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북한의 본질적 변화를 유도하려면? 2011년 2월호
<편집자주>
우리 정부가 올해 추진할 ‘대북’정책의 목표는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주민을 우선시하여 접근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북정책 핵심과제로는 북한의 근본적 변화와 함께 북한 당국의 책임성과 진정성 견인, 북한 주민 우선의 대북정책 구현이 설정되었다.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포용정책 목표도 북한의 변화였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변화를 목표로 삼는 것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략과 과제는 뚜렷한 차별성을 보인다.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하여 주민우선의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북한의 입장과 전술적인 함의 등을 감안, 북한 당국과 주민을 명시적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그만큼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정부보다 공세적이다. 그 기저에는 2009년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그리고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등이 존재한다.이러한 정책목표와 과제들은 단기간에 달성될 수 없다. 중·장기적인 지속성과 실효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타당한 정책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북한의 근본적 변화가 지닌 의미는 무엇이며, 북한 당국의 책임성과 진정성을 견인하기 위한 방법과 주민 우선 정책 수단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특집 | 북한 근본적 변화 유도…어떻게?
북한의 본질적 변화를 유도하려면?
백승주 /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2010년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하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고, 연평도를 공격하는 도발퍼레이드의 동기를 분석하면서 북한 국내정치적 이유와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갔다.
북한체제가 그렇게 공세적으로 대남정책을 전개하는 데는 승계과정에 필요한 김정일-김정은 부자에 대한 충성심을 결집하기 위한 고려가 반영되어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특히 김정은의 업적쌓기와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분석을 역설적으로 해석하면 북한사회 내부에 변화를 지향하는 민심, 김정일-김정은체제에 대해 이탈하는 민심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북한 민심 추이 활용한 대북정책 부상
아울러 북한도발에 대처하는 대북정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대착오적인 북한정권을 설득하여 북한체제를 바꾸기보다, 변화를 지향하는 주민들의 민심추이를 활용한 대북정책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책환경 분석과정을 통해 우리사회에서는 다시 북한의 본질적 변화를 유도하자는 담론이 형성되었다. 북한의 변화를 제대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실상을 제대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처방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북한 정치체제는 모든 주권이 국왕에게 귀속되어 있는 ‘왕조체제’적 특징을 갖고 있다. 북한은 헌법 서문에서 자신이 “김일성의 사상과 영도를 구현한 주체의 사회주의조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2011년 신년사를 통해 1912년에서 2011년의 한반도 근·현대사를 ‘김일성조선의 100년사’로 분장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0년 9월 28일 북한은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하여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가는 3대세습체제 구축계획을 대내외에 공개했다.
북한이 노동당 당대표자회를 통해 3대세습체제 구축 프로그램을 밝힌 것은 북한체제의 주권이 ‘인민’이 아닌 ‘김정일, 김씨 일가’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을 의미한다. 현행 북한헌법은 “북한의 주권이 노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3대세습체제를 공표함으로써 북한당국이 스스로 북한체제가 ‘세습군주제’임을 확인해 주었다. 주권관련 북한헌법은 아무 의미 없는 규정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상으로 핵보유국이 아니지만 군사적 대비차원에서 보면 핵보유국이다. 2010년 11월 12일 북한당국이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인 헤커 박사를 초청하여 농축우라늄을 이용하여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자랑했다. 북한이 핵무기체계를 완성하려는 정치적·군사적 동기는 핵무기체계를 완성해야 북한체제를 지킬 수 있다는 잘못된 확신 때문이다.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북한은 철저하게 망가진 실패한 체제이다. 얼마 전 작고한 황장엽님의 증언에 따르면 이미 1997년 이전에 북한지역에서 200만명 이상의 주민이 굶어 죽었다. ‘먹거리’를 찾아 목숨을 걸고 북녘 땅을 떠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북한은 경제적 차원에서 주민들의 의식주조차 해결하지 못한 ‘실패한 체제’이다.
북한은 또한 인권확대라는 보편적 인류역사의 방향성을 철저하게 역류하는 반인권, 인권실종의 체제이기도 하다. 프랑스혁명 이후 근대국가 국민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하여, 발전시켜온 자유와 인권은 무엇인가?
