선진국 경제가 저성장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기체결 FTA의 활용도를 높이고 수출시장의 다변화 등을 통해 선진국의 시장불황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유덕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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