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통일 후가 걱정되는 인사청문회 2011년 2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20
통일 후가 걱정되는 인사청문회
남한에 와 처음으로 텔레비전에 비쳐진 국회청문회를 보았을 때 참 재미있었다. 국회의원들이 장관들을 세워놓고 나랏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따지고 호통 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였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북에서는 사상투쟁회의나 종업원총회와 같은 회의 장소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생방송으로 나오는 것이 참 신기했다.
국민의 눈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질문 받고 대답하는 장관들의 겸손한 모습에서 나는 ‘민주주의가 이래서 좋구나.’ 하고 생각했다. 국민에 의한 국민의 권력이 민주국가라는 말이 실감나는 모습이었다.
‘민주주의가 이래서 좋구나’
북에서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인민들은 당과 정부에서 하는 일에 대해 아무 권리 행사도 못한다. 당에서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말아야 할 의무밖에 없다. 만세를 부를 자유는 있지만 비판할 자유는 없다.
물론 북한에서도 고위급 간부들을 내다 세워놓고 진땀을 빼게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점은 회의 진행상황이나 내용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나랏일은 다 윗사람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다.
국가적 사안이 아닌 마을이나 직장 일에서조차 바른 말을 잘하는 사람은 오히려 ‘사상이 삐딱한 사람’, ‘혁명성이 모호한 사람’으로 개인자료에 기입되기 십상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 그대로다. 거기에 비하면 민주사회에 국민이 지켜볼 수 있는 청문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지만 최근 들어 국회청문회에 대하여 무조건 다 좋다고만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인사청문회 때문이다. 국민 5천만명 중 총리 한 사람, 장관 한 두 사람 뽑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내세우는 후보자마다 흠집투성이다. 끝내 청문회를 통과 못한 후보자가 물러서면 다른 사람 고르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겨우 다시 골라 내세워도 역시 곤혹을 치른다. 이 사람을 내세우나 저 사람을 내세우나 별로 차이가 없다. ‘도토리 키 재기’다.
대한민국에 그렇게 사람이 없을까. 후보자 마다 문제시 되는 것이 ‘도덕적 기준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일을 맡기면 잘 해낼 수 있을 지 없을 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지 알쏭달쏭 하다.
나랏일을 하기 위해 총리도 장관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무조건 깨끗한 사람만 요구하는 것은 환상이 아닐까. 사람이 살다보면 곧을 정(正)자도 있고 갈 지(之)자도 있게 마련이다. 단, 제기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정도인가를 가늠해 볼 수밖에 없다. 도덕적인 것만 절대화 한다면 돌부처가 적격자다.
도덕적인 면과 능력을 균형 있게 살피는 것이 좋을 텐데 그렇지 않다. 흠집 내기에 치우친 청문회가 분명하다. 후보자의 뒤를 캐는 데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셜록 홈즈’보다 낫다. 국민이 지켜보는데 이것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설사 청문회를 통과해도 초장에 기가 죽어버린 신임장관이 일을 하면 얼마나 잘할까.
북한에서는 인사를 간부사업이라고 부른다. 간부사업은 극비로 취급한다. 청문회 같은 것은 없다. 남한과 정반대다. 그렇지만 간부사업을 하는 사전작업이 매우 치밀하다. 사돈의 팔촌까지 뒤져본다는 말이 날 정도로 출신성분부터 깐깐하게 따진다.
도덕성이나 능력을 알아보는 것도 어릴 때부터 따라다니는 개인자료를 참고하며 본인의 현재 생활에 대한 대중여론을 은근히 조사 장악한다. 내부에서 비공개로 알아볼 만큼 알아보고 토론할 만큼 토론한 후에야 비로소 본인을 만나 담화 한다.
이쯤 되면 이미 결정이 난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북한에서는 간부들의 흠집이 공개되지 않는다. 간부자료를 관리하고 열람할 수 있는 간부만이 알 수 있으나 그것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개인자료에 대한 보호가 비교적 잘되기 때문에 간부들은 아랫사람들 앞에 항상 당당하다. 위신이 서고 직권이 통하며 자연히 추진력이 생긴다.
이것이 독재사회의 인사 과정이긴 하지만 참고할 점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남한의 인사청문회가 선진국처럼 성숙된 모습이라면 몰라도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나서는 정치인마다 몹쓸 인간들로 비치는 인사청문회의 모습이 국민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정치권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은 무심히 들을 말이 아니다.
인사청문회 통과할 북한사람 있을까?
통일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봐도 남한의 인사청문회를 북한사람들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대로 적용한다면 부작용이 클 것이다.
남한의 기준대로라면 열악하기 그지없는 북한사회에서 온갖 불법과 편법으로 살아야 했던 북한사람들은 총리나 장관자리에 오를 사람이 한명도 없을 것이다. 통일 후가 걱정이다. 만약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통일은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 통일한국의 국회가 어떤 모습으로 되어야 할 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이 가지고 있는 서로의 장점을 취합하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얼마든지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림이 있을 것이다.
도명학 / NK지식인연대 출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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