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대북용 콘텐츠, 종류.매체 다양화 주민 의식변화 선도 2011년 4월호
특집| 북한에 민주주의 씨앗 심자
대북용 콘텐츠, 종류.매체 다양화 주민 의식변화 선도
김흥광 / (사)NK지식인연대 대표
북한주민을 상대로 대북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때로부터 거의 20년이 되어온다. 이 기간 동안 북한주민들에게 외부세계의 소식을 전해주고 이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기 위해 제작된 많은 방송 콘텐츠들이 라디오 전파를 타고 철옹성을 자랑하는 철의 장막을 뚫고 북한 내부로 확산되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북한에 유입되는 콘텐츠는 주로 심리전의 성격이 짙었고 라디오 방송콘텐츠가 압도적이었다. 1990년대 후반, 컴퓨터와 영상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대중용 영상매체시대가 도래하면서 대북 심리전 콘텐츠들은 음성정보로부터 영상정보로 다양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대북용 영상물은 음반, 영화, 전자도서, 애니메이션, 플래시, 학습프로그램, 게임, 전자사전, 앨범, 전자지도를 포함하여 종류만 해도 수 십 가지로 늘었다. 또 대북용 콘텐츠를 나르는 매체는 방송, CD, DVD, TAPE, USB, MP3, PMP 등으로 대폭 확대되었다.
이러한 북한내부의 상황에 대해 한 가지 분명한 질문이 존재한다. 대북용 영상물의 급격한 질량적 변화가 오늘날 북한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데 얼마나 일조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면, 라디오로부터 시작한 대북용 콘텐츠들은 북한주민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대북용 영상물이라 함은 외부세계에서 제작되어 북한내부로 배급되는 디지털영상정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북한에 현재 가장 많이 유입되고 있는 디지털영상정보로는 영화, 뮤직비디오, E-book, 애니메이션, 게임 및 각종 학습프로그램 등이다.
대북용 영상물, 영화·드라마 비중 가장 커
2010년 4월 NK지식인연대 대북정보센터는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에 은신해 있거나 중국에 여행을 온 북한주민, 그리고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현재 북한에서 광범하게 쓰이고 있는 대북용 영상물의 종류는 6가지다.
대북용 영상물 가운데서 가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영화 및 드라마다. 중국 조선족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거의 15년 이상 상업적 목적으로 엄청난 양의 CD와 TAPE를 북·중 국경지역을 통해 밀매해 왔다.
한국 드라마 ‘모래시계’와 헐리우드의 ‘람보’, 영국의 ‘007시리즈’를 비롯해서 당대의 베스트작들은 북한주민들 속에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들이다.
한편 ‘가을동화’, ‘영웅시대’, ‘제5공화국’을 비롯해 엄청난 양의 한국 드라마도 비밀리에 유포되었다. 인민보안원(경찰)들에 들키지 않기 위해 휘장이나 모포로 등화관제까지 하고 볼륨을 낮추어 은밀하게 가족이나 친구끼리 모여 돌려보는 한국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들은 북한주민들에게 개인주의에 기초한 기쁨과 눈물, 사랑과 증오, 삶에 대한 심오한 고민과 이슈를 인식시키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컴퓨터를 활용하여 플레이 할 수 있는 E-Book과 애니메이션, 만화(카툰)작품을 보는 것이 지식계층과 청소년, 대학생들의 큰 흥밋거리다. 올해 7월 경,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에 따르면, 평양시내 대학생들과 지식인들 속에서 오프라인판 ‘위키백과’를 보는 것이 큰 유행이 되었다고 할 정도로 대북용 뉴미디어 작품들이 엄청나게 유포되고 있다.
NK지식인연대 북한지식정보센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떠한 콘텐츠들이 북한내부에서 어떻게 유도되고 있는지 그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북용 영상물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반향은 한 마디로 말하여 대단하다. 그 반향을 총칭한다면 대북용 영상물을 통해서 북한체제의 본질에 대한 인식과 자신들의 삶의 재발견, 외부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이다.
