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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육칼럼 | 학교통일교육, 다문화 시민 양성 모색해야 2011년 2월호

통일교육칼럼

학교통일교육, 다문화 시민 양성 모색해야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남북 모두에게 있어 민족이라는 개념은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설명해 주는 가장 강력한 논리적 근거였다.

하지만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이론이 득세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 가운데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우리 사회에서의 순혈주의에 근거한 민족 담론은 점차 그 위력을 소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12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2%에 이른다.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외국인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5% 이상이 되어야 진정한 다문화 국가라고 할 수 있기에, 대한민국이 다문화 국가라는 명칭을 갖기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2007년 기준으로 외국 태생 인구의 비율이 미국은 12.5%이며, 캐나다는 20%, 호주는 24%, 독일은 8.8%, 영국은 4.5% 등이다. 이렇듯 총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주요 선진국 비율(10.3%)보다는 낮지만, 개발도상국의 평균 수준(1.5%)보다는 높은 편이다.

엄격하게 수치만 놓고 볼 때, 대한민국은 아직 다문화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 인구가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다문화 현상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편이다.

통일교육, 내적 사회통합에 기여해야

한국의 다문화 현실이 학교 통일교육에 요구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말해, 다문화 사회는 학교 통일교육이 우선적으로 내적 사회 통합에 기여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통일의 대상인 북한과의 통합에만 치중하여 북한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왔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우리 안의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학교 통일교육에서 ‘통일 의지를 갖춘 인간’을 육성한다고 했지만, 그 ‘통일 의지’는 어디까지나 북한과의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에 초점이 더 맞추어져 있었다.

‘우리 안의 통일’은 다문화적 사회 통합

통일 후의 한국은 기본적으로 다문화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통일 한국에서는 이질적인 정치·경제·사회·문화 체제와 가치관, 생활양식 등이 혼재된 상태가 독일의 경우에서 볼 수 있었던 바와 같이 상당 기간 존속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 속에서 국가 정체성과 연대의식을 조장하여 다양성 안의 통일성에 근거한 국가의 성장 동력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통일한국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볼 때, 최근 한국 사회의 다문화 추세는, 학교 통일교육이 우선적으로 ‘우리 안의 통일’을 이룩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해 준다.

왜냐하면 통일 국가 형성 이전에 우리 안에서 다양성과 통일성이 조화를 이루는 훈련을 하게 하는 것은 통일 이후에 우리가 직면하게 될 문제들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 추세는 통일을 ‘과정’으로 보려는 유연한 자세를 견지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이에 우리는 갈등의 평화적 해결, 존중과 관용에 근거한 사회 통합, 편견과 차별의 극복 등이 바로 통일의 한 ‘과정’임을 인정해야 한다.

성급하게 1민족 1국가 체제를 만드는 것에만 치중하게 되면, 어떤 이념과 체제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논리에 바탕을 둔 통일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 사회의 기존 이념과 가치관이 주도권을 갖게 되어 다른 한 쪽은 수동적인 동화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동시에 주도권을 가진 사회의 내적 모순 구조는 은폐되기가 쉬어진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중시하는 통일교육에서는 ‘하나가 되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우선 남북한이 오랜 분단 체제 속에서 고착된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서로 공존·공영하는 방법을 강조하게 된다.

즉, 통일 정책이나 북한 체제 비판에 초점을 맞추었던 통일교육에서 탈피하여 분단으로 인한 피해의 자각을 통하여 평화 통일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냉전적인 분단 의식을 극복하려는 자세와 태도를 형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또한 차별과 억압, 불평등 같은 우리 사회 내부의 구조적 모순을 타파함으로써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의 창조를 강조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다문화 시민의 양성이라는 차원에서 포괄적인 학교 통일교육의 목표와 비전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타 인종·민족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배타적인 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해보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공존·공영할 수 있는 삶의 역량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인종·민족·사회계급·젠더·장애 등에 근거한 억압과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시민을 육성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달리 말해, 학교 통일교육은 기존의 법과 관습을 준수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변혁적 시민(transformative citizen)을 양성해야 한다.

또한, 우리 안의 외국인을 한국 사회에 동화시켜 사회통합을 이루려는 동화주의 발상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사회 통합 방식이 아니듯이,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을 남한 사회에 무조건 동화시켜 사회 통합을 이루려는 발상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남북한의 사회 통합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이념·문화·가치관·행동양식을 수용하여 완전하게 동화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안의 통일’이 다문화적 사회 통합 방식이 되어야 하듯이, 남북한의 통일도 다문화적 사회 통합을 이루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즉 한 사회를 구성하는 이질적인 집단들이 다양성 존중과 상호주의 원리에 의해 통일된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다문화적 사회 통합 방식이 통일 국가에서도 그대로 견지되어야 한다.

다문화 사회에서 학교 통일교육은 이러한 원칙을 학생들이 이해하고, 그러한 원칙을 구현하는 행동양식을 체계적·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추병완 / 춘천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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