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2월 1일

특집 | 북한 당국 책임성과 진정성 견인 방법은? 2011년 2월호

특집 | 북한 근본적 변화 유도…어떻게?

북한 당국 책임성과 진정성 견인 방법은?

장용석 / 성균관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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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9월 제주에서 열림 남북 첫 국방장관 회담에서 조성태 전 국방장관과 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악수하고 있다.(위) 2007년 11월 평양에서 열린 2차 국방장관 회담에서 김장수 전 국방장관과 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악수하고 있다.(아래)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제의하면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와 진정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20일 우리 국방부 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하였다. 이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제기해왔던 남북 간 우선적 협의의제들이다.

북한 붕괴론에서 벗어나야

우리 정부가 제기한 의제에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는 군사당국 간 회담보다 6자회담을 담당하고 있는 외교당국 간 회담에서 논의할 문제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이 우리 정부의 요구에 일정하게 호응해오는 모양새이다.

북한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 그리고 재발방지 확약을 요구하고 있다. 사과나 재발방지 확약이 말로 하는 것이라면 책임있는 조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군사회담 의제에 대해 북한이 표명해온 입장이나 과거 북한이 보여준 행동에 비추어보면 과연 북한이 우리 정부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할지 의문이다.

북한은 천안함을 북한이 격침시켰다는 우리 정부 주도의 민·군합동 조사결과에 대해 날조와 모략이라고 반발하며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사건도 자신의 영해에 대해 우리 정부가 포격을 하자 이에 대한 대응사격을 한 것으로 우리 정부의 ‘군사도발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다.

과거 북한이 국제규범을 무시하거나 국제사회를 기만하면서 핵실험 등 도발을 자행한 다음 대화공세를 통해 그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책임에서는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는 점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이번 대화제의가 과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이 있는지 불확실할 수 있다.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이 역내 긴장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중국의 설득에 호응하거나 미국과의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화 모양새만 취하고, 결렬될 경우에도 그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시키기 위한 위장평화 공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를 보면 북한의 근본적 변화와 함께 북한 당국의 책임성과 진정성 견인이라는 통일부의 올해 대북정책 중점과제가 향후 남북관계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말 2011년 업무보고에서 정책 핵심목표로 첫째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 둘째 바람직한 남북관계 정립, 셋째 통일에 대비한 준비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8개 과제를 선정하였는데, 그 중 두 번째로 북한 당국의 책임성과 진정성 견인을 설정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인 세부과제는 첫째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개성공단사업을 제외한 모든 교류협력을 사실상 중단시킨 5·24 조치를 지속하고, 둘째 핵심현안 해결을 위해 제대로 된 남북대화를 추진하며, 셋째 북한의 위장된 평화공세와 대남 비방 및 중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의 책임성과 진정성을 견인하려면 우선 잘못된 행동이 ‘교정’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문제가 되는 당사국이 도저히 잘못된 행동을 고칠 수 없는 존재라면 책임성과 진정성 견인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외적 모순은 내적 모순 통해 작용

이럴 때는 책임성과 진정성 견인이 아니라 그러한 행위 주체가 없어져야 한다. 그 정권을 붕괴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잘못된 행동이 다시 나타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려면 북한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또는 북한을 무너뜨리지 않고서도 바람직한 행태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비는 하되, 붕괴론을 정책의 기초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은 제재-압박과 대화-협력이라는 투트랙(two tracks) 전략이다. 이는 소위 채찍과 당근의 적절한 배합을 의미한다.

통일부가 올해 세부과제로 설정한 5·24 조치의 지속이나 위장된 평화공세와 대남비방중상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제재와 압박을 의미하고 남북대화 추진은 대화와 협력을 의미한다.

남북관계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제재와 대화가 북한의 행태변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인 1718호나 1874호가 제재와 압박수단이라면 6자회담 프로세스 재개는 대화를 통한 설득수단이다.

문제는 효과이다. 제재는 북한에게 행태를 변화시킬 만큼의 고통, 즉 잘못된 행태를 스스로 돌아볼 만큼 큰 비용을 발생시켜야 하며, 대화 또한 북한이 정권유지의 핵심 수단 중 일부를 포기하면서까지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 내 다양한 세력 주목해야

이런 점에서 우선 대북제재는 보다 정교해지고 실질적이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뒷문이 열려 있어 국제적인 금수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자재나 설비들을 입수할 수 있거나 불법행위를 지속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제재는 더욱 촘촘하게 강화되어야 한다.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이 도발 중단이나 핵무기 포기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할뿐 아니라 여타 당사국들도 합의이행과 인센티브 제공에서 신뢰감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국민 피랍문제라는 양자 간 현안을 전면에 내세워 6자회담 당사국이면서도 의무를 분담하지 않은 일본과 같이 국내정치과정에 발목이 잡혀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던 사례들은 대화의 실효성을 스스로 반감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내부 정치과정에 적절히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외적 모순은 내적 모순을 통해 작용한다. 북한의 내부정치과정이나 균열구조와 외부의 수단을 적절히 연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북한에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군부나 공안기관을 중심으로 한 권력엘리트들 간에도 일정한 균열들이 존재하며 여기에 내각 경제관료나 지방관료, 기업, 일반주민 등이 결합되면 균열은 훨씬 복잡해지고 자력갱생 구조로 인해 심화되기도 한다.

다양한 세력들의 이해관계는 정책결정과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정책결정과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김정일 위원장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심화와 그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고조 및 국가의 재원부족 심화, 또는 대외협력을 통한 경제성과 시현 등은 개혁과 개방에 대한 정책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정치과정에 건설적으로 개입하여 정치적 세력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제재와 대화 등의 정책수단을 ‘적절히, 맞춤형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제재가 보다 세밀하고 유연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의 불법행위나 대량파괴무기 개발 등과 관련된 제재는 지금보다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반면 일반 주민들에 대한 개발·인도지원이나 내각 산하 일반기업  들과의 정상적인 경제협력 활동은 적절히 허용되고 촉진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정상적 경제활동을 기반으로 국가를 운영하고자 하는 정치세력을 강화시키고, 국가 운영 자체도 정상적 경제활동에 더욱 크게 의존하게 만들어야 한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874호도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물론 공개적인 내정 간섭과는 다르다.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대외정책활동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의 진정성 자체가 출발선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 내부의 세력관계 변화에 따라 진정성 자체가 변화할 수 있기에 적절한 개입을 통해 진정성을 이끌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 당국의 대화제의에 응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회담을 통해 북한 당국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는 소극적 대응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세력관계들을 활용하여 북한의 정치과정에 적절히 개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의 행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복합적이고 세밀한 전략과 그에 입각해 남북간 대화를 활용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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