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4월 1일 0

특별기고 | 일본 핵 공포와 북한 ‘핵 협박’ 2011년 4월호

특별기고

일본 핵 공포와 북한 ‘핵 협박’

 

지금 일본은 끔찍한 악몽의 수렁 속에 있다. 지진과 쓰나미에 의해 폐허가 된 일본 참상의 모습을 무슨 말로 형언할 수 있으랴. 재앙에 임하는 일본인들의 초인적인 침착함에 지구촌이 마음 아파하면서 찬사를 보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황이 달라지니 역시 어쩔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는 실존적 모습 앞에 선다.

원전공포, 방사능 공포이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 해안가에 밀집해 가동되고 있는 원전이 폭발 도미노현상을 보이면서 어떤 과학적 설명이나 예측으로 안심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경을 넓혀 가면서 안심해도 된다고 발표하지만 민심은 이미 공포 속에 떨고 생존의 탈출을 도모하고 있다. 실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핵은 일본인들에게 치명적인 두려움의 단어다. 유일하게 원폭이 투하됐던 곳이 일본이고 그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당대를 넘어 오늘도 이어지고 있기에 그들에게 핵에 대한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그런 공포를 온 국민이 현실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진과 쓰나미 공포와 함께 핵 공포가 검은 먹구름으로 그들의 실존을 짓누르고 있다. 아니 전 세계적으로 공포가 엄습해 온다. 급기야 도쿄 시민들이 대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쓰나미에도 그리 냉정하던 시민들이었는데 말이다.

문득 도카이(東海) 원전을 취재하던 일이 생각났다. 도쿄에서 북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도카이 원전은 시설이나 안전면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원전이다.

그래서 외국에서 취재를 오면 일본 정부가 보여주고 싶은 발전소이고, 필자도 20여 년 전 그런 취지로 한국 원자력연구원 연구진들과 함께 그곳의 원자력발전소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곳 원전 관계자들의 설명도 그렇고 직접 눈으로 본 인상도 역시 일본답다는 것이었다. 참 완벽하게 잘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도카이 원자력발전소가 초비상 상황이다. 안전 최고라는 평가도 지진으로 인한 영향 아래서 무의미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원전이 낙후된 데다가 지진으로 쉽게 영향 받은 탓인지, 지진의 규모가 워낙 커서 그런 것인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원자력은 과학과 인간의 노력으로 100% 안전관리을 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안전할 수 없다는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도카이 원전 안전성 자랑했지만 사실 원전은 전기의 필요성을 채우는데 클린에너지로 각광 받아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선호되는 전기 생산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현대 생활이 워낙 전기에 의존도가 높으니 원전이 없으면 전기 수요를 충당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렇게 인간들 삶에서 필수 불가결하기에 선한 목적에 사용하려는 원전이지만 극한 상황에 처하니 공포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이는 핵이란 물질 때문이다. 핵연료를 사용해서 전기를 만드는 것이 원전이다.

핵에서 나오는 방사능 물질의 위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에서 입증된 바 있다. 그리고 몇 해 전 체르노빌 사고나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에서도 그 위험성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방식이 다르니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안심할 사안도 아니다.

차제에 우리나라도 원자력발전소를 철저하게 관리해야겠지만 핵에 대한 좀 더 냉정한 현실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자력발전소가 더 필요하냐 아니냐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겠지만, 걸핏하면 핵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의 태도를 우리가 냉정한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들이 협상용으로 그런 협박을 하는지 아니면 실제 그럴 생각이 있는 것인지 속내를 다 알 길이 없지만 핵위협이 정말 가당한 발상인가에 대해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북한은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소기의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종종 핵카드를 꺼내들고 협상테이블을 공격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핵공포가 뭔지 알고나 하는 것인지 지금 트라우마의 늪 속에 처해 있는 일본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간들의 생활에 필요하여 선한 목적으로 지은 원전에서 문제가 발생하니 온 나라가 공포 속에 빠지는데 북한이 핵무기 카드로 남한을 위협하는 것은 민족의 앞날을 캄캄하게 하는 반민족적 처사이자 무지막지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핵 운운하는 것이 만약 실제상황으로 가정 한다면, 한반도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가라고 북한 당국에 묻고 싶다. 그건 남과 북 어느 일방이 군사적 정치적 승리를 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 말살의 차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 정권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볼 때 어느 순간 사라지는 한시적 권력이다. 북한이란 땅이 그들의 영원한 소유물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들이 지금 남한을 위협하기 위해 핵 운운하는 것은 그 행간을 정치, 외교적 수사로 이해하고 해석한다 해도 참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용납되어서는 안 될 표현이다.

핵으로 위협을 하고 실제 핵으로 승리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핵의 공포 앞에서 인간이 죽음의 재로 변하는데 말이다. 그런 속에 쟁취한 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 민족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극단의 상황으로 몰고 갈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 핵위협 가당한 발상인가?

일본 원전에서 비롯된 핵 공포는 전 인류에게 핵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귀한 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다. 중국도 원전건설 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유럽연합은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방사능 위험 앞에 모두 겸허히 점검을 솔선수범하고 있는 점을 북한당국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앞으로 있을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하고 어떤 경우라도 핵 공포의 위험이 없도록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일본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공포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 바로 그 점이고 남북 협상에서도 이점은 반드시 모두 발언을 통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선한 것이 본의 아니게 흉기가 되어 나라 전체가 대혼란과 악몽에 빠져들고 있는 지금의 일본을 직시하면서 핵의 본질을 똑똑히 바라보자.

신창섭 / 전 <MBC>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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