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기업들, 기여식 통일기금 마련하자” 2011년 2월호
특별기고
“기업들, 기여식 통일기금 마련하자”
기업의 존망은 우리 삶의 중요한 질적 수준과 결부되어 있으며 국가의 안정을 도모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독일만 보더라도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이 결국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기업들이 벌어들인 부에서 나왔다.
통일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지만 통일당시 통일비용으로 인해 힘들었던 독일경제도 이제야 그 뿌린 씨앗을 거두는 성과가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동독지역의 물적·인적 인프라가 궤도에 오르면서 생산성을 내고 있는 것이니 이러한 예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통일이 되었을 때 낙후된 북한 지역을 복구, 건설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각 기업의 기업가적 이익창출 정신과 결합되어, 역량을 집중할 때 통일 에너지가 힘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아자동차에서 함흥에 자동차 공장을 짓게 된다면 이는 북한 주민에 대한 혜택은 물론 결국 기업의 이득으로 올 것이다. 말하자면 북한은 기업의 측면에서 미래의 엘도라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부분적 남북경협이 이뤄지는 개성공단과는 차원 자체가 다르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역할을 소홀히 여길 수 없고 기업이 정부 정책에 무임승차하는 태도 역시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다.
여러 뉴스를 일별해 보면 북한 동향은 심상치 않다. 그 내부의 정확한 움직임을 알 수 없지만 3대 세습 갈등이 표출되고, 주민들의 삶이 이미 임계점 이하로 내려선지 오래이며, 한국의 발전 정보가 빠르게 북한주민들 귀에 들어가는 국면에서 통일은 어느 순간 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기업 입장에서 북한 포트폴리오 짜자
이러한 정세 변화에 발맞춰 정부가 통일세안을 여론에 내놓은 것은 사실 성급한 결정도 아니고 토론을 위해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보수, 진보의 정치적 산법 문제가 절대 아니라고 본다. 말로만 준비해야 한다는 단계는 지났다.
내적 역량이 축적되는 만큼 곳간을 반드시 채워 두어야 한다. 결국 돈을 준비해 두는 일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다. 인적 기여야 닥치면 공무원들이 가서 노하우를 전할 수 있고 교육을 통해 할 수 있으며 봉사하면 되지만, 돈은 그렇지 않다.
일이 터지면 빚을 내서라도 할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녹록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당장 세금을 거두는 것은 민감한 일이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절차도 있고 하니 이래저래 시간이 걸린다.
이런 와중에 기업인의 입장에서 동료 기업인들에게 취악대 반주처럼 거금의 선동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우리가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서 우리기업의 역량에 맞게 우선 국민적 합의 이전에라도 통일을 위한 기금을 기여식으로 접근해 보자는 것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점을 옹호하고 싶다.
“내가 먼저 통일기금 통장 내놓는다”
먼저 북한 주민들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생각하고 싶다. 지금 당장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통일 이후 빠른 재건을 위한 인프라로 기금을 비축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우리의 역량이 이제 글로벌 수준에 이르렀고 해외에도 선뜻 거금을 기부하는데 동포애적인 바탕에서 북한 주민을 위해 기여하지 못 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역량이 되는데도 미루고 탓한다면 궁색한 일이고 무임승차만 바라는 공짜 심리로 비춰질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북한 주민을 위한 ‘2011 마샬플랜’으로 명명하고, 기업이 자기 역량과 관심에 맞게 통일 비용을 위한 기금 펀드들을 만들어 줄 것을 호소하고 싶다. 이는 향후 통일세 논의에서 아주 건전한 토론을 이끌어 내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두 번째 생각이다.
기업 독자적으로 실행하면서 그에 대한 준비와 점검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향후 집약해야 할 통일세 논의에서 발생할 여러 가지 변수들을 사전에 검토해 보는 효과도 거둘 것이다. 기업에게 무조건 사회적 분위기에 기대어 총대를 메라는 군사정부식의 강요가 되는 것은 반대한다.
특히 이 기금의 기여가 향후 북한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와 더불어 통일 이후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바로 투자가 아닌가? 그 투자는 경제적 재건을 넘어 사회통합을 위한 대비도 될 것이다.
기업은 이득을 먹고사는 생물체이다. 이득의 전망 없이 무조건 내라면 정부도 기업도 다 손해이다. 갈등이고 역효과일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날 한꺼번에 내겠다는 의욕도 부담이 클 수 있다. 개인들도 미래를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짠다.
적금도 붓고 펀드도 하고 보험도 든다. 그렇듯 기업의 입장에서 북한 변수를 대비해 기여식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북한 포트폴리오를 짜는 대비가 될 것이다.
통일문제가 정부에게만 상수(常數)가 아니라 기업에게도 상수이다. 시점은 변수일지 모르지만 대비는 상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만약 내일이라도 당장 통일이 됐다고 가정 했을 때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보자.
사회정치적 혼란은 차치하고, 일단 북한 지원이 최선급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고 구호물자 나르듯이 라면과 화장지만 한 무더기 갔다 주면 해결되겠는가? 그런 변통의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인 대 변혁이 필요할 터이고 그러기에 거기에 충당할 비용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평도 주민들이 갑자기 육지로 왔을 때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대책이 있었던가? 다 알고 수긍하지만 방치하고 있는 일이다. 그냥 통일만 이뤄서 되는 것이 아니다. 휴전선이 무너진다고 통일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독일도 20년이 넘어서야 통일투자의 결실을 이제 추수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사업을 구상할 때 10년 뒤 이익과 살아남을 업종을 찾듯이 북한투자 역시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강요하고 압박에 못이겨 마지못해 낼 사안은 아니라 좀 더 적극적·구체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이다.
그래서 각 기업이 업종별 지역별로 기금을 조성해서 통일세의 대안적 마샬플랜을 수립하는 일은, 한민족 복지에 기여하는 역사적 결단이 될 것이다. 전 국민적 통일세를 입안하여 세수로 거둬들이기보다 먼저 기업에서 앞장서서 나서 주기를 주문하고 싶다.
기업의 우선적 기여를 정치적, 정권적 차원에서 잘 보여 무슨 프로젝트나 얻으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실패한 발상이 될 수 있다.
당대에 돈만 벌면 됐지 하는 소상인적 차원을 넘어 분단 60년 아직도 동강난 조국의 미래를 보는 기업가의 안목에 하소연하고 싶을 따름이다. 이를 위해 내가 오늘 먼저 통일 기금의 통장을 내놓는다.
황관의 / 한일특수강주식회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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