양심, 종교 등을 핵심가치로 하는 내면의 자유와 언론·집회의 자유를 중심으로 한 외면의 자유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은 이러한 자유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국가와 체제를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21세기 북한은 개인이 가져야 할 내·외면의 자유를 억압하고, 위축시키는 체제를 발전시켜 왔다. 2009년판 유엔 인권보고서는 북한인권 실태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첫째, 북한에서는 사상과 양심, 종교, 표현의 자유 등 인권과 정치적 자유가 계속 폭넓게 제한되고 정보의 흐름도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둘째, 공개처형과 고문, 강제노동, 송환된 탈북자들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자행되고 있으며, 수많은 정치범들이 계속 열악한 수감시설에 갇혀 있다. 셋째, 북한당국은 주민들의 이동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북한주민의 인권을 탄압하기 위하여 주민에 대한 사상통제를 기본으로 삼는다. 모든 인민들을 김정일 왕조체제에 절대 충성하는 인간이 되도록 사회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조직생활 내부 감시체제, 거주이전 및 여행을 제한하는 것도 이러한 목적과 관련되어 있다. 아울러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국가검열성, 사회주의법무생활지도위원회 등의 권력기구를 통해 개인을 통제한다.
이런 북한을 제대로 변화시키려면 우선 우리 체제가 먼저 유도하려는 변화방향, 변화속도를 설정해야 한다. 아울러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우리사회의 능력과 각오가 고려되어야 한다.
연착륙인가? 경착륙인가?
먼저 변화방향, 변화속도와 관련하여 긴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연착륙이냐 아니면 경착륙이냐의 논쟁이다. 1998년 이후 전개된 포용정책 10년 기간 동안에 우리정부는 연착륙을 대북정책 목표로 설정하였다. 한걸음 나아가서 북한체제의 경착륙을 경계하고, 예방을 고려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래서 경착륙과 긍정적 함수관계가 있는 사회적 담론이나 운동을 억제하였다.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연착륙을 공식적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경착륙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되며, 경착륙을 유발할 수 있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북으로부터 받고 있다.
필자는 “북한의 연착륙 유도를 공식목표로 유지하면서, 경착륙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착륙이든, 경착륙이든 북한의 변화방향은 개혁, 개방을 통해 북한주민이 지금보다는 나은 인간적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데 있다.
정부와 우리국민이 북한체제의 진정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연착륙을 지향하되, 경착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국민적 합의를 먼저 공고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다음 몇 가지 원칙을 갖고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북한변화를 제대로 유도할 수 있다. 첫째, 장기적 정책과 단기적 정책을 구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권력승계 문제 등 북한체제 변화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과제이지만 정책능력과 관련해서는 장기적 과제로 다룰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핵문제 등 북한 군사문제는 정책능력상 한계가 있지만 ‘군사적 도발의지 소멸’이라는 절박성이 있다. 북한도발 의지를 소멸하기 위한 군사태세 강화, 확장억지강화는 단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정권과 주민 대상 정책 병행해야
둘째, 정권과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병행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정권의 경직된 태도를 고려할 때 북한사회, 주민의 변화에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북한주민의 변화동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외부사조를 북한에 유입시키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탈북자의 성공스토리를 많이 만들고, 민간단체들의 대북 정보유입 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목표를 고려한다면 중국과 북한의 경제교류, 지도자 교류 증대를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아울러 북한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정부 간 대화를 복원시켜 활용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셋째,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비정부단체(NGO), 유엔 및 국제기구(IO)의 적극적인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단순히 북한체제를 압박하기보다 북한주민의 실질적인 인권상황을 개선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체제를 가장 신속하게 변화시키는 방법은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2011년 신년사에서 우리민족을 ‘김일성민족’이라고 규정하고, 한반도 근대사를 소위 ‘김일성일가의 혁명역사’라는 허구로 둔갑시킨 태도를 보면 도저히 위정자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변화를 유도하려는 노력을 중단할 수 없다.
좋든 싫든 대화의 기회가 오면 대화를 통해 변화를 유도하고,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오면 철저한 응징을 통해 북한지도자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탈북주민들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북한체제에 전파하여, 북한주민들이 북한체제나 노동당, 그 주변 단체보다 대한민국과 사회단체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사작전 냄새가 나는 대북심리전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지구촌과 한반도 주변에서 숨가쁘게 돌아가는 정보를 북한주민과 공유하는 방법을 적극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 북한 변화를 유도하려면 북한에 ‘쌀 보내기 운동’보다 ‘세상물정 알리기 운동’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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