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2월 1일

2011년 북한 정세 읽기 | 정치 : 수령과 파워엘리트 관계 역전될 수도 2011년 2월호

2011년 북한 정세 읽기

정치 : 수령과 파워엘리트 관계 역전될 수도

이기동 /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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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주의 체제 하에서 왕과 신하의 관계는 그 양상에 따라 그 체제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의미 있는 권력구조를 이루어 왔다. 왕과 신하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는 다양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으나 힘 또는 세력관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가장 일반화된 기준이다.

특히 왕과 신하 간의 힘의 관계에서 어느 일방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양상으로 나타나면 그것을 비대칭 구조로 볼 수 있고, 대등하면 대칭 구조로 볼 수 있다.

역사적 사례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절대주의체제의 중심인 왕의 힘이 신하의 그것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월한 관계, 즉 절대적 비대칭 구조에서는 그 체제의 안정성이 유지되어 왔다.

반면, 비대칭 구조에서 대칭 구조의 방향으로 전개되면 체제의 안정성이 약화되었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는 권력투쟁과 같은 권력구조의 균열현상이 자주 발견된다.

일례를 들면 임진왜란 이후 왕권과 신권 간의 힘의 관계가 비대칭구조에서 대칭구조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조선은 심각한 당쟁과 내홍을 겪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3대세습의 공식화를 통해 현대판 왕조체제, 즉 수령절대주의 체제임을 스스로 인정한 북한의 경우는 어떠할까?

수령과 파워엘리트, 운명공동체

2011년 1월 현재 북한에서 수령과 파워엘리트의 관계가 절대적 비대칭 구조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다. 특별히 권력투쟁이나 내홍으로 볼 수 있을 만한 얘기들이 권력 내부에서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난 60년 이상 정치적·문화적으로, 그리고 권력구조적으로 끈끈하게 유지되어 온 수령과 파워엘리트 간의 운명공동체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런 가정에 따르면, 수령의 갑작스런 유고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파워엘리트들은 권력공백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다툼하다가 공멸의 길을 선택하기 보다는 수령의 후계자를 수령으로 내세우고 자신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 기회로 삼는 공생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시대 신권에 의한 왕의 교체, 즉 두 차례의 반정과 여러 차례의 시도들은 있었지만 왕권의 뿌리를 뽑으려는 역성혁명은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수령과 파워엘리트 간의 비대칭 구조가 대칭 구조를 거쳐 수령과 파워엘리트 간의 힘의 관계가 역전되는 역(逆)대칭 구조로 가는 것은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비대칭 구조로부터의 이탈은 크게 두 개의 출발점을 가정할 수 있다.

하나는 수령(후계자)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수령(후계자)의 리더십 약화에 따른 체제 및 국가운용 능력이 한계에 이르러 수령과 파워엘리트들이 공멸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봉착하면 파워엘리트들은 수령의 취약한 리더십에 도전할 수 있다.

외부세계와의 과도한 긴장관계가 장기간 지속되어 이것이 내부 에너지의 소진을 초래할 경우 유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파워엘리트의 세대교체다. 세대교체는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파워엘리트의 세대교체는 단순한 인적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대를 주도하는 시대정신의 변화를 수반하기도 한다. 이른바 ‘총보다 쌀’을 중요시하는 세대와 정신의 등장을 말한다.

물론 북한과 같이 유일사상만을 인정하는 체제가 세대교체에 따른 변화된 시대정신을 수용할 지 의문이다.

그러나 체제가 시대정신을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에 앞서 이미 시대정신은 그 시대를 주도하는 파워엘리트 개개인의 사고와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파워엘리트의 세대교체에 따른 비대칭 구조의 변화에 착목하는 이유다.

아마도 북한이 주변환경과 조건의 빠른 변화를 알면서도 신속한 세대교체를 주저하는 데는 바로 세대교체에 따른 변화의 불가피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수령만 믿다가 함께 죽을 지도 모른다?

북한의 파워엘리트 사이에서 ‘수령님 없이는 우리도 없다.’는 공생의식이 ‘수령만을 믿다가 함께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멸의식으로,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선군의식이 ‘권력은 쌀로부터 나온다.’는 선경의식과 ‘인민생활 향상으로부터 나온다.’는 선민의식으로 바뀌어 시대정신으로 정착되면 아마도 수령절대주의로부터의 이탈을 목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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