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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북한 시민사회 맹아적 수준…주민불만 중간간부에 집중 2011년 4월호

특집 | 북한에 민주주의 씨앗 심자

북한 시민사회 맹아적 수준…주민불만 중간간부에 집중

조한범 /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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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8월 4일 평안남도 신양의 한 병원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어린이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지원한 영양죽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1995년 국제사회에 대한 지원요청 이후 북한은 만성적인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만성적 경제위기는 다양한 차원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새로운 사회갈등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체제의 와해와 대체구조의 형성이 지연됨으로 인해 새롭게 부각되는 이해관계의 상충은 사회갈등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금권에 기초한 새로운 계층구조 형성

북한의 사회갈등은 1990년대 경제위기가 출발점이자 핵심적 기초라고 할 수 있다. 경제위기 이전의 경우 경제적 불평등 구조가 존재하고 있었으나 배급체제가 작동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회갈등의 완충적 작용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인한 계획경제의 비정상적 가동과 배급체제의 붕괴는 일반주민들에게 생계의 자력갱생을 강요했으며, 불평등구조의 심화와 아울러 새로운 수탈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배급체제의 붕괴와 부분적인 시장화의 진전은 북한사회에 새로운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사회갈등의 여지를 증대시켰다.

경제위기에 기인한 북한 사회갈등은 몇 가지 특징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선 북한 당국과 시장간의 갈등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계획경제와 배급체제의 붕괴는 각 경제주체의 자생적인 자구노력과 개인 간 거래의 활성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부분적인 시장화를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의 활성화는 북한당국의 공식 경제정책과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시도했던 2009년의 화폐개혁은 이 같은 문제를 둘러싼 갈등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시장에 대한 국가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공식경제와 빠르게 성장한 비공식 경제구조 간의 갈등, 국가와 시장 간의 갈등, 그리고 당국과 일반주민 간의 갈등의 지형을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할 수 있다.

계획경제와 시장경제 간의 갈등과 당국과 주민 간 갈등관계의 중심에는 ‘간부’로 불리는 북한의 엘리트층이 존재한다. 시장체제와 달리 계획경제에서는 자원의 분배가 정치적으로 결정되며, 이를 담당하는 간부들은 막강한 권한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계급갈등은 간부와 일반주민 간에 형성되는 특징을 보인다. 북한에서 간부는 일반주민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는 경제위기의 심화과정 및 시장화과정에서 나타나는 관료부패의 확산 및 수탈구조와 관련이 있다.

경제위기의 심화와 시장의 활성화라는 상황적 변화과정을 북한의 엘리트들은 새로운 자산축적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주민들의 불만이 국가나 지도자, 또는 최고위층의 간부보다는 일상에서 접하는 중간간부들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단계 사회 갈등과 변동 직접 연계 어려워

계획경제의 위기는 북한의 기존 계급·계층구조 전반의 변화요인으로 작용하며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계획경제에 기반한 전통적 사회주의 계급·계층구조가 전반적으로 와해되는 반면, 시장과 금권에 기초한 새로운 계급·계층구조가 형성되는 경향을 보인다.

북한 경제위기의 심화와 시장화의 진전은 북한주민들에게 과거와 다른 사적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한 자산축적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과거의 전통적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머물던 주민들의 경제활동은 상업적 거래망의 발달과 가내수공업, 그리고 사금융 및 주택거래 등 다양한 차원으로 범위가 확산된다.

결과적으로 소득불균형 심화와 신흥유산계급 형성을 포함한 사회구조의 변화가 수반되며 주민들 간 사회갈등의 지형이 형성된다.

경제위기에서 나타나는 북한의 사회갈등 구조는 결국 빈부차의 확대로 귀결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주의체제의 와해와 체제전환 과정은 구조적인 경기침체와 복지체제의 와해, 노동시장의 재편 과정을 가져오며 이 과정에서 대중적인 하향이동과 새로운 빈부격차를 야기한다.

구 체제에서 축적한 정치, 경제,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한 특권층과 이들과의 결탁을 통한 새로운 사적 영역들은 빠른 속도로 유산자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주의 복지체제라는 보호막을 상실한 대중들의 하층분해 경향과 반대로 새롭게 형성되는 상층부 간의 빈부격차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긴장상태를 야기한다.

새로운 빈부격차는 평등체제에 익숙한 북한주민들에게 생소한 것임과 동시에 부의 축적의 정당성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갈등의 기초로 작용할 수 있다.

강력한 통제와 감시체제가 작동하는 폐쇄적인 체제의 특성상 북한의 사회갈등은 현 단계에서 대규모의 사회변동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위기 및 기타 다양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체제는 아직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북한의 시민사회는 맹아적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저항세력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사회갈등과 사회변동을 직접적으로 연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에서 대부분의 사회갈등은 체제저항이 아닌 생활세계에 국한되어 있으며 은유적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불만은 비정치적인 형태로 식량 및 상거래 등 생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분야에 한정된 특징을 보인다.

체제저항이나 정치적 불만으로 낙인찍힐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처벌을 수반하기 때문에 갈등의 표출은 소극적이거나 변형된 형태로 표출되는 경향을 보인다.

직접적인 불만의 표출도 푸념이나 신세한탄의 수준을 넘지 못하며 조심스럽게 이루어진다. 보다 강력한 불만의 표출은 주로 낙서 등을 통해 이루어지며 경우에 따라 전단 살포와 같은 과감한 방식도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불만표출의 빈도가 이전에 비해 빈번하다는 점과 보다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장에 대한 단속과 화폐개혁 등 직접적인 생계에 위협이 되는 조치들에 대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과거와 달리 집단적 형태로 표출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절도, 강도, 살인 등 일탈적 범죄 행위도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사회적 요소 발전이 사회변동 좌우

북한의 사회갈등과 이에 대한 불만의 표출은 대부분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위기와 이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경제구조에 기인한다. 북한 사회갈등의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는 불평등·수탈 구조와 부익부 빈익빈 구조, 그리고 특히 정경유착 구조가 현 상황에서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사회갈등 구조는 북한 경제위기의 심화에 따라 보다 확대, 악화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 경제위기 해소를 위한 획기적 계기가 마련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사회갈등의 심화는 표출대상의 확대와 표출방식의 과격화를 수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동구권 국가들의 체제붕괴는 통제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대중적 불만과 저항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과정을 수반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생이 불가능한 경제위기의 심화과정에서 누적된 대중적 불만이 특정한 계기를 통해 통제하기 어려운 정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동구권 국가들이 사회주의체제 말기에 내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점들은 외견상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북한에 대해서 의미있는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잠재적·은유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북한의 사회갈등은 경제위기의 심화에 따라 언제든 현재화 될 수 있으며 특정한 계기가 주어질 경우 급격한 사회변동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구권의 갑작스런 체제붕괴와 최근 중동에서 나타나고 있는 재스민혁명이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사회갈등의 심화와 이로 인한 사회변동이 발생한다고 해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구조의 형성과 바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북한 시민사회가 아직 맹아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상당한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서 잠재적 형태로 내재해 있는 시민사회적 요소의 발전여부에 따라 북한 사회변동의 방향성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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