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자장비 무력화되면 첨단 무기체계도 무력화 2011년 4월호
기획 | 북한 전자전 위협, 우리의 대응은?
전자장비 무력화되면 첨단 무기체계도 무력화
양욱 /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전시에는 전자공격을 통하여 적의 통신시설이나 레이더기지를 파괴하거나 무력화함으로써 적군의 지휘통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사진은 AGM-88 HARM(고속대방사미사일)을 발사하는 F-16 전투기의 모습 ⓒUS Department of Defense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역시 얼마만큼 아군의 힘을 집중해서 싸우느냐에 달렸다. 이런 과정에서 군의 지휘통제가 가장 중요해지면서 현대전쟁에서는 전자통신이 핵심적인 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기술이 극도로 발전함에 따라 전자 지휘통제 네트워크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병력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전자통신 네트워크는 단순히 병력의 이동상황을 보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요즘은 미국 본토에서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날아다니는 UAV(무인항공기)를 위성통신으로 조종하는 단계까지 기술이 진화했다.
베트남·걸프전쟁, 가장 성공한 전자전
만약 이런 전자통신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전쟁은 어떻게 될까? 아군 간의 통신은 물론이고 GPS 위성 등 첨단 과학기술을 응용한 무기체계는 대부분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전자전(電子戰 : Electronic Warfare)의 개념이다.
전자전이란 적의 전투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전자파를 사용하는 군사 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적의 전자파 사용을 억제시켜 적 장비·인원·시설의 성능을 감소시키는 한편, 적의 전자파 공격으로부터 아군의 장비·인원·시설을 보호하는 것으로, 공격과 방어활동 전반을 가리킨다. 특히 전쟁 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적의 잠재적인 전자파 공격을 파악하고 아군을 보호하는 것이 전자전의 활동이다.
최초의 전자전은 매우 원시적이었다. 전보나 유선전화를 활용하던 초창기에는 전화선을 자르거나 도청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자전의 양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1904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 함대가 일본 함대 간 사격지휘 정보의 무선통신을 방해하면서 현대적인 전자전이 시작되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통상적인 전쟁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2차 대전에서도 전자전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유럽 전장에서 독일 공군의 폭격은 영국의 전자전 공격으로 인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영국군이 전선 곳곳에 전파방해장비를 배치하여 독일 공군기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연합군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에 무려 600여 개의 전파방해장비를 해상과 공중 등에 배치하여 독일군의 레이더와 전투기 무선통신을 교란함으로써 독일군 방어체계를 교란했다. 연합군은 전자전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실패를 예방했다.
가장 성공적인 전자전 사례는 베트남전쟁과 1991년 걸프전쟁에서 목격되었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은 강력한 전자전 항공기들을 동원하여 적의 레이더와 방공미사일을 무력화시켰다.
걸프전에서는 강력한 러시아제 방공시스템을 갖췄다던 이라크군에 대하여 다국적군은 강력한 전자전 공격을 감행하여 방어시스템을 단번에 붕괴시켰다.
전자전은 어떻게 실시할까? 전자전은 크게 지원, 공격, 보호라는 3가지 행위로 구성된다. 우선 전자지원(ES : Electronic Support)이란 적이 방출한 전자파 에너지를 탐색·감청·방향탐지·식별하는 활동을 말한다. 즉 전자지원은 본격적인 전자전의 공격과 방어에 앞서 적의 전자활동을 감시하고 추적하여 적이 전자전 분야에서 어떤 움직임을 취하는지 살펴보는 정찰활동이다.
따라서 전자지원은 전시에만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평시에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어느 나라든 통신정보(COMINT), 신호정보(SIGINT) 등 다양한 적의 전자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전시나 평화시 구분없이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전자공격(EA : Electronic Attack)이란 전자파 에너지로 적의 인원·시설·장비를 공격하거나 전투기능을 무력화시키는 활동을 가리킨다. 이런 전자공격에 활용되는 기술로는 적의 무선수신을 방해하기 위해 전자파 에너지를 방사하는 전파방해(Jamming)나 잘못된 정보나 신호를 발송하는 전자기만(Electronic Deception), 적 전자장비를 마비시키기 위한 무력화(Neutralization) 등이 있다.
최근에 북한이 GPS 위성신호에 대해 가한 전파방해행위는 바로 전자공격에 해당한다. 적의 레이더 기지를 파괴하는 대방사미사일(Anti-Radiation Missile) 역시 전형적인 전자공격이다.
또한 최근에 우리 군이 전력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EMP(Electromagnetic Pulse : 전자기 펄스) 폭탄은 현대전에서 가장 효율적인 무기체계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자보호(EP : Electronic Protection)란 아군의 전자파 기반 활동을 상대방의 전자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적의 전자 탐지나 감청으로부터 아군의 활동을 감추는 대전자지원, 적의 전자공격에서 아군의 전자장비와 시설을 보호하는 대전자공격이 해당한다.
예를 들어 군사장비라면 별도의 군용 주파수채널과 암호화를 통하여 GPS전파 교란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데, 이런 것이 대표적인 전자보호 사례가 된다.
EMP 폭탄, 가장 효율적 무기체계로 주목
기술의 발전으로 전자제품의 가격이 저렴해질수록 고성능화된 전자 기반의 무기도 늘어난다. 이렇게 군사영역에서 전자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는 만큼 전자전에 의한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고 전자전에 대한 기술이나 대책도 발전할 것이다.
일례로 북한의 EMP탄 위협이 이슈가 되자, 우리 군은 EMP방호시설의 개발을 위해 1천억원을 투입하여 청와대 및 주요 군 기지 등 전략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특히 전자전이 갖는 심각한 문제는 군보다는 민간의 영역이다. 이번 북한의 GPS 교란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군용 GPS 장치는 비교적 보안이 잘되어 있으나, 민간 GPS 장치는 북한의 전자전 공격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EMP 폭탄과 같은 ‘무력화’ 전자공격에서는 군용과 민간용의 구분 없이 모든 전자장치가 사용불능의 상태로 빠진다. 소위 ‘e라이프’를 영위하고 있는 현대인은 전자전 공격에 원시인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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