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4월 1일

시사초점 | 중국 양회(兩會), 대국으로 역대 수직질서 구축 천명? 2011년 4월호

시사초점

중국 양회(兩會), 대국으로 역대 수직질서 구축 천명?

OR_201104_49

지난 3월 10일 전인대 회의에 참석한 원자바오 총리, 후진타오 국가주석(왼쪽부터)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재스민 혁명’ 여파가 미칠 영향과 금년부터 5년 동안의 경제운영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 해서 관심을 끌었던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가 10여 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각각 지난 3월 13일과 14일 폐막됐다.

의회격인 전인대의 2천900여 명 대표들은 국무원(정부) 업무보고, 12차 5개년(2011~2015) 개발계획안, 2011년도 정부·지방 예산안, 전인대 상무위원회 업무보고, 최고인민법원 업무보고, 최고인민검찰원 업무보고 등을 각각 통과시켰다.

원자바오 총리가 행한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예상대로 인플레이션과 복지, 주택, 교육, 의료, 호구 문제 등이 ‘민심 무마’ 차원에서 거론됐다. 또 경제대국으로 올라 선 중국이 결코 ‘경제 강국’이 된 것은 아니라는 자각 하에 성장 방식의 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차세대 정보기술,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전, 신에너지, 바이오, 첨단설비제조, 신소재, 신에너지 자동차 등 8개 분야의 전략적 신흥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산업구조의 낙후성을 개선하기 위한 3차 산업의 발전의 필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국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그 동안 하한선으로 여겨졌던 8%선 밑으로 경제성장 목표치를 내려잡았다. 12차 5개년 계획 전 기간 동안 7%, 2011년 한 해 동안은 8%의 성장목표를 세웠다.

정치개혁 크게 다루지 못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정치개혁’ 문제는 크게 다루지 못했다. 지난 해 여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려 10차례 이상 경제성장에 걸맞은 정치개혁 문제를 거론했던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행한 업무보고에서는 오히려 중국의 정치개혁 방향에 분명한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이미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법체계를 완성했으며, 부패를 척결하고 정책 시행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치 개선’은 현존 체제 내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작년 수감 중인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최근의 중동 민주화 운동이 오히려 중국지도부의 경각심을 자극해 더욱 움츠러든 느낌이다.

결국 중국은 사회불안 요인이 주로 소득 양극화와 복지문제에 있다고 보고 ‘민생경제’를 강조함으로써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잠재운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를 뒷받침 하듯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초점을 맞춰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분배 문제, 서민주택 건설, 부동산 세제 개편, 농민공 자녀 문제, 대학생 취업 지원 등에 관한 ‘정책 결의’를 채택했다.

정협은 ‘정치 결의’를 통해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소득 격차를 하루빨리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대학생 취업 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회(兩會)에서는 미래지향적이며 당위론이며 피상적으로 중국이 직면한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 방향이 설정됐다면, 중국 국가통계국의 마젠탕 국장이 지난 3월 17일 관영매체인 <인민일보>에 기고한 ‘세계경제에서 중국경제의 위상을 바로 알자’라는 글은 개인의 의견이기보다 중국정부의 실질적 고민과 딜레마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다.

“개발도상국이란 사실 바뀌지 않았다”

또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임을 직시하고 있다. 그는 “중국은 작년 국내총생산(GDP) 5조8천791억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각종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고 보았다.

중국의 1인당 GDP는 2009년 현재 3천650달러로 세계 125위에 머물렀고 1인당 노동생산성 역시 2008년 기준으로 미국의 5.9%, 일본의 7.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 중국의 GDP가 세계전체의 8.6%를 차지했으나 그해 세계가 소비한 석탄의 46.9%와 석유의 10.4%를 쓴 결과 이뤄낸 것이라면서 그해 미국은 세계 GDP의 24.3%를 차지했지만 세계 석탄 및 석유 소비 점유율은 각 15.2%와 21.7%에 불과했다고 비교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올라섰으나 상당 부분이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이며 핵심기술은 여전히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중국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했던 젊고 값싼 노동력이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기 어렵게 됐으며, 높은 저축률과 낮은 소비율을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 모델도 이제는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례적으로 중국 통계국장이 구체적 수치를 들어 중국경제의 심각한 문제를 지적한 것은 중국이 아직 정치개혁이 아니라 경제발전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며, 분배문제보다 ‘경제 강국’이 되기 위한 효율성 향상과 기술력 배양이 급선무라는 점을 설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중국정부의 상황인식으로 미뤄볼 때, 향후 중국정부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긴축정책을 몰아붙이기는 힘겨워 보인다. 끊임없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압력에 시달리는 중국으로서 성장목표를 진심으로 7~8%로 유지하기 바란다고 보기 어렵다. 단지 부동산 투기와 물가 문제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정책 설명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빈번히 상향조절하고 있는 지급준비율이나 심지어 금리 인상도 중국경제의 비시장적  특성으로 인해 효율적인 유동성 흡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 지진 여파를 감지하면서도 중국정부가 지난 3월 18일 지급준비율을 0.5% 상향조절 한 것도 심리적 효과를 염두에 둔 조치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이번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한 ‘적정’ 규모의 재정적자와 소비 보조금 지급은 물론 예년 수준의 화폐공급 정책은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정부의 업무보고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경제정책보다 훨씬 작은 비중으로 다룬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 의미는 훨씬 큰 국방 및 외교전략이다. 중국은 ‘현대화’ 수준을 넘어서 ‘강력한(强大) 군대를 건설하여 주권과 국가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직설적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작년보다 12.7% 늘어난 6천10억위안(약 102조6천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우리 국방예산(31조4천31억원)의 3배를 넘어선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새로운 전략무기의 개발 성공을 빈번하게 공표함으로써 주변국의 ‘공포감’도 조성해 왔다.

외교전략 부문은 더욱 적나라하다. 정부업무보고의 뒷부분에 거론한 대외전략은 세계를 대(大)국과 주변국으로 나누고 대국에 대해서는 ‘대화와 협력을 통한 공통이익 확대’를 추구하고, 주변국에 대해서는 ‘우호적 이웃으로서 동반자’ 관계를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기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얼핏 일상적 내용으로 비치지만 미국 등 주요국에 대해서는 ‘국익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남북한과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의 인접국에 대해서는 (중국 중심의) 수직적 파트너십을 추구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가겠다는 구체적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국과 대화·협력 통한 공통이익 확대”

중국의 양회 폐막에 즈음하여 국내 매체나 학계의 분석은 중국정부의 경제정책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나아가 긴축 및 내수 진작정책이 한·중 경제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과도한 조바심이나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관심을 보여야 할 부분은 중국의 국방 및 외교 전략이 점차 ‘대국’으로서 자기중심적 역내 수직질서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서 ‘대국 간의 공통이익 확보’ 차원에서 중국과 미국이 ‘현상유지적 관리’를 지향하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경우, 고통 받는 북한주민이나 분단의 높은 비용을 지불해 왔던 한국으로서는 재앙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행보에 전략적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다.

오승렬 / 한국외대 중국학부 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