폐쇄적인 사회에서 세뇌를 위하여 특별히 고안된 콘텐츠나 선전물만 접해오다가 대립되는 매우 다양한 주제의 이슈와 감성, 증거와 사실들을 접한 북한주민들은 대북용 영상물들을 그저 흥미본위로서만이 아닌 콘텐츠 자체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이 북한의 ‘태양절(김일성 생일’인 지난해 4월 1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과 북한 인권상황을 알리는 DVD를 북으로 띄우기 위해 전단을 대형풍선에 매달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0상무단속조’ IT 기술자도 포함
전체주의국가의 가치관은 지극히 단조롭고 분명하다. 하지만 대북용 영상물이 전하는 가치는 천태만상이다. 개인주의에 입각하여 국가와 사회, 가정과 개인, 경제와 문화의 모든 영역들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대북용 영상물의 모든 장르들이 충격적이지만 사회성이 강한 북한주민들에게 강렬하게 인지되는 것은 자유와 방종, 사랑과 애정, 엽기와 개인주의적 도덕성을 보여주는 영상물들이다.
그렇다고 대북용 영상물이 처음부터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문화에 대하여 패륜패덕으로 규탄하는 당국의 선전에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대북용 영상물을 보다가 발각되는 경우 받게 될 엄한 처벌이 대북용 영상물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하였다.
하지만 한 편, 두 편, 대북용 영상물을 보면서 자신과 주변의 삶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가치와 삶의 현장들을 지켜보고 깊은 충동을 받게 되며 더욱더 많은 사실들과 증거들을 발견하기 위해 대북용 영상물을 찾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 시청자들은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모습이 북한의 체제와 너무도 판이하며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놀라울 정도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 차이는 바로 인권과 자유의 차이이며 결국은 정치의 차이라는 사실이다. 다양한 감성과 정서, 가치를 가지고 전개되는 대북용 영상물은 분명 북한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알아왔던 역사와 현재가 얼마나 비속적이고 거짓이었는가에 대하여 통감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대북용 영상물은 한결 같이 재밌고 흥미롭다. 멜로디는 신비할 정도로 흥취를 돋우고 함께 흥얼거리게 하며 리듬에 맞추다 보면 절로 신이 난다.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지는 사실감은 진실성이 강하고, 주입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보면서 스스로 이해하게 만든다.
이처럼 대북용 영상물이 주는 강렬한 인상과 이해는 오늘날 북한주민들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만들어 준다. 그것은 오늘날에는 어렵지만 미래에 이뤄내고 싶은 하나의 꿈을 만들어 낸다. 그 꿈은 바로 3대를 거쳐 세습되는 사회주의 북한이 아닌 최소한 남한이나 미국사회처럼 국민이 자유롭고 풍요롭고, 문명한 북한이다.
외부세계 향한 주민 욕구 갈수록 강해져
반면 북한당국은 체제유지와 주민세뇌를 목적으로 북한을 외부세계와 철저하게 차단시켜 왔다. 관문들에 설치된 국경 세관검사 체계, 대북 라디오전파 차단, 불시적인 가택검사로 인해 북한주민의 외부정보 접근성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북한당국의 이러한 강력통제에도 불구하고 대북용 영상물은 여러 경로와 방법으로 북한의 안방들에 유포되고 있어 당국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북한주민들의 생활에서 대북용 영상물은 떼어낼 수 없는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버려서 북한당국의 어떠한 단속과 처벌, 통제도 그것을 철저히 막아내기 어렵게 되었다.
이를 반증하는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최근 평안북도 정주시에서 고등학생 4명이 친구 집에 모여 외국영화를 시청하다 적발되는 바람에 정주시가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일이 이 정도로 심각해 진 것은 4명의 학생 중 시당 책임비서의 아들도 함께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안북도 130상무조가 급파되어 책임비서의 가택을 수색한 결과 여러 편의 외국 및 남한영화 CD를 압수했다고 한다. 4명의 학생들은 소년교양소에 보내졌고, 시당 책임비서는 가족혁명화를 못한 책임으로 해임, 철직되었다고 한다.
올해 새로 조직된 ‘130상무단속조’는 보위부와 당 일꾼, 보안원뿐만 아니라 IT기술자들도 망라되어 있고 CD플레이어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수신하여 비밀시청 여부를 확인하는 기계까지 활용하여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주민들은 전자파 발신을 차단하는 차폐장치를 고안해서 CD플레이어에 설치하는데, 이것만 설치하면 검열을 무난하게 회피할 수 있다고 한다. 대북용 영상물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열광과 이를 단속하는 검열당국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라 할 수 있다.
외부세계로 향하는 북한주민들의 갈망과 욕구는 날이 갈수록 강렬해 질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북한주민의 노력만으로는 충족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과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식량뿐만 아니라 북한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문화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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