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한.일 군사협력 확대…한.중 협력 기회 만들 수도 201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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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협력 확대…한.중 협력 기회 만들 수도
지난 1월 10일 기타자와 토시미 일본 방위대신이 서울을 방문하여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다. 이번 한·일 국방장관회담이 관심을 끌었던 것은 한·일 간에 군사협력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군사비밀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일 간의 군사협력 문제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2005년에는 한국과 일본이 정기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다양한 군사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교류각서를 체결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일 간에 대단하게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대서특필되어 좌절된 적도 있다.
이번에 체결을 논의하는 것은 ‘군사정보보호일반협정(GSOMIA :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성격을 띤 것이다. ‘일반’ 혹은 ‘포괄’로 번역되는 ‘general’이 붙는 것은 특정 군사정보를 상호 교환하기로 합의하고 맺게 되는 특별협정 형식이 별도로 있기 때문이다.
군사정보보호일반협정은 상호 간에 제공된 군사정보에 대하여 그 정보의 비밀 등급에 맞게 제공받은 국가가 자국의 군사정보와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21개국과 체결하고 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일반적으로 ‘물품 및 용역의 상호제공에 대한 협정(ACSA : Acquisition and Cross-Servicing Agreement)’으로 불리며 한국은 이미 8개국과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한국, 상호군수지원협정 8개국과 체결
군사정보보호일반협정 21개국과 체결
‘GSOMIA’는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으며, ‘ACSA’는 무기를 제외한 군수물자와 수송 등 서비스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과 가까운 곳에서 훈련 중에 한국군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나 서비스가 있으면 일본이 먼저 제공하고 이를 나중에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환태평양 군사훈련인 ‘림팩(RIMPAC : Rim of the Pacific Exercise)’ 훈련을 마치고 일본 근방을 거쳐 복귀하던 한국 해군에게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일본 자위대가 항공기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귀중한 목숨을 건진 사례가 있었다. 이것은 예외적인 조치였고 앞으로 이러한 협력을 정상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 이번 군사협력 확대의 목적이다.
한·일 간에 군사협력 문제가 거론되면 혹시 한·일 군사관계가 동맹관계로 바뀌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혹과 한·일 간의 군사협력이 한·미·일 삼각동맹의 형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는 그동안 한·미동맹이 대외군사관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 군사협력 관계를 맺으면 쉽게 동맹관계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대외군사관계에는 단순한 교류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수준의 협력관계 수준이 있고 그 최고 정점에 있는 것이 동맹관계이다.
따라서 한·일 군사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그동안의 단순한 교류관계에서 한 계단 정도 수준을 높인다는 것이지 동맹관계와는 아직 거리가 먼 것이다.
다만 한국은 한·미동맹의 파트너이며 일본은 미·일동맹의 파트너이기 때문에 서방의 학자들은 이미 한·일관계는 사실상의 동맹관계라는 표현을 쓰기도 해 왔다. 그렇다고 한·일 군사협력을 시작한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동맹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이다.
한·일 협력확대가 한·미·일 동맹 형성?
더불어 한·일 군사협력이 바로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별도의 절차와 합의가 필요하며 일본은 현재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한·일 군사협력 확대를 한·미·일 삼각동맹의 형성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중국 등 근린국에게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한·일 간의 군사협력 문제가 거론되면 항상 부딪히는 벽이 있다. 그것은 중국의 벽과 역사의 벽이다. 첫째, 중국의 벽이란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중국을 자극하여 한·중관계를 악화시키고, 북한과 중국의 협력을 강화시킬 것’이란 우려이다. 나아가 동북아 지역에 또 다시 냉전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딜레마 때문에 한·일 협력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수동적인 외교일 수 있다. 오히려 일본과의 협력 확대를 추진하면서, 이를 발판으로 중국과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한·중 간의 군사교류나 협력도 비슷한 논리로 벽에 부딪혀 왔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으로 연결되어 있는 일본과도 아직 본격적인 군사협력을 하지 않고 있는데 중국과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한·일 군사협력의 확대를 통해 한·중 군사협력의 기회도 만들어 가고, 이를 통해 동북아 지역의 다자간 안보협력도 구체화 시킬 수 있다는 큰 안목이 필요하고, 이런 외교적인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필요한 때이다.
둘째, 역사의 벽이란 ‘일본이 역사문제에 대해 충분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고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일본과 군사협력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본과의 협력 문제가 반대에 부딪힐 때 떠오르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이 서양의 침범을 우려하며 세웠던 척화비이다. ‘양이침범 비전즉화 주화매국(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려는데 싸우지 않고 화평을 주장하는 것은 매국행위라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데 일본과 협력을 주장하면 과연 매국행위일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반대하는 것이 변하고 있는 바깥세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쇄국을 주장하던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글로벌화 진전으로 이제는 한 나라가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새로운 위협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질서의 경찰관 역할을 하던 미국도 이제는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서 국제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부시 행정부 시대의 단독주의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안보협력의 ‘쇄국’ 극복 기회로 활용해야
또한 납치된 삼호 쥬얼리호의 구출과정에서 널리 알려졌듯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과 싸우기 위해서 많은 국가들이 군대를 파견하고 있고 또한 거기서 서로 협력하고 있다.
청해부대가 보다 효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파견된 다양한 국가와의 협력도 필요하다. 일본 자위대와도 현지 협력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것이다.
한·일 군사협력 논의가 안보협력의 ‘쇄국’을 극복하는 기회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아가 한·중 군사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소말리아 해역에서 한국 해군이 일본 자위대와, 나아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과도 협력하면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어 본다.
송화섭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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