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11월 1일

북한인권을 말한다 | 국가인권위, 북한 인권침해 증거 체계적으로 수집 2012년 11월호

<연간기획> 북한인권을 말한다 13

국가인권위, 북한 인권침해 증거 체계적으로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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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침해 피해자 모임 김광일(43)씨 등 북한이탈주민들이 지난해 6월 21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 함경북도 전거리교화소 인권침해 사항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2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 북한인권침해인권사례집』을 출간하였다. 이 사례집에는 1977년에서 1984년 사이 북창관리소에서 자행된 인권침해 사례를 포함해서 요덕 및 회령정치범수용소 등에 수감된 278명의 명단을 최초로 정리하여 보고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같은 해 3월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을 신설하여 북한 인권침해 사례와 증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인권침해, 공소시효 없는 범죄 … 기록 남겨야
우리나라 국가기관이 북한인권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인권침해에 대한 기록수집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권상황이 취약한 북한의 인권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향후 처벌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자제하게 함으로써 인권개선에 이바지하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북한의 인권침해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국제적인 반인도범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향후 국제사회와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유엔 인권기구에 반인도범죄에 대한 기소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인권침해 사례와 증거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1961년 11월 동독과 가장 긴 국경을 마주하고 있었던 지방정부인 니더작센주의 짤쯔기터-바트 지방법원 산하에 ‘잘쯔기터 중앙기록보존소(Salzgitter Erfassungstelle)’를 설치하여 통일 시점까지 동독에서 자행되던 약 4만1,390건의 인권침해 행위를 수집, 보존하여 동독정부에 큰 부담을 주고 인권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경고함으로서 인권개선 효과를 가져온 역사적 경험이 있다.

북한 인권침해 사실을 증언과 정확한 사건보고서를 통해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매우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그러나 과거 동서독 통일과정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이러한 인권침해 기록작업들은 의미 있는 변화의 기초가 되었다. 인권침해의 가해자들은 시효와 관계없이 국제사회에서 인류에 대한 범죄로 처벌가능하다는 사실은 추가적인 인권침해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문제에 지대한 관심과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보여주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접근방식은 체제비판 차원을 넘어서 북한사회의 변화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할 수 있는 거시적인 틀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우선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 및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적극적 방법론’과 인권 감시활동과 인권침해 사실에 대한 고발을 수반하는 ‘비판적 방법론’을 동시에 추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기록보존, 국제사회 개입 근거 제공
북한은 지금까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등 네 개의 국제 인권규약에 가입하고 있다. 이 조약들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의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관련부서에서 북한의 국제규약 위반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제시를 통하여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특히 탈북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종교적 자유, 아동노동이나 재소자 강제노동 문제는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사항이다. 지난 10여 년간 유엔총회 및 인권이사회에서의 북한인권결의안 통과는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인권단체의 구체적인 정보제공을 기반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개입과 압력을 지속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국제인권레짐의 여러 가지 절차 가운데 인권조사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실태조사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제시야 말로 독재국가들이 인권침해를 회피하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이다.

우리 사회에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히려 북한당국과의 협상을 저해하고 실질적인 인권개선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인권환경팀은 해체되고 이명박 정부도 핵문제에 몰입하면서 북한주민의 인권문제 개선을 지엽적인 문제로 취급하였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인권개선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인권문제에 대한 무관심이야 말로 인권문제를 악화시킨 근본적인 요인임을 알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수집을 시작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며, 향후 남북 간의 진정한 평화와 협상이 가능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과업이